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법정으로.. 일선학교 혼선 불보듯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의 다툼은 치열한 법리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인권조례를 관보에 게재, 공포를 강행키로 하며 선공에 나섰지만 이주호 교과부 장관도 25일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당장 새 학기부터 인권조례를 적용하려는 학교 현장에서 혼선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후 절차=조례안이 공포되면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오는 3월부터 서울의 모든 초·중·고교는 조례에 따라 학칙을 개정하는 등 조례의 적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교육청도 새 학기 이전에 학교에서 학칙을 개정해야 하므로 여기에 필요한 해설서, 매뉴얼을 상세하게 준비해서 학기 시작 전에 학교에 보낼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 교사들의 학생생활지도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감안해 곽 교육감 지시에 따라 교권 보호 방안에 대한 내용을 조례 수준으로 만들어 3월 개학 이전에 일선 학교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려고 준비 중이다.
하지만 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시교육청이 조례를 공포할 경우 교과부는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학생인권조례가 새 학기부터 시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재의 요구 절차 등을 놓고 양측 간 입장이 팽팽히 엇갈려 법리 다툼의 결과에 따라 인권조례의 앞날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 대응, 법적 공방=이 장관은 곽 교육감이 조례를 공포하는 즉시 조례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조례의 효력이나 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대법원에 신청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법상 교과부 장관은 시도 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돼 교육감에게 재의 요구를 지시했지만 교육감이 이를 따르지 않은 경우 7일 이내에 대법원에 직접 제소 및 집행정지 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시교육청의 철회가 가능한 것인지, 시의회의 철회 동의 과정에 문제는 없는 것인지, 교과부 주장대로 조례가 상위법의 위임 없이 권리·의무를 부과했는지 등 '절차적 하자·위법성 여부'라는 쟁점을 둘러싸고 공방이 예상된다. 지자체가 제정한 조례 등의 적용을 놓고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대법원에 제소한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는 곽 교육감에 대해 재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직무이행 명령을 내리고 거부할 경우 형사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가 조례가 공포가 된 후에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 아래 접기로 했다고 교과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교과부는 조례 시행과 별도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지자체 상호 간에 권한이 누구에게 어느 정도 있는지에 관해 다툼이 생긴 경우 헌법재판소가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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