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낙태지휘 거부해 출산하게 된 중학생

입력 2012. 2. 7. 14:30 수정 2012. 2. 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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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논문성폭력 피해자에 "처음이었냐" "비명 질렀나"법조인·법체계 낙후된 성의식으로 2차 피해

 성폭력 피해자들이 수사과정과 법원 공판 과정에서 '정조 관념'을 강조하는 법조인들의 낙후된 성인식과 그릇된 법체계 때문에 심각한 '2차 피해'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이화여대 대학원·여성학)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폭력 2차 피해를 통해 본 피해자의 권리'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을 7일 오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발표한다.

 논문을 보면,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어렵사리 가해자를 고소한 뒤 형사사법 절차를 거치면서 사법기관, 언론, 의료기관, 가족, 친구 등으로부터 정신적·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2차 피해를 자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고소건수는 연간 2만여 건이지만, 성폭력 신고율이 10%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실제 발생건수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연구자의 지적이다. 또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과거 성경험 등 사생활을 노출시키도록 강요받거나 원치 않는 합의를 종용당하는 피해도 많아 고소인 4명 가운데 1명꼴인 25%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다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형사사법 절차상 피해를 입은 데 대한 국가손배 소송은 지금까지 6건(11사례)에 불과했다. 소송 결과를 보면, 국가손해배상소송 사건의 형사소송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는 단 3건에 그쳤다. 2차 피해 소송을 한 원고들 가운데 성인은 단 1명뿐이었고, 0~7살 미만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내용을 보면, 어린이 성폭력 사건에서는 특히 반복 진술녹화를 강요하거나 수사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근친 성폭력 피해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에 대해 부부간의 은밀한 성행위에 대한 구체적이고 불필요한 질문 등이 나타났다. 강간 사건에 대해서도 담당 검사가 피해자인 원고에게 성관계가 처음인지, 성관계 도중 비명은 지르지 않았는지, 처녀막 파열로 피가 많이 났을 텐데 어떤지 등 정조관념을 가진 질문을 던진 사례가 발견됐다. 그밖에도 검사가 낙태지휘를 해달라는 피해자의 요청을 거부해 출산까지 이른 중학생 사례도 있었다. 인격모독, 수사지연 등의 행태도 나타났다.

 이씨는 "성폭력을 정조에 관한 죄로 규정하던 법이 사라진 지 16년이 지났지만 뿌리 깊게 박힌 정조 인식이 성폭력의 합리적 판단 기준에 여전히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2차 피해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며 "또 성폭력 피해자 사생활 보호 명목으로 규정된 친고죄도 여전히 가해자들이 사법적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합의를 강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지적했다.

 이에 권리의 주체로 피해자의 지위를 확보하고, 권리 실현을 위한 법 제도적 개선과 친고죄 폐지, 최협의설 폐기, 성폭력특별법 체계에서 형법으로의 일원화, 형사사법 담당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씨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사·재판 담당자들의 인권감수성 및 전문성 확보를 위한 체계적인 노력과 예산투자"라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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