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오현경-박근형, 두 연기명장의 '무대 배틀'
3월 무대 위에 노익장의 무르익은 연기가 펼쳐진다. 칠순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현역으로 무대와 브라운관을 누벼온 오현경(75)과 박근형(72)이 그 주인공이다.
박근형은 지난해 초연 이후 큰 반향을 일으킨 연극 < 3월의 눈 > (배삼식 작·손진책 연출)에 출연한다. 3월 3일부터 18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에서 박근형은 주인공 장오 역을 맡아 20년만에 무대에 복귀한다. 60년대 국립극단 배우로 활동했던 그가 당시 < 만선 > (1964년)과 < 갈매기 > (1966년) 등에 함께 출연했던 원로배우 백성희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3월의 눈' 백성희와 박근형(오른쪽)
건강이 좋지 않은 장민호(88)를 대신하여 무대에 서게된 박근형은 제작발표회에서 "다시 연극무대에 서는 것이 겁이 났다"고 말했다. 박근형은 "연극은 항상 마음 속에 있었지만 사는 게 그렇듯 한 번 연극계를 나와 다른 일을 하다 보면 돌아오는 게 어렵다"며 "시기적으로 안 맞을 때도 있었고 여러 형편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근형은 "요즘 전철로 연습실 오가면서 틈날때마다 대사를 외우면서 연극무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 3월의 눈 > 은 자극적인 내용도, 극적인 반전도 없지만 가슴 찡한 감동이 살아있는 무대다. 박근형이 연기하는 장오는 극중 재개발 지역에 손주를 데리고 사는 외로운 노인이다. 장오는 손주를 위해 평생 살아온 집을 팔고 떠나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조용하던 골목길이 관광지화가 되면서 그가 살던 집은 사람들에 의해 해체 일보직전에 놓여있다. 장오는 그의 추억 속에 집을 짓고 살고 있던 이순(백성희 분)을 불러내 함께 창호지를 바르는 등 일상을 계속한다. 그러나 삼월 어느 눈 내리는 날 그는 그의 손때가 묻은 집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선다. 박근형-백성희 커플과 오영수-박혜진 커플이 더블캐스팅 됐다.
존재만으로도 무대를 가득 채우는 노배우들의 열연과 전통한옥을 재현한 무대와 압축적이고 시적인 대사가 인상적인 작품. 특히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맹활약 했던 박근형이 어떤 연기를 펼쳐보일지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백성희장민호극장 (02)3279-2233.
'봄날' 오현경
오현경도 3월 16일부터 4월 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재공연되는 극단 백수광부의 < 봄날 > (이강백 작·이성열 연출)에 출연한다. 1984년 극단 성좌의 권오일 연출에 의해 초연됐던 작품. 절대권력자이자 회춘에 대한 욕망을 감추지 못하는 아버지와 봄날 타오르는 산불처럼 아버지에게 반역을 꾀하는 아들들의 갈등과 화해를 '동녀설화'의 구조 속에 담았다.
아버지 역을 맡은 오현경은 "이 작품의 핵심은 인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 그리고 애정"이라고 말했다. 오현경은 < 봄날 > 에 대해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 보이는 작품이어서 시대가 달라져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강점을 가졌다"면서 "공연 때마다 논란을 불러왔던 작품이어서 출연자로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들로 출연하는 연극배우 이대연은 연세극회 후배로 무려 27년 차이다.
오현경이 맡은 아버지는 후미진 산골마을에 일곱명의 아들과 함께 사는 홀아비다.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는 아버지 밑에 어머니처럼 자상한 장남, 천식을 앓는 병약한 막내,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혹사당함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다섯 명의 자식들이 불편한 관계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느 봄날 산불이 나자 절간의 스님들은 주워 길렀던 동녀를 이 집에 맡기고 사라져 버린다. 늙은 홀아비는 젊어지기 위하여 동녀를 품고 잔다. 동녀를 사모하는 막내는 피를 토하며 애통해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버지 학대에 시달리다 못한 다섯 명의 자식들이 마침내 반기를 들고 농토의 분배를 요구하면서 극은 다이내믹하게 전개된다.
크고 작은 수술로 건강이 좋지 않은 오현경은 "돈과 같은 세속적인 욕심은 전혀 없지만 배우의 자존심만은 양보 못하겠다"면서 연기에 대한 여전한 욕심을 드러냈다. (02)813-1674
< 글 오광수 선임기자 oks@kyunghyang.com >공식 SNS 계정 [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 스포츠경향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석열 탄핵 늦어진 이유’ 뒤늦게 밝힌 문형배 “시간이 좀 늦더라도···”
- [속보] 국힘, ‘단일화’ 의총 시작…의원들 “김문수 너무 믿었다” “사기 행각”
- 홍준표는 미국행, 한동훈은 침묵···김문수 ‘원팀’ 결집 안 되는 국힘
- 백상 각본상 박찬욱 “국민 수준에 어울리는 리더 뽑아야 할 때”
- 의대생에 ‘최후 통첩’ 이주호 “헛소문에 미래 걸지 마라”···경찰 “수업복귀 방해 구속수
- 이주호, 의대생에 서한문 “확정된 유급·제적 취소 없어···미확인 소문에 미래 걸지 말아달라
- [리얼미터]국힘 경선룰 적용 시 한덕수 49.7%, 김문수 2배 이상 앞선다
- 한덕수 “오늘 만나자”, 김문수 측 “정식 제안 아냐”…만남 일자부터 신경전
- ‘4세 고시, 7세 고시’에 멍드는 아이들···한 해 27만명 정신과 진료 받는다
- [올앳부동산] 2억으로 10억 아파트 사는 ‘획기적’ 정책? 집주인이 기업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