성폭행범과 강제결혼 모로코 소녀 끝내 자살

2012. 3. 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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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법원·가족 요구로 결혼 폭력 시달려…누리꾼 분노

'결혼하면 성범죄자 면책' 형법조항 철폐운동 번져

"16살 소녀는 성폭행범과 모로코 전통, 형법으로부터 세번 폭력을 당했다."(트위터 활동가)

법원과 가족의 요구로 성폭행범과 강제로 결혼한 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16살 소녀의 자살이 아프리카 북서단 모로코의 '형법 개정' 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아미나 필라리는 15살 때 길거리에서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다. 두달 뒤 부모에게 이를 알렸지만, 돌아온 건 가해자와의 '결혼'이었다. 아미나는 결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으로 고통받았다. 어머니에게 호소도 해봤지만 인내하라는 충고만 받았다. 그리고 결혼 5개월째인 지난 10일 소녀는 결국 쥐약을 삼키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모로코에서 이런 비극이 가능했던 건, 여성의 혼전 순결 상실을 가문의 불명예와 직결시키는 전통과 더불어 결혼으로 성범죄자를 면책해주는 형법 475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로코에서 성폭행범은 징역 5~10년 형에 처해지며,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10~20년 형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형법 475조에서는 미성년자 유괴(성폭행)범이 피해자와 결혼하면 기소를 면제해주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도 '가족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분과 피해자가 다른 배우자를 만나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로 법원의 '중재'를 받아들이곤 한다.

아미나의 아버지 라센 필라리는 현지 온라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원 관계자가 딸에게 '가서 결혼계약을 하라'고 강요했다"며 "범인이 처음에는 결혼을 거부하다 기소에 직면하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아미나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모로코 누리꾼들도 들고일어났다. <에이피>(AP) 통신은 페이스북에 '우리는 모두 아미나 필라리다'라는 페이지가 개설됐다고 보도했다. 성폭행범과 피해자를 결혼시키는 관습과 형법 475조의 철폐를 요구하는 인터넷 청원 운동에도 벌써 1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여성 권리를 위한 민주동맹' 대표 푸지아 아술리는 "불행하게도 성폭행범과의 강제 결혼은 계속되는 현상"이라며 "우리는 성폭행범에게 정의로부터의 탈출을 허용하는 형법의 폐지를 오랫동안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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