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폭력 실태조사 하고도 '일진회' 존재 몰랐다는 학교

여주 | 최인진 기자 2012. 1. 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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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서 중학생 4명 영장

2년 가까이 후배들을 상습 폭행하고 돈을 빼앗는가 하면 가출 여중생을 성폭행까지 한 학교폭력조직 '일진회' 학생 2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학교는 매달 전교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나 학부모들이 피해를 주장할 때까지 일진회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2월 중순 경기 여주군 ㄱ중학교 인근 야산. 이 학교 일진회 '짱'으로 소문난 ㄴ군(15)은 같은 학교 1학년인 ㄷ군(13)을 불러 "돈을 모아 오라"고 협박했다. ㄷ군은 3학년생으로 구성된 일진회로부터 당할 폭력이 두려워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 돈을 걷기 시작했다. ㄷ군은 이날 하루 종일 걷은 돈 10만원을 ㄴ군에게 전달했다. ㄷ군은 경찰에서 "일진회 선배들에게 잘못 걸리면 등하굣길에 폭행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 안에서도 왕따(집단따돌림)를 당해 상납할 수밖에 없었다"며 "숫자가 많고 후환이 두려워 담임교사나 학교에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ㄴ군 등이 이런 방식으로 뜯어낸 돈은 적을 때는 5만원, 많을 때는 30만원이나 됐다. 돈을 뜯긴 학생은 주로 1·2학년생이었다. ㄴ군 등은 지난해 11월까지 이 학교 학생 43명으로부터 61차례에 걸쳐 260만원을 빼앗았다.

이들은 말을 듣지 않거나, 폭행당했다는 말을 소문낸 학생은 하굣길에 골목으로 불러내 '머리박기' 등 기합을 주거나 집단 폭행했다. 지난해 9월 말에는 한 일진회 회원의 여자친구에 대해 나쁜 소문을 내고 다닌다는 이유로 같은 학교 후배 10명을 여주공설운동장 뒤편 야산으로 불러냈다. ㄴ군 등은 10명을 일렬로 세워놓고 얼굴·가슴 등을 무차별적으로 때렸다.

이들은 특히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후배들에게는 '기절놀이(숨을 멈추게 하고 가슴을 눌러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집단 폭행해 깨어나게 하는 방법)'를 하는 등 목숨을 담보로 하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가출한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하기도 했다. ㄴ군 등 6명은 지난해 11월 초 여주군 ㄹ초등학교 운동장 등에서 가출한 여중생 2명을 성폭행하고 범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성폭행하는 것을 자랑하려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후배 남학생 7명에게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끼도록 자위행위를 강요했다.

학교를 무대로 폭력과 성폭행까지 서슴지 않았던 이 학교 일진회의 실체는 폭력행위가 시작된 지 10개월이나 지난 지난해 11월쯤 피해 학생 학부모들이 학교로 찾아와 자녀들의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 학생들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고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기도 해 형사들조차 업무가 집중이 안될 정도였다"면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고 말했다.

경기 여주경찰서는 4일 ㄴ군 등 4명을 공갈·갈취·성폭력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ㅁ군(15) 등 1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입건된 22명에는 고교생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ㄴ군은 특수절도 등 전과 7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들은 "ㄱ중학교의 허술한 학생지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학교는 수년 전부터 학교폭력 예방 및 실태 파악을 위해 매달 전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왔다. 학교 측은 그러나 지난해 2월부터 저질러진 '일진' 학생들의 지속적인 비행을 파악하지 못했다.

<여주 |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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