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도가니'.. 동성 장애인끼리도 상습 성폭행

이영경 기자 입력 2012. 2. 9. 22:18 수정 2012. 2. 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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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폭력·인권침해 장애인시설 39곳 적발

울산 북구 중산동의 '메아리동산'은 청각장애인을 수용하는 시설이다. 13~18세의 청각장애 남학생 34명과 여학생 21명(2010년 말 기준)이 생활하고 있다.

이 시설에서 지난 6년간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시설에 수용된 10대 남학생 10여명이 동성 간에 성폭행을 관행적으로 저질러왔다.

남자 상급생은 동성의 하급생이 새로 들어오면 화장실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하급생 시절 성폭행을 당한 학생은 상급생이 된 후 가해자로 둔갑해 하급생을 성폭행하기도 했다. 영화 < 도가니 > 와 같은 상황이 수년간 되풀이된 것이다.

학생들의 성폭행뿐이 아니었다. 학생 재활을 담당하던 한 교사는 상습적으로 아이들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을 저지르다가 적발돼 해임됐다. 최근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이 시설에서 성폭행에 연루된 가해자는 9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에게 당한 피해자만 10명이다. 이 가운데 하급생 시절 피해자였다가 상급생으로 올라가 가해자가 된 학생도 6명이나 됐다. 하지만 시설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것만 이 정도다. 메아리동산이 1981년 설립된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메아리동산 측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시설장을 교체하고 경찰에 가해 학생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200개 장애인생활시설을 대상으로 인권실태를 조사한 결과 39곳에서 59건의 인권침해 사례가 있었다고 9일 밝혔다. 복지부는 영화 < 도가니 > 파문을 계기로 지난해 10월28일~12월22일까지 장애인단체, 민간 인권활동가 870명이 참가한 민관합동조사팀을 꾸려 합동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울산 메아리동산의 성폭행 1건을 비롯해 성추행 5건, 폭행 6건, 체벌 12건, 학대 5건 등 59건을 적발했다. 성추행은 모두 장애인들 사이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사결과 광주 인화원처럼 시설 종사자가 장애인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고 장애인 사이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차현미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청각장애인은 피해를 당해도 소리를 내지 못해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차 과장은 "청각장애인은 외부와 단절돼 성교육이나 성문화에 대해 교육받을 기회가 없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설종사자가 가담한 폭행이나 체벌, 학대, 노동력 착취 등의 인권침해도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의 통장을 시설에서 임의로 관리하거나 노동력을 착취한 사례는 9건에 달했다. 광주 광산구에 있는 장애인 생활시설 '광주 소망의 집'에서는 장애인이 외부 섀시회사에서 일하고 받은 급여를 시설장이 맘대로 관리했다. 노동을 한 장애인은 자신이 급여를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위생 상태도 엉망이었다. 장독대 안에 죽은 파리떼와 구더기가 발견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쓰는 등 위생·환경불량 사례도 15건이나 됐다.

복지부는 7건을 형사고발하고 18곳의 시설을 폐쇄하거나 법정 전환했다. 차현미 과장은 "올해도 100여개 시설을 시작으로 전국 장애인생활시설의 실태조사를 한 뒤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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