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강제규 감독이 참 잘한 것, 김인권 발탁

김정환 2012. 1. 1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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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기대 속에 지난해 12월21일 출발한 전쟁 휴먼 블록버스터 '마이웨이'가 끝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고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영화사상 최대인 순제작비 280억원, 약 1175만 관객이 본 '태극기 휘날리며'(2003)를 연출한 강제규(50) 감독의 7년만의 복귀작, 장동건(40) 오다기리 조(36) 판빙빙(31) 등 한·중·일 대표 배우들의 출연,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으로 군복을 바꿔 입으며 제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에 섰던 조선인이라는 특별한 소재 등으로 주목 받은 영화답지 않은 충격적인 패배다.

영화의 실패가 휴머니즘을 표방한 감독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한 관객들의 어리석음 탓이든, 영화도 보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까대기를 해댄 일부 네티즌의 악의 때문이든, 톰 크루즈(50)의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감독 브래드 버드)이라는 강적의 존재로 인한 것이었든,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결과는 결과, 기록은 기록이다.

영화는 비록 길을 잃었어도 배우는 남겼다. 이 영화가 감동이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이나 재미도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이나 한 사람에게 만큼은 만점을 주고 있다. 주인공 '준식'(장동건)의 순진무구한 친구 '종대'로 출발해 비정한 소련군 앞잡이 '안똔'으로 끝맺은 김인권(34)이다.

관객들이 그에게 매료된 것은 놀라울 정도의 '변신' 때문이다. 경성에서 인력거꾼으로 일하던 시절만 해도 전작들의 캐릭터와 별 차이가 없었다. 누구나 '김인권은 이번에도 웃음을 담당하네…'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게다가 일제에 의해 강제 징집돼 몽골 노몬한의 관동군 부대에 배치되고 몇 해가 지났어도 종대는 여전히 소심하고 나약한 모습이어서 그런 섣부른 예측은 더욱 설득력을 가졌다.

그런데 노몬한 전투에서 관동군이 소련군에 패하면서 포로가 된 뒤 180도 달라진다. 이름만 소련식 '안똔'이 된 것이 아니다. '작업반장'이라는 새로운 권력을 내세워 그 동안 자신을 억압했던 일본인은 물론 동포이자 친구인 조선인들에게 대해서까지 악행을 벌인다.

"종대가 평범한 조선 청년이었다면 안똔은 인간의 가장 추악한 면을 보여주는 인물로 해석했어요. 감정 변화가 굉장히 컸지만 두 인물이 결국은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으려 했죠. 아무리 사람이 나빠져도 순수했던 시절의 흔적만은 남겨두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야 현실과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바뀔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장' 효과로 대변되는 종대의 변모된 모습을 너무나도 능수능란하게 표현해서일까. 심지어 한류스타 장동건의 아우라를 능가했다는 평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김인권은 못내 부담스러운 눈치다.

"종대라는 캐릭터가 처음에는 두드러지지 않다가 이야기 진행 속에서 변해가다 보니 주목을 받게 된 것 같네요. 사실 대중은 잘 모르지만 안똔처럼 입체적인 캐릭터나 내지르는 연기는 오히려 쉽답니다. 정말 어려운 것은 준식처럼 단선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와 시종일관 평상심을 유지하는 연기죠. 장동건 형님이 중심을 잘 잡아주신 덕에 제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던 건데요…."

그가 처음부터 종대였던 것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늘 배고픈, 그래서 소련군 식량 창고에서 도둑질을 하다 안똔, 즉 종대에 의해 고발돼 교수형을 당하는 친구 '춘복'이 당초 그의 역할이었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는 춘복이었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니 종대가 욕심이 나더군요. 아마도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탐을 냈을 겁니다. 부러워만 하고 있었는데 결국 제가 하게 됐어요. 강 감독님 작품에 캐스팅된 것만도 기쁜데 꼭 하고 싶었던 역할까지 하게 되다니요. 부담도 됐지만 그토록 바랐던 배역이니만큼 죽기 살기로 빠져들었어요. 일본어 2주, 일본어 대사 1주 공부에 군사훈련 40시간…. 그 뿐만이 아니네요. 일본 문화에 러시아어까지 배웠답니다."

김인권에게 있어 '마이웨이'는 탐스런 캐릭터를 맡아 혼신의 힘을 바쳤다는 것 외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영화다. 바로 그 때문에 '마이웨이'를 마친 뒤 곧바로 설경구(44), 손예진(30), 김상경(40)의 재난 어드벤처 '타워'(감독 김지훈)에 뛰어들어 지난해 11월에 마쳤고, 1월 중순부터는 2010년 '방가? 방가!'를 통해 주연의 길을 열어준 육상효(48) 감독의 코미디 '구국의 강철대오' 촬영을 시작한다. 지난해 코믹 액션 '퀵'(감독 조범구), '마이웨이' 연속 출연에 버금가는 강행군이다.

"촬영이 막 끝날 즈음(2011년 5월) 딸이 태어났어요. 친절한 오다기리 조 형이 '세영'이라고 이름을 짓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그 아이에요. 결혼 8년차인데 결혼식도 아직 올리지 못한 제가 벌써 세 딸의 아빠가 된 거죠. 큰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연기하고 싶어요. 그러기에 큰 작품을 하든, 작은 작품을 하든, 주인공을 하든, 감초 역할을 하든 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연기합니다."

개봉에 앞서 강 감독은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해운대'에서 김인권을 보면서 입체성을 갖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정말 재주가 많다. 사람을 웃기기도 하지만 눈빛으로는 아집과 무서움도 동시에 갖고 있다. 감정의 보폭이 넓은 배우이기 때문에 종대 역에 잘 부합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도 120%를 해줬다"고 격찬했다.

'마이웨이'는 어쩌면 한국 영화사에 실패작으로, 강 감독은 패장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훌륭한 배우를 대중 앞에 소개하는 것도 영화와 감독의 역할이라고 본다면 흥행을 떠나 '마이웨이'와 강 감독은 소임을 훌륭히 다한 셈이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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