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퍼머, 좋죠~".. 교사들 "새 학기가 두렵다"

김연주 기자 2012. 1. 30.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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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학생인권조례서 두발 완전 자유화.. 학생 지도 비상

'학생인권조례 통과되면 진짜 핑크핑크한 염색도 허용되는 걸까? ㅋㅋ'

'오~예. 이젠 교실에서 퍼머나 알록달록 염색 머리가 판을 치겠군.'

'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공포! 그럼 나 (개학해서) 학교 갈 때 머리염색 안 풀어도 돼? 퍼머해도 되는 거야?'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에 올라온 학생들의 글이다. 염색이나 퍼머에 대한 학생들의 이런 바람은 당장 오는 3월 신학기부터 현실이 될 전망이다. 지난 26일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공포한 서울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두발(頭髮)과 관련해서는 학교가 전혀 규제하지 못하도록 했고, 복장에 대해서도 상당한 자율을 학생들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염색·퍼머도 학생 마음대로

서울학생인권조례 12조는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복장,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하여서는 아니 된다. 단, 복장에 대해서는 학교 교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서울지역 초·중·고교생들은 머리에 염색이나 퍼머를 마음대로 할 수 있고, 학교는 이를 일절 규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옷(교복 착용 여부 등)은 학교별 교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

현재 서울 1200여개 초·중·고교들 중 상당수는 교칙이나 생활규정 등을 통해 학생들의 염색이나 퍼머, 머리 길이 등을 규제하고 있다. '학생의 신분에 어긋나는 염색과 퍼머 등은 하면 안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교칙에 이런 규제 사항은 넣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교사들은 화장이나 서클렌즈(색을 넣어 눈동자를 더 크게 보이도록 하는 콘택트렌즈), 매니큐어, 가발 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피어싱이나 문신, 가발, 화장, 액세서리 등을 '복장'의 범위에 넣어 제한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화장실에 숨어서 얼굴에 분을 바르고 립글로스를 발라서, 화장품 압수하느라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이젠 생활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교사가 용모 지적하면 인권탄압?

학생인권조례에 따르면 교사가 퍼머, 염색 등을 못하게 하면 '학생인권 탄압'에 해당돼 교사가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예컨대 학생에게 "퍼머를 내일까지 푸는 게 어떨까"라고 의견을 말했는데도, 이에 대해 학생이 "나의 인권을 탄압한 것으로 느꼈다"고 주장하며 교육청에 신고를 할 수 있다. 이후 교육청의 학생인권옹호관이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인권탄압'이라고 판정을 내리면 그 교사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성희롱의 기준처럼 '인권탄압'의 기준도 학생의 주관적 느낌이나 의사를 중시될 경우 논란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일부 학생의 염색이 너무 과도해서 다른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교사가 이 문제를 지적할 경우 학생인권조례 규정대로라면 '인권탄압' 논란이 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용모가 남에게 혐오감을 줄 정도로 심할 경우에도 '교육적 지도'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교육적 지도'의 범위도 애매하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분석이다.

서울 동작구의 한 중학교 이모 교사는 "앞으로 학부모와 자녀 간에도 '머리를 왜 염색을 하느냐' '학교에서 해도 된다는데 엄마가 왜 그러느냐'하고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애들이 염색, 퍼머를 하면 비용을 대는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보다 파격적인 서울학생인권조례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지난해 3월과 지난 1월 각각 먼저 시행된 경기도와 광주광역시보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자율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학생에게 주어진 권리와 책임 사이의 균형을 잃고, 권리에 치우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두발의 길이'에 대해서만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한 데 비해, 서울은 두발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규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의사표현의 자유' 관련 조항에서 '집회의 자유'를 명시한 곳도 서울뿐이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외국의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권리뿐 아니라 남을 존중하는 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열거한 반면,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권리만 열거하고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해선 거의 언급이 없다"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남의 의사를 존중하는 책임의 중요성을 등한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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