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거칠어 힘들다".. 명퇴신청 교사 작년 5117명

입력 2012. 2. 24. 03:14 수정 2012. 2. 24. 07: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해마다 1000명씩 늘어.. 학교폭력 심한 중학교 퇴직 급증

[동아일보]

수도권 A초등학교의 교감은 정년을 2년 남기고 최근 명예퇴직을 했다. 그는 지난해 5학년생 두 명이 교내에서 일으킨 성폭력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남학생 학부모에게 멱살을 잡히고, 여학생 학부모에게 무릎을 꿇는 수모를 당했다.

정신적 충격으로 불면증에 호흡곤란 증상까지 생긴 이 교감은 "30년의 노력이 정신병만 남겼다. 초등학생과 지나가는 어른만 봐도 숨이 멎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권 추락으로 교원으로서의 자긍심을 잃고 이 교감처럼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크게 늘고 있다.

○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

23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2011학년도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초중고교 교사는 5117명(2011년 8월과 2012년 2월 은퇴)으로 사상 최고였다. 명퇴 신청자가 2009학년도 3227명에서 2010학년도에 4342명으로 늘다가 이제 5000명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학교폭력이 심하고 사춘기 학생들이 대드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중학교 교사의 명퇴 신청이 크게 늘었다. 2009학년도에 934명, 2010학년도에 1241명에서 지난해에는 1699명으로 2년 만에 82% 늘었다. 같은 기간 초등학교는 45%, 고등학교는 55% 증가했다.

명퇴 신청을 했지만 예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수도 늘고 있다. 지난해 신청자 중에도 4151명만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예년에 90∼95%이던 신청자 대비 명퇴 비율이 81%로 떨어졌다.

교사가 많은 서울과 경기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서울은 올 2월 명퇴 신청자(919명) 중 절반가량(457명)이 교단에 남게 됐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학교를 지키는 교사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교과부는 예산을 최대한 확보해 가급적 신청을 다 받아주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2월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강원 전남 제주는 신청자 전원이 명퇴를 했다. 하지만 서울 경기 등 7개 시도에서는 신청자 5명 중 1명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교단에 남게 됐다.

○ 교단의 비정규직화 가속

명퇴 급증으로 생기는 자리는 기간제 교사가 채운다. 국공립학교는 행정안전부의 공무원 정원 규정에 묶여 신규 정교사를 임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행안부는 중장기적으로 학령인구가 계속 줄어들므로 신규 교사를 늘릴 수 없다는 방침. 이 때문에 법정교원 확보율은 여전히 80% 전후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립학교는 비용 절감을 위해 기간제 교사를 늘리려 한다. 교과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0년 1∼8월 사립학교 신규 교사의 76%가 기간제 교사였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은 학급이 2009년 7378학급에서 지난해 1만2955학급(전체 학급의 5.6%)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학급은 오히려 23만9189개에서 22만9993개로 9196개나 줄었다.

기간제 교사라고 해서 정규직 교사에 비해 수준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이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이 상대적으로 심한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2학년의 담임을 정규직 교사들이 기피하면서 기간제 교사가 대신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3년간 중학교 2곳에서 기간제 국어교사로 일한 B 씨(29·여)는 "나이 어린 여교사인 데다 기간제 신분이라서 심한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야단을 맞은 일진 학생이 "교사도 아니면서 왜 잘난 척하느냐"고 대들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했더니 "서울대 나와 봤자 계약직"이라는 놀림을 당했다. 그는 임신과 동시에 학교를 그만두면서 "다시는 교단에 서고 싶지 않다. 이런 상황이라면 학원 강사가 훨씬 낫다"고 했다.

양 교수는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기간제 교사가 급증하고, 연륜이 필요한 고3 담임마저 기간제 교사가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학생 1인당 교사 수, 명퇴와 기간제 교사 현황을 다각도로 따져 5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적 교원 수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굉장한 감명" 새누리, 27세 女에 반했다
"선전포고…품격 문제" 한명숙, MB 비판
CJ가 공개한 삼성물산 미행 증거사진에…
박원순 입당 "민주당 아직 이기지 않았다"
송혜교 '스폰서 루머' 유포 누리꾼 고소
134만원 한정판 책 화제…명품백 안 부럽네
[화보] 한껏 빼입은 린지 로한, 어디가나 봤더니…
[화보] 걸그룹 기 죽이는 여배우들 완벽 몸매
[☞모바일서비스 바로가기][☞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