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멍든 학교' 탈출구는] 교원단체 '인권논쟁'.. 학교는 책임 떠넘기기.. 길 잃은 '폭력 해법'

2012. 1. 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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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제정 후 폭력 증가"1차 파수꾼 교사 역할 강화해야"

[세계일보]흉포화, 저연령화하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차 파수꾼'인 교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교사·학교는 근무 평점, 학교 이미지 악화 등을 우려해 교내 폭력을 덮거나 축소하는 데에만 급급해 비판을 받고 있다. 교원단체들 또한 '네 탓'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념 공방은 접어두고 해법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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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 생뚱맞은 학생인권 공방

학교폭력 문제를 둘러싸고 보수·진보 간 '학생인권조례' 논란이 불붙고 있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달 20일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폭력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이 교사로부터 당할 수 있는 인권침해 조항과 교사 처벌 근거만을 담고 있어 교권을 추락시켰고, 이 때문에 교사는 학교폭력을 발견하더라도 적극 개입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도 내 학교폭력은 학생인권조례 제정(2010년 10월)을 계기로 급증하는 추세다. 경기교육청에 따르면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심의건수는 2009학년도 1308건에서 2010학년도 2014건으로 1.5배 늘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2011학년도의 경우 지난달까지 보고된 심의건수는 1900여건"이라며 "폭력 심의 보고가 통상 새학기 직전인 2월에 집중적으로 올라오는 점을 감안하면 2011학년도 폭력건수는 전 학년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교폭력을 교권 추락과 연결짓는 것은 '억지'라며 학생인권조례는 오히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해법이라고 반박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학생 간 폭력도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진보진영은 경기 등의 학교폭력이 증가하는 것도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초기에는 학생들의 인권의식이 향상되면서 교내 폭력에 대한 신고도 활발해지는데, 경기가 그 같은 사례라는 것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환부를 도려내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까지는 학교장들이 학교 이미지 및 평가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만을 고려해 '환부 덮기'에만 급급했다"고 강조했다.

◆보·혁 인권 공방으로 사태 본질 흐려질까 우려

교원단체의 이 같은 공방에 많은 이들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교사들이 보·혁으로 나뉘어 이념공방에만 몰두한다면 학교폭력의 본질은 흐려지고 구체적 해법 논의는 요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장석웅 위원장이 최근 학교폭력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전교조가 실천적 노력을 하지 않고 그동안 대체 뭘했는가 하는 점을 깊이 받아들인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대 교원단체가 교권이나 인권 대신 추락한 교단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사실 학교폭력이 학생들의 자살 사태로까지 비화한 데는 무엇보다 교사들의 '직무 방기'가 1차요인 아니냐"고 비판했다. 충북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문재현 소장은 "피해학생이 담임교사를 찾는다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의 절박함일 텐데 교사들이 과연 이 같은 심정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최근 '폭력사건에 대한 학교 신고 여부'를 조사한 결과 미신고 학생 496명 가운데 76명(15.3%)은 '학교에 대한 불신'을 들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교원들의 '반성'과 '소명'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학교 또는 교사에 대한 평가가 주로 수업 및 학력 신장 쪽에 맞춰져 있는 만큼 교사가 학생 생활지도 등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성남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가 폭력 발생 직후 가·피해 학생들에게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의 역할을 '신고자'로만 한정짓고 있는 학교폭력예방법을 바꿔 교사에게 1차 중재권을 주자는 제안이다.

정부 역시 교사들의 폭력 중재권에 대한 법적인 보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학교 내에서의 교육적 해결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갖고 있는 독일은 폭력 발생 초기부터 담임교사에게 가·피해 학생에 대한 상담 및 처분권 등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교사가 가·피해 학생 상담 및 중재, 나아가 적절한 조치까지 주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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