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선 "무녀도 사람일뿐..아픔 담으려 했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2012. 3. 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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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달'의 카리스마 도무녀 장씨 전미선 인터뷰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이기범 기자 leekb@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연출 김도훈)이 연일 화제다. 죽음으로 끝난 줄 알았던, 풋풋하지만 강렬했던 첫사랑의 이야기를 조선시대 왕과 세자빈를 주인공 삼아 풀어낸 이 야심찬 사극은 시청률 40%를 넘어 신드롬 가까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아역 여진구, 김유정에 이어 김수현, 한가인, 정일우 등 젊은 배우들의 호연도 일품이지만, 든든한 버팀목들의 존재감도 이에 못지 않다.

그 가운데 배우 전미선(42)이 있다. 거친 욕쟁이 할머니 같은 인상을 풍겼던 원작의 도무녀 장씨는 전미선을 만나 기품있고 우아한, 전에 없던 무녀 캐릭터로 태어났다. 이런 그녀 덕분에 '무속신앙'이라는 쉽지않은 소재가 거부감 없이 극에 쏙 녹아들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와 함께 단아하고도 조신한, 전통의 여인상의 대표 이미지나 다름없었던 전미선 또한 강렬한 변신을 이뤄냈다. 2010년 '제빵왕 김탁구', 2011년 '로열 패밀리'에서도 그 변화의 조짐이 엿보였던 터다.

더이상 '탁구엄마'로 불리지 않을, 여배우 전미선과의 만남. 23년 전 처음 연기를 시작한 그녀의 첫 마디는 놀랍게도 "연기한다는 게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전미선은 "내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였다고 털어놨지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어찌 그녀의 전부랴.

-요즘 들어 활약이 대단하다.

▶작품이 잘 되면 물론 더 좋지만,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연기한다는 게 너무 재미있다.

-23년차 배우인데 너무 겸손한 이야기 아닌가.

▶중간에 쉰 시간이 많았고, 처음에는 모르고 했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한 건 2000년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일 거다. 이제 13년쯤 된 거다. 연기하는 분들 모두 나름의 길이 있지 않나. 저도 선배들, 선생님들만큼 역량을 가진 배우가 되려면 그만큼 더 배워야 한다. 저는 연기의 맛을 이제야 안 것 같다. 밀고 당기기 하는 호흡이 맞으니까 연기하는 게 정말 재밌다. 진짜 행복한 거다.

-대비 김영애를 넌지시 협박하는 설전 장면은 특히 짜릿했다.

▶하면서도 재미있었다. '황진이', '로열패밀리'에 이어 선생님과 3번째인데 너무 잘 받쳐주시니까. 사실 더 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눈화장도 이색적이었다. 그렇게 진한 화장은 '로열패밀리' 이후 2번째일 텐데 너무 확 달라져서 무섭다는 사람 없나?

▶아직 없었다.(웃음) 노려보면 감독님이 무섭다고 하긴 하셨는데 저는 연기하는 거라 괜찮더라.

-캐릭터의 입체성이 돋보인다. '로열 패밀리'의 큰며느리, '해를 품은 달'의 도무녀장씨까지.

▶특히 '로열패밀리'는 김도훈 PD, 권음미 작가가 흔쾌히 OK를 해 주셔서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고정관념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이었다면 안 시킬 수도 있었겠다 생각이 든다. 믿고 맡겨주셔서 제 식으로 표현했던 것 같다. 환경이 나쁜 사람을 만들 뿐, 분질은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 거기서 어떻게 바뀌어 갈수 있는 부분이 있나 하는 생각으로 갔던 것 같다.

-특히나 이번엔 '오작교 형제들'을 하면서 극과 극의 연기를 했다. 이중인격이라고 할 만큼. ('오작교 형제들'에서 전미선은 깍쟁이 오리고깃집 주인으로 분했다.)

▶이 쪽은 이 쪽 대로 몰입을 하니까 딴 쪽은 안 들어온다. 그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너무 많이 겹쳐지면 혼동이 오겠더라. 마침 '오작교 형제들'은 막바지여서 함께 할 수가 있더라. 이건 다른 얘긴데 연기가 안 될 때가 있다. 뭐든 하고 싶은데 안 될 때가 있지 않나. '오작교 형제들'도 힘들었다. 실수 안 하고 노력할 뿐이고, 시청자들이 그냥 지나가셨을 뿐이다. 주말 드라마는 처음 하는데 짤막짤막하게 촬영을 하면서 1주일간 호흡을 끌고 간다는 게 힘들더라. 그래서 함께 나오신 선생님들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또 배웠다.

ⓒ이기범 기자 leekb@

-도무녀 장씨는 어땠나? 전미선의 연기인생에서도 특별한 캐릭터였나.

▶여러 캐릭터 중에 하나라고 해야 할 거다. 그런데 저의 모든 걸 보여주기 위한 캐릭터인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무용을 보여주고, 흑주술을 보여주고, 다시 연약한 여자로 돌아갔다가, 또 돌아오고. 나의 모든 걸 갖고 놀 수 있는 역할이어서 제게는 더 특별했다. 그래서 전미선이라는 이름을 더 알아주시는 것 같다. 전미선이라는 이름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탁구엄마' 식으로 부르시고. 막상 이름이랑 얼굴이 잘 매치가 안 되시나보더라. 고마운 작품이다.

