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문재인!" - "손수조도 신선은 한데.."

2012. 3. 1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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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민규 기자]

▲ 손수조? 문재인? 사상 표심은 어디로?

부산 사상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승객들이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부산 사상이 전국적 관심 지역구로 떠오르면서 사상구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사가 되고있다.

ⓒ 정민규

부산 사상구는 1995년 북구에서 분구했다. 그 뒤 선거 때마다 사상구민은 신한국당-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을 지지했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는 신한국당 시절부터 사상구에서만 내리 3선을 했고 현재는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이다.

하지만 사상구가 달라졌다. 이런 분위기는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층도 인정하는 변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선거캠프는 '바람이 다르다'는 대형 홍보 문구로 이를 표현했다.

새누리당은 그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27살의 정치 신인 손수조 후보를 공천했다. 문 후보가 바라는 바람이 제갈공명도 그토록 원했던 동남풍이 될지, 아니면 미풍에 그칠지는 26만 사상구민의 선택에 달렸다. 유권자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8일 하루 동안 부산 사상구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벽시장에서 만난 상인 "선거 볼 만할 겁니다"

먼저 찾은 곳은 사상구 감전1동에 위치한 부산 새벽시장. 아침 장사를 끝낸 상인들이 서둘러 영업을 마치고 있었다. 파를 다듬고 있는 아주머니들 사이에 불쑥 앉았다. 선거 이야기를 꺼내자 "우리는 그런거 몰라예"하며 손사래를 친다. "누가 나오는지는 아실 거 아니에요?"라고 묻자 "문재인인가 하는 사람이 나온다 카대예, 부인이 와서 명함 한 번 돌리고 가서 그 사람은 알지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아주머니들은 "우리는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말든 상관없고요, 사실 국회의원이 없어도 상관없어예"라며 파 다듬기를 계속했다. 아주머니들은 그래도 투표는 할 거라고 답했다.

이번엔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아저씨 무리로 다가갔다. 50대 초반이라는 오아무개씨는 선거 이야기를 꺼내니 "볼 만할 겁니다"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지지자라고 밝힌 오씨는 "젊은 사람이 나온 게 신선하기도 하고... 문재인씨도 만만하지가 않지요"라며 흥미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안주 계란말이를 내려놓던 식당 아주머니가 한 마디를 끼어들었다.

"근데, 손수조는 너무 어려서 조금 그렇더라."

오씨는 "그게 젊은 사람들한테 먹히지 않겠나, 안 그라요?"라며 기자에게 소주잔을 스윽 밀었다. 강권하는 소주 두 잔과 계란말이를 얻어먹고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앞으로 이동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 윤성효

서부터미널 택시기사 "일단 이명박은 싫은데..."

터미널 앞에는 택시들이 길게 서 있었다. 8개월 차 신참 기사인 함기재(54)씨와 5년 경력의 강인석(67)씨에게 질문을 던지자 속사포 같은 부산 사투리가 터져 나왔다.

함씨가 "당연히 문재인 찍어야죠"라고 말하자 강씨는 "머라카노! 손수조 찍으야지"라며 함씨를 쳐다봤다. 이내 두 기사는 대북문제와 청년실업, 지방경제를 넘나들며 옥신각신했다. 괜히 사이좋던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은 거 같아 머쓱했다.

화제를 돌리려 "손님들은 뭐라고 말씀하시나요?"라고 물으니 함씨는 "열에 아홉은 이명박 욕하지요. 새누리당은 이젠 안 뽑는다 캅디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강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욕하는데 새누리당은 박근혜씨가 이끌고 있으이께 다른 거지요. 젊은 사람들이 아직 몰라서 그카는(그러는) 겁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젊은 사람들을 만나러 갔다. 2호선 냉정역 일대는 경남정보대와 동서대가 위치한 대학가다. 손수조 후보가 경력으로 내세우는 학생회장을 지낸 주례여고도 근처에 있다.

동서대 도서관 앞에서 만난 김동현(25)씨는 "아직 선거철이 아니라서 선거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예전처럼 1번 찍어야 한다는 소리는 안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아무개씨는 "손수조라는 상품은 신선한데 그걸 담고 있는 냉장고가 신선하지 못하다"고 새누리당을 표현했다.

하루 동안 사상구에서 느껴본 전체적인 느낌은 문재인 후보에게 우호적인 듯했다. 이는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 국제신문 > 이 손 후보의 공천이 확정된 지난 5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벌인 여론조사(조사대상 500명, 95%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4%)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54.7%로 28.8%에 그친 손수조 후보를 25.9%p 가량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서대에서 내려다 본 사상구 일대의 모습.

ⓒ 정민규

새누리당 사상구당원협의회 "손 후보 공천 철회해야"

한편,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새누리당 사상구당원협의회에서 손 후보의 공천을 철회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사상구당원협의회 박대성 특보단장은 "지역 당원들의 뜻을 무시하고 감동도 스토리도 없는 평범한 학생에 불과한 손 후보를 공천한 중앙당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박 특보단장은 "민주통합당 후보가 그저 그런 후보면 말을 안 하겠지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사람이 나왔는데, 경쟁력 없는 후보를 내세우면 다가올 대선을 지역에서는 어떻게 치르란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박 특보단장은 "손 후보 공천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자 철회해달라는 전화가 중앙당에서 왔다"며 "사실상 (처음부터 손수조가) 내정된 불투명한 공천"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 공천 비방 현수막...경찰 수사 나서

6일 밤 나붙은 손수조 후보 비방 관련 현수막

ⓒ 사상경찰서

새누리당 공천발표 뒤 손수조 후보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부산 사상구 시내에 걸려 경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나섰다. 문제가 된 현수막에는 "사상구민 우롱하는 젊은 여성 공천 웬 말인가! 사상구민은 분노한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현수막은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세원교차로, 주례오거리 등 유동인구가 많은 5곳에 게시됐다.

사건을 맡은 사상경찰서 수사지능팀은 "CCTV를 분석한 결과 6일 밤 11시경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서 현수막을 붙이는 모습을 확인했지만, 너무 먼 거리에서 찍힌 탓에 차량과 인원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손 후보 공천에 반발하고 있는 새누리당 사상구당원협의회 측은 "선관위에게 연락을 받고서야 알았다"며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적극적으로 해명했다"고 사건과의 관련을 부인했다.

< 덧붙이는 글 > 정민규 기자는 < 오마이뉴스 >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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