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북송은 이념 아닌 인권 문제"

손제민 기자 입력 2012. 2. 27. 22:46 수정 2012. 2. 28.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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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사관 앞 천막농성 박선영 의원

"이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권의 문제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27일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을 길 하나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서울 옥인동의 옥인교회 앞. 중국 공안에 억류된 탈북자들의 북송에 반대하며 주한 중국대사관 앞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7일째를 맞은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56)은 낮에 천막을 찾은 기자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1주일간의 단식으로 얼굴엔 핏기가 없지만 손은 따뜻했고, 목소리는 작았지만 힘이 있었다.

한 평도 되지 않는 텐트 안에는 작은 앉은뱅이책상이 놓여 있고, 그 위에 작은 십자가와 성모상, 성경책, 신문 스크랩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먹을 것이라곤 생수병만 보였다.

중국의 탈북자 북송에 항의해 27일 일주일째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 천막에서 단식농성 중인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박 의원은 정부가 최근 국제협약을 근거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쪽으로 기조를 전환한 것에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전날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다녀간 뒤로 정부에 대한 태도는 많이 누그러진 것 같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의 대응 방식에는 못마땅한 게 많은 듯했다.

"중국을 중국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관련국가'라고 부르는 게 도대체 무슨 주권국가입니까.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도 아니고…."

정부는 이날 자정(한국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김봉현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의 기조연설을 통해 탈북자들이 체포되어 강제 북송되는 경우 인권유린에 처하므로, 이들이 북송되지 않도록 관련국들이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미국의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에게도 지지 발언을 해달라고 레터(서한)를 보냈다"면서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인권대사라는 직제가 있다가도 없어졌는지 그런 일 하는 분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이 가장 쓰리게 느끼는 부분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국제 인권규범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도덕적 정당성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이 얼마나 변화할지, 그리고 탈북자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 들었다.

"중국이 변화하지 않으면 제가 죽든지 하겠죠. 적어도 지금 북송 위기에 놓인 분들을 구출해야 합니다. 정의는 침묵으로 지켜지지 않아요. 제가 이렇게 문제제기 안 했으면 다 북송되었을 것입니다." 다시 '이렇게 강경한 대응 일변도로 가는 것이 문제 해결에 최선일까'라는 질문에 "정의는 침묵으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반복했다.

총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거리에 서 있는 것을 두고 당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제가 당의 동료들께는 죄송하죠. 당에서는 저를 오히려 걱정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을 도외시하고 표를 어디서 구합니까.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명권을 도외시하고 무슨 정치를 합니까." '오히려 박 의원이 이렇게 있는 게 총선에는 플러스가 된다는 얘기도 있다'고 묻자 "나는 표를 계산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경향신문이 이 얘기를 꼭 써달라. 사람이 있고 이념이 있지 이념이 있고 사람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오후 2시가 되자 집회에 참석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 서경석 목사, 이애란 박사 등 200여명의 시민, 학생, 탈북자 운동가들이 참석했다.

황우여 대표는 "중국을 거쳐서 한국에 오겠다는 사람들을 왜 자꾸 잡아가느냐. 중국이 그 사람들을 불법 입국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여기에 가는 중국 사람들을 다 잡아가면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중국 정부는 난민이 많지 않다고 하는데, 그러면 국제법에 따라 심사해야지 무조건 잡아서 넘기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우리 친구들을 살려보내주세요'라고 중국대사관을 향해 외쳤다. 집회 중에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교통신호에 걸려 집회장소 앞에 섰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신기한 장면을 보는 듯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자, 이들을 태운 버스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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