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승욱] 경총과 노총의 대타협

2012. 2. 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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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차 미국을 거쳐 캐나다에 다녀왔다. 공항에서 승객이 직접 단말기로 체크인하고 짐도 스스로 부쳐야 하는 것이 2년 전과 달랐다. 한국어 선택이 가능해 뿌듯했고 어려움도 없었지만 불편했다. 실업률도 높은데 인건비를 낮추려고 자동화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의 노후 준비는 세계 최하 수준이다. 특히 인구의 15%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매년 50만명씩 은퇴를 하고 있으나 이들은 은퇴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다. 지난 2일 서울대학교와 메트라이프가 베이비붐 세대 3783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의 노후자금 준비는 100점 만점에 52.6점이었다.

'2010년 가계금융조사' 분석에 의하면 베이비부머 가구주 370만명 중 최소한의 노후자금인 3억6000만원 이상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여유군'은 24.3%에 불과했다. 반면 최소노후자금의 절반도 갖지 못한 '위험군'은 190만명이나 되었다. 또 노후자금의 대부분(76.3%)이 부동산에 잠겨 있어서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으면 여유군도 은퇴 후 10년 내에, 위험군은 3년 내에 노후자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한다.

자식에게 기댈 수도 없다. 2002년의 설문조사에서 30대의 68%가 '노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가족의 책임'이라고 응답했으나 이 비율이 작년에는 32%로 크게 떨어졌다. 그래서 이들은 창업에 나서고 있다. 불경기임에도 작년 10월 현재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310만여명으로 전년보다 약 17만명 늘었다. 그리고 작년 12월 현재 신설 법인이 역대 최고로 6645개나 되었다. 퇴직 베이비부머들의 창업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창업 등을 위해 대부분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았다. 최근 2년간 퇴직한 1575명의 베이비부머들을 조사해보니 3명을 제외하고 모두 일시불로 받았다. 그러나 창업의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에 의하면 2011년 상반기에만 무려 7만7000개의 자영업체가 망했는데, 그중 77%인 5만9000개가 주로 고령자들이 창업하는 5인 미만의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이었다.

베이비부머들의 퇴직금도 얼마 안 된다. 조사에 의하면 1인당 평균 3103만원에 불과하다. 주택 구입과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은퇴 전에 미리 당겨썼기 때문이다. 또 베이비부머 세대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도 길지 않아 국민연금 수령액이 월평균 45만8000원밖에 안 된다.

그래서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후에도 쉬지 못하고 새 일터를 찾고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최고연령층(55∼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3.7%로 역대 최고였다. 그러나 고령자에게는 양질의 일자리가 허락되지 않아 비정규직이 많았다. 고령화의 최전선인 일본의 고독사, 망주노인 등의 모습이 장차 우리의 베이비붐 세대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에 의하면 현행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베이비붐 세대가 다 은퇴하는 2018년 이후에는 잠재성장률이 2%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년 연장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한다. 그러나 매년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젊은이에게 취업기회를 주려면 먼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가능한 사람을 많이 쓰는 기술을 채용해야 한다. 비용절감을 위해 미국이나 캐나다의 공항처럼 사람을 줄이지 말고, 사람을 많이 쓰는 방식을 채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규직을 고집하는 것은 이제 사치가 되고 있다. 기업은 가능한 사람을 많이 쓰고, 노총은 정규직을 고집하지 않도록 노총과 경총이 대타협을 했으면 한다.

김승욱 중앙대 교수 경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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