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없는 미래 세대.. '분노 폭발'

홍제표 2012. 1. 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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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2030의 좌절과 희망②] 한국 젊은이들의 스트레스 '위험수위'

[CBS 홍제표·이대희 기자]

만성화된 청년실업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짓누르는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 없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지금의 20,30대는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한다. 평생 열심히 일해도 윗 세대들이 쌓아올린 사회적 지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분노와 절망은 급기야 결혼과 출산 포기로 이어져 사회의 영속성마저 위협하고 있다.2030세대는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에서 집단적 의사를 표출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 이전의 청년세대들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깨우치고 조직화하며 활로를 찾아나선 것이다. '정치의 해' 2012년을 맞아 어느 때보다 이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2030세대의 문제를 2일~5일 4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저당 잡힌 청춘…결혼도 출산도 사치 2. 미래 없는 미래 세대…분노 폭발3. 세대 갈등에 사회통합 멍든다4. 쫄지마 2030! 정치세력화 꿈틀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

개그맨 박성광은 지난 2009년 KBS 개그 프로그램에 나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며 이렇게 외쳤다.

2030세대의 분노를 함축한 이 유행어는 곧 폭발적인 공감을 얻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코너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며 딴지를 걸기도 했다.

박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정치인이 뭐라고 하니 신기하기도 했다"면서 "정말 속 시원하고 공감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3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이 유행어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청년들의 좌절과 분노는 오히려 임계점까지 끓어오르고 있다.

출로가 보이지 않는 절망감은 때론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0년 4월 고려대 김예슬(26) 씨가 "대학을 거부한다"며 자퇴를 선언한데 이어 서울대 유윤종(24), 연세대 장혜영(25·여) 씨도 '명문대' 간판을 스스로 떼버렸다.

물론 예전에도 여러 이유로 대학을 중퇴한 사례는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선망의 대상으로 불리는 소위 'SKY' 출신들의 잇단 기득권 포기는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들에 비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덜 받았지만 더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부류도 있다.

'대학입시 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투명가방끈)에 소속된 대학생 34명과 고3 수험생 21명은 지난해 대입수능일에 각각 대학 자퇴와 수능 거부를 선언했다.

이들의 거부 사유는 "경쟁에 뛰어들어 남을 짓밟는 대신 스스로 거부자의 길을 택한다"였다.

◇ "당신들이 고통 받은 길, 왜 우리에게도 강요하는가"

이 단체 소속 김서린(25.여.단국대 법학과 자퇴) 씨는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안에서 그들조차 고통 받고 있으면서 그걸 아랫세대에 강요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 세대에 대해서도 "가장 슬픈 건, 청년들에게 이미 기성세대의 구조가 내재화됐다는 점"이라면서 "문제의 중심에 있지만 '나는 어리니까', '나는 모르니까'라고 수동적으로 반응한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수능시험 거부자인 난다(21. 여) 씨는 "낮은 평가를 받는 대학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더라도 결국 돈은 돈대로 들면서 인정도 받지 못한다면 차라리 (대학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 거부 선언을 할 때 언론에서 인터뷰 1순위로 서울대 자퇴생을 찾는 걸 보면서 정말 이 사회가 너무나도 학벌사회구나 하는 걸 다시금 느꼈다"며 기성 사회질서에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장래가 보장된 듯 보이는 카이스트 대학생들조차 지난해 초 잇따라 4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보면 한국 젊은이들의 전반적인 스트레스는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지난해 유엔경제사회국(UNDESA)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청년 사망률 1위 국가였고 사망의 첫째 원인은 자살이었다. 따지고 보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사회 재생산 시스템에 대한 무언의 항거로 읽혀진다.

◇ 위 아래로 치이는 샌드위치 신세...미래도 불투명

문제는 지금과 같은 사회 구조가 지속된다면 미래 세대인 2030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일자리 부족으로 기성세대보다 출발점 자체가 늦은데다 평생 고용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택 구입 등 자산 형성 면에서도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고령화 추세로 윗세대들의 발언권은 강화돼 이들에 대한 부양 책임까지 짊어져야할 형편이다.

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경제활동 인구는 2000년 현재 9명이지만 2020~2030년에는 3명으로 줄어들어 부담이 3배로 급증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부교수(인구학)는 "객관적으로 2030세대는 취업이나 진학, 결혼, 출산 등에서 이전 세대에 비해 열악한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또 "과연 2030세대에게 집 살 여력이 있느냐 하면 절대 불가능하다"면서 "집도 없고 직장도 불안정하다보니 혼인도 못하면서 불안정하게 평생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enter@cbs.co.kr

저당 잡힌 청춘… 결혼도 출산도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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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0만 원을 받더라도 오래 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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