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라도 내맘대로"-"머리 풀리면 무방비"

2012. 1. 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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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학교, 두발자유 '한랭전선'

"인권침해, 맞다-아니다"

학생-교사·학부모 '극과 극'

자유화땐 갈등 줄어 의견도

"두발이 자유화되어서 친구들은 축제 분위기예요."

서울 ㅂ중학교 2학년 ㅇ(15)군은 서울학생인권조례 시행으로 가능해진 두발 전면 자유를 크게 환영했다. ㅇ군의 학교는 앞머리는 눈썹 위까지, 뒷머리는 3㎝까지만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염색·파마는 금지했다. ㅇ군은 "두발 단속 규정 때문에 답답했는데, 규제가 풀려서 속이 후련하다"며 "이젠 내 개성대로 멋있게 하고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공포된 서울학생인권조례의 내용 가운데 학생들의 체감도가 가장 높은 것은 머리 길이는 물론 염색·파마의 제한을 없앤 두발자유 조항이다.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해 6월 중고생 38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5.5%가 두발·복장 제한이 인권을 침해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교사와 학부모들은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어, 시행 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이다. 지윤섭 서울 영훈고 교사는 "학생들이 인권조례를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두발 자유화는 자유를 남용하는 신호탄이 되고 교사들의 역할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시행 뒤 머리 길이 제한은 없애고 염색·파마를 부분 허용한 경기 산본공고의 사미경 교사는 "두발 자유화 뒤 두발 문제로 학생들과 실랑이를 하지 않아도 돼 갈등이 크게 줄었다"며 "규제가 없어지니까 학생들이 전보다 여유있게 교사의 지도를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4월 교사 3778명, 중고생 273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인권조례 시행 뒤) 두발·복장 문제로 교사와 갈등이 줄었다'는 데 교사 56.4%, 학생 72.7%가 동의했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는 머리 길이 제한은 없앴으나, 염색·파마는 학교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게 했다.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논리도 여전히 견고하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이은정(44)씨는 "길이는 몰라도 파마·염색까지 허용할 경우, 교복을 벗으면 학생인지 성인인지 구별이 되지 않아 사회가 청소년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며 "머리가 단정해야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지킬 수 있고, 입시를 앞둔 중고생은 머리보다는 학업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 ㄷ고 2학년 김 아무개(18)양은 "두발과 생활·학습 태도는 상관관계가 없다"며 "개성있게 꾸미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건데, 교복도 같은데다 머리까지 똑같이 까만 생머리이면 답답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일부에선 학교 자율에 맡기자는 주장도 나온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과거와 같은 스포츠형 머리 규제로 가서는 안 되겠지만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고 학부모 요구도 있기 때문에 학교별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두발 관련 규정을 정해야지 조례로 일률적으로 허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배경내 집행위원장은 "신체·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 학생의 두발 자유도 무엇으로도 제한할 수 없어야 한다"며 "이 문제를 교사·학생·학부모의 협의에 맡겨두면 학교의 권력구조상 학생 의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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