-거친 할머니처럼 보였던 원작과는 다른 해석이다. 기품있고 우아하다.

▶원작을 본 사람들의 기대치가 있으니까, 저도 생각이 많았다. 과연 내가 욕을 잘 할 수 있을까. 다만 작가와 PD님이 원작과는 전혀 다르게 가신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다고 봤다. 보통 무녀라고 하면 떠올리는 선입견이 있지 않나. 그걸 어떻게 하면 바꿔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보통 생각하는 이미지는 세지 않나. 하지만 그들도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무당은 그가 하는 일일 뿐이라고. 무당이 아니라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다. 국모로서의 아픔, 또 사람으로서의 아픔이 있다는 걸 놓지 않고 싶었다.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게 원칙이다. 그 인간을 알아야 역할을 알게 되는 것 같다.

-다른 작품에서도 늘 그런 생각으로 캐릭터를 대하나. '제빵왕 김탁구', '로열 패밀리'도 그렇고, 전미선이 하면 연민이 갈 때가 많았다.

▶맞다. 제가 갖고 있는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연기를 하면서 항상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건 분명 그 본질은 착하다는 거다. '악한 캐릭터라도 그러고 싶어서 못된 사람이 됐겠나, 그 아픔을 끄집어 내 보자'하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착한 사람, 못된 사람이 나눠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본질로 들어가 봐야 역할이 나온다. 어떤 사람이 술집 나간다고 단면만 보고 '술집여자' 하는 식으로 치부되는 거, 멍청하게 보인다고 '바보' 이렇게 치부되는 게 싫었다.

-짧은 단역도 마다하지 않아왔는데.

▶단역이든, 짧게 나오든, 극의 흐름에 하나라도 임팩트가 있다면 한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 살아남은 것 같다.

-묵묵히, 그러나 신뢰감 있는 배우로 연기해 왔다. 지금 뒤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는 게 혹시 통쾌하기도 한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연기를 하지 못했을 거다. 스포트라이트가 중요했다면 신경쓰느라고 연기를 제대로 못했을 거다. 그런 생각도 했다. '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힘들게 살아야 하는 건가. 나는 연기가 하고 싶어서 연기자가 된 것이 아닌가.' 잘 해 내면 그만이지 주목받는 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제게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여기서 더 성숙하게 갈 수 있느냐.

-오랜 연기 생활에 비해 덜 알려진 건 인터뷰라든지 대중에 노출된 게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따금 저를 찾아주셔서 그래도 꾸준히 작품을 한 것이 지나고 보니 행운이더라. 어렸을 때는 몰랐다. 인터뷰도 몇 번 안했다. 뭔가 인위적으로 되는 것이 싫었다. 저를 만나보지 않고 나가는 이야기가 상처가 되기도 했고.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게 또 내 틀에 갇혀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생각을 바꿨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알리는 게 맞는데 내가 왜 고집을 부렸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기범 기자 leekb@

-연기자이면서 어머니이기도 하다. 두 역할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다. 이제 여섯 살인데 같이 있어주는 시간이 없으니까. 같이 있을 때는 최대한 몸으로 부딪쳐서 놀아주려고 한다. 남자애라 뛰면서 놀게끔.

-아들도 '해를 품은 달'을 보나.

▶아직 보면 안되는데, 재방송도 있고 하니까 보기는 한다. 초반에 양명 어렸을 때 싸움하는 장면을 보고 '그 형아처럼 될거야' '너무 멋있다'고 그래서 행여나 그거 따라하면 어쩔까 걱정했다. 그러고는 옆으로 도는 걸 두어 시간 따라하더니 체해서 막 토하고, 병원에 간 적도 있다. 애들은 조심해야 된다.

-일하는 엄마들의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프로로서 일해야 하면서 집에서는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물론이다. 미안하지 않으려면 그냥 집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고. 다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자식들도 엄마가 열심히 살았다는 걸 알지 않겠나.

-연기 외에는 어떤 데 관심이 있는지 궁금하다.

▶레저 스포츠를 좋아한다. 아이에게도 크기 전에 가르쳐주고 싶다. 스키, 스케이트, 스쿠버다이빙…. 새로운 데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은 제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것으로. 다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이다.

-조신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로만 봤는데 의외다.

▶제가 그렇게 생겼나보다. (웃음) 사람들이 그런 모습만 본다. '저 친구는 저 역할에 어울릴거야' 하고 역할을 주시기도 하고. 이제 좀 바뀌었으니까 다른 게 들어오지 않겠나.

-앞으로는 배우로서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성숙한 여인으로 바뀌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마흔살이 넘은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농익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부터 제 스스로 성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게 저의 숙제다. 지금도 하고 있는 중이다.

-다른 방송 활동은 할 생각이 없나? 목소리가 너무 좋다.

▶라디오는 어떨까. 한 번 기회가 왔었는데 그 때는 임신중이어서 하지 못했다. 기회가 되면 도전해보고 싶다. 제가 순발력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라디오는 순발력있게 대처하는 센스가 필요하다는데, 그래도 언젠가 해보고 싶다.

-이제 종영까지 2회가 남았다. 결말이 나왔나? 도무녀 장씨는 어떻게 되나?

▶어젯밤에 대본이 나왔다는데 못 읽어봤다. 감독님은 그냥 '아직 고민 중이야'라고만 하셨다. 나도 궁금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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