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서구 자본주의 실패론 논란

맹찬형 2012. 1. 2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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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 스위스 > =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 25일 스위스 동부 스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 2012년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는 시작부터 서구 자본주의 모델 실패론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란이 벌어졌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첫 토론은 `20세기 자본주의는 21세기 사회에서 실패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열렸다.

토론에 참석한 경제계 리더들 중 일부는 유로존 채무위기와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 중국을 필두로 한 국가 자본주의 모델이 일자리 창출에 더 효과적이라는 현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토론자들은 20세기 서구 자본주의 모델이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회장은 "서구사회는 현재의 경제모델을 개선하는 데 3~4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있다"면서 "만약 지금 당장 경제모델 개선작업을 해내지 못하면 우리는 게임에서 질 것이며, 우리가 오랫동안 의존해 살아왔고 최선의 형태라고 여겨왔던 자본주의는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서구사회는 재정적자를 통제하고 성장 중심 기조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국가 자본주의가 자유방임 자본주의 모델보다 일자리 창출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국가 자본주의는) 서구사회가 바라는, 은퇴 후 삶이 보장되는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샤런 버로우 국제노총 사무총장은 기업과 정부가 새로운 경제모델 개발을 위해 노동자 계급과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로우 사무총장은 "실물 경제를 논의하기 위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며 "금융시장이 우리를 죽이고 있기 때문에 실물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버로우 사무총장은 "우리는 도덕적 나침반을 잃었다"며 "만약 각국 정부가 사회보호에 투자하지 않았을 때 나타날 사회불안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카고 대학 경제학 교수 라구람 라잔은 서구 경제는 20세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부자나라에서는 이미 노동자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라잔 교수는 "정부는 성장률이 높았던 1960년대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약속을 했고, 우리는 산업사회 전반에 걸쳐 복지국가를 만들었다"며 "그런 후에 70년대와 80년대 들어 성장률이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잔 교수는 "영국과 미국 등 몇몇 나라들은 탈규제를 통해 성장을 되살리려 노력했고 한동안 효과가 있었다"며 "하지만 산업사회에서 전반적인 성장은 약속됐던 것에 비해 너무 느렸다"고 말했다.

프랑스 통신회사 알카텔-루슨트의 벤 버바이엔 최고경영자(CEO)는 서구사회 시민과 소비자들이 세계화의 장점을 누리는 동시에 그에 따른 일자리 부족 등 부정적 결과물로부터 보호해줄 것을 정부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바이엔 CEO는 "소비자들은 식료품점에 가서 쇼핑백 두 개를 세계화로 가득 채운 채 가게를 떠난다"며 "그런 후 정부를 향해 돌아서서 `우리를 이런 결과로부터 보호해달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버바이엔 CEO는 "불편한 진실은 우리가 환상에서 깨어나 채워지지 않는 약속들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라며, "개혁은 기업이나 탐욕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에도 필요하다. 왜 유럽 (지도자들)은 당연히 맞닥뜨릴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데 2년이나 걸렸나"라고 정치 지도자들에 책임을 돌렸다.

버바이엔 CEO는 "지금 우리는 이곳 다보스에서 파멸과 침울함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만약 우리가 오늘 브라질에 있었다면 젊은이들에게 상당히 다른 전망을 가진 세계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신흥경제국과 서구 선진국이 서로 다른 현실에 직면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반(反) 세계화 시위대가 다보스 외곽에 이글루 캠프를 만들고 `다보스 점령' 시위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는 이밖에도 `자본주의 재조정', `세계화는 경제적 정치적 한계에 도달했나' 등 무거운 주제의 토론이 예정돼있다.

한편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수많은 지도자들이 자기 나라에서 경제적, 정치적 위기에 맞서 싸우느라 참석하지 못하는 바람에 올해 참석자들의 화려함이 예년만 같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세계가 처한 위험은 정치적 리더십이 압도당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mange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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