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응원'이 부른 페미니즘 논쟁

이로사 기자 2012. 2. 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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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진영도 다양한 입장차

삼국카페 회원들이 < 나는 꼼수다 > 의 남성중심적 여성관을 지적하며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여성계에서는 '사과 요구'에서 나아가 "한국 진보 남성의 마초이즘이 드러난 상징적 사례"라며 냉소하는 분위기다.

진보진영의 남성주의 문화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는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인 권인숙 명지대 교수가 지적한 1980년대 운동권의 남성중심주의 비판과도 맥이 닿는다. 진보를 표방한 단체 내부의 성폭력 문제도 잊을 만하면 등장했다. 연세대 문화학과 나임윤경 교수는 "(나꼼수 비키니 논란은) 한국의 '진보'진영에서 여성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자기 성찰 없이 거대 정치에 몸 담은 마초적 386세대가 배출해낸 또 다른 '21세기적 386'인 셈"이라고 말했다.

여성운동 진영의 다양한 입장차도 드러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 나꼼수 > 의 마초이즘 비판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여성성을 드러낸 시위 방식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들이 오간다.

소울드레서·쌍화차코코아·화장발 등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이 6일 < 나는 꼼수다 > 에 대한 카페 차원의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서 전문이 한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시돼 있다.삼국카페는 이 사건을 '비키니 사건'이 아닌 '코피 사건'으로 불러주길 요구하면서 남성적 시선의 문제를 제기했다. 스스로의 여성성을 과시함으로써 남성권력에 대항하는 방식은 최근 여성주의자들의 시위에서 각광받는 방식이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급진적 페미니즘 단체 '페멘' 회원들이 다보스포럼 회의장에서 벌인 상반신 탈의 시위나 여성들의 야한 옷차림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남성 위주의 시각에 대한 저항으로 야한 옷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는 '슬럿 워크(잡년 행진)' 등이 그 예다. 이 같은 방식은 내면화된 남성적 시선에 대한 일종의 전복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비키니 응원 사진의 경우 이 같은 방식과는 달리 보는 시각이 많다.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 '잡년 행진' 시위는 몸을 도구화한다기보다 주제를 표현하는 측면이 더 컸으며, 실행 이전에 남성의 시선에서 어떻게 보여질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이번 비키니 사건은 이런 맥락과 다르다. 그러나 방식 자체는 성기를 내놓든, 옷을 벗든 개인의 표현의 자유라고 본다"고 말했다.

초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공지영씨 역시 < 나꼼수 > 에 대한 비판에 무게가 좀 더 실리긴 했지만, 해당 여성도 함께 비판하는 입장을 취했다. 남성의 시선을 거스르는 대항적 방식이 아니라 '독수공방하는 정봉주 전 의원에게 수영복 사진을 보내라'는 식의 메시지에 응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여성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이들은 여성에 대한 고정된 시각을 해체하자고 주장한다. 나임윤경 교수는 "가슴은 그냥 몸일 뿐인데, 남성의 시선에서 성적인 이미지로 과대 해석하는 것은 여성에게 여전히 가슴을 가리고 다니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며 "해방적 언어를 억압으로 해석해 내려는 음모"라고 말했다.

해당 여성들과의 유대를 위해 자신의 비키니 사진을 올린 MBC 이보경 기자의 경우도 이 행위에 부과된 지나친 성적 의미를 중화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 기자는 '가슴이 터지도록' 대신 '가슴이 쪼그라들도록'이라는 문구를 썼는데, 결국 '가슴'이 문제가 아니라 정 전 의원의 석방을 외치는 대목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 지점에서 "생물학적 완성도" 발언을 한 김어준씨의 폭력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여성성을 드러낸 시위가 소비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이번 사건은 진보진영에서조차 만연한 마초이즘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임윤경 교수는 "패권적으로 자리한 나꼼수식 구태정치를 드러내고 소수 정치로 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생산적인 논의의 지형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로사 기자 ro@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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