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성범죄 현장 '방관자가 된 시민들'

류인하·곽희양·남지원 기자 2012. 2. 2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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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5시40분쯤 학원을 가기 위해 서울지하철 7호선 면목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한모양(13)은 뒤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1m80이 넘는 남성이 뒤에서 계속 몸을 밀착시켰기 때문이었다. 이 남성은 지하철에 타자마자 한양을 반대편 문쪽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한양을 협박한 뒤 한양의 바지 안으로 손을 넣고 성추행을 했다. 당시 열차의 좌석은 꽉 차 있었고, 다수의 승객이 서 있었다.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당하고 있던 한양은 한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한양은 '도와달라'는 눈빛을 계속 보냈지만 여성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짓이냐"고 꾸짖는 사람도 없었다. 추행은 뚝섬유원지역에서 내릴 때까지 14분여간 계속됐다. 20여명이 함께 하차했지만 한양을 끌고가는 것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남성은 한양을 남자 장애인화장실로 끌고가 강제로 성폭행을 시도했다. 마침 시민의 신고로 뒤따라온 역무원이 "나와라"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이 남성은 한양과 연인인 척하며 역무원을 속였다. 역무원은 아무런 조치 없이 자리를 떴다. 한양은 2층 승강장 자판기 부근에서 또다시 성추행을 당했다. 한양은 경찰조사에서 "한 여자승객과 겨우 눈이 마주쳐 고개를 저으며 눈빛으로 구조요청을 했지만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서 여학생을 화장실로 끌고가는 성추행범. | CCTV 촬영도심에서 여학생 성추행이 일어났지만 모두가 외면했다. 눈 앞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데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고, 여학생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성추행을 당할 때 옆에서 목격한 사람이 가장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소리를 지르거나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 상황에서 모른 척한다. 변혜정 서강대 성평등상담실 상담교수는 "사람들이 성폭력이든 폭력이든 타인의 일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며 "자칫 끼어들었다가 자신이 피해를 본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4일 지하철 안에서 여중생을 성추행하고 성폭행을 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고교 자퇴생 장모군(18)을 구속했다.

< 류인하·곽희양·남지원 기자 ach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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