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득 "한국노총이 고춧가루 뿌리면 당은 끝장나"

민주당 5일 민주노총 대거영입..계속되는 엇박자

[CBS 조은정 기자]

민주통합당에서 한국노총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통합의 한 축으로 야심차게 당에 들어온 한국노총은 총선 국면에서 지분 협상을 하면서 당과 완전히 갈라서는 모양새다.

아슬했던 동거가 몇 개월만에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 최고위원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고위원회의를 연일 불참하고 민주당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그는 "창당 초기의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한국노총은 중대한 결심을 할 수도 있다"며 최고위원직 사퇴는 물론 당 탈퇴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위원장 입장에서는 최후통첩인 셈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당은 이튿날 오전 민주노총 이석행 전 위원장을 인재로 영입했다. 이 전 위원장은 조합원 1천여명의 민주노총 당원 가입서를 함께 들고왔다.

한명숙 대표가 오래 전부터 그의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고는 하지만 한국노총 입장에서는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5일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용득 위원장은 다소 격양된 어조로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 이석행 전 위원장의 입당은 노동 지평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환영하지만 그로 인해 한국노총 지분을 잠식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개별적 차원에서 영입된 것과 조직이 아예 통합된 것을 똑같이 본다는 것 자체가 한국노총을 완전히 경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노총의 가치에 대해 알아주지 않는 당이면 우리가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통합의 큰 축으로 참여한 한국노총이 지역구 3~4석과 비례 2~3석을 바라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은 요구"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통합의 주체로 참여했으면 국회의원 몇석은 당연한 것 아니냐. 내가 몇 십석을 무리하게 요구한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양심적으로 가능한 몇 석만을 요구했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지도부가) 오히려 나가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그는 "민주당이 아주 오만해졌다. 다 이기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한국노총이 나가서 고춧가루를 뿌리는 순간 끝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일찌감치 떠나야 한다. 떠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해 탈당 결심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지난 통합 과정에서도 당의 주류가 된 친노 진영이 정체성 측면에서 한국노총과 제대로 섞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 문성근 최고위원으로 대변되는 친노 진영과 한국노총은 약간의 긴장관계를 유지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 주류에서는 한국노총보다는 민주노총의 입당을 선호했기 때문에 한 대표도 이석행 위원장에 더욱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면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중재해 한국노총이 들어왔지만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오래전부터 돌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노총이 끝내 불편한 동거를 끝내고 탈퇴한다면 통합의 한 축이 무너지게 돼 총선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는 상황에서 한국노총 이탈이 가지고 올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당 관계자는 "가뜩이나 한미 FTA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당이 중도층 표를 까먹는 위기의식이 팽배한데, 한국노총까지 나간다면 당이 더 어려운 국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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