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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지사인데.." 김문수 '119 전화' 일파만파

입력 2011.12.28. 22:07 수정 2011.12.28. 22: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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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미나 기자]

"나는 도지사 김문수입니다."

2분 남짓한 녹음파일에서 자신이 '김문수 경기도지사'라 밝힌 남성이 되풀이한 말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전화에 응대를 소홀히 한 남양주소방서 119 상황실 근무자가 인사조치된 가운데, 당시의 상황을 녹음한 음성 파일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두 개의 음성파일, 어떤 내용 담겼나

28일 인터넷에 돌고 있는 파일은 총 2개로, 각각 2분 8초와 1분 4초간의 통화 내용이 녹음되어 있다. 2분 8초짜리 음성 녹음 파일을 살펴보면, 상황실 근무자가 "남양주 소방서입니다"라고 말하자 김 지사가 "나는 도지사 김문수입니다"라고 답한다. 근무자가 다시 "소방서입니다, 말씀하십시오"라고 말하자 김 지사는 "도지사 김문수입니다"를 반복한다. 이에 근무자가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하신 건데요"라고 묻자 김 지사는 "내가 도지산데, 거기 이름이 누구요?"라고 근무자의 관등성명을 요구한다.

파일의 나머지 부분도 위에 언급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근무자는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하셨느냐"고 계속 묻고, 김 지사는 "내가 도지사라는데, 지금 거기에 안 들리느냐", "도지사가 누구냐고 이름을 묻는데 답을 안 해?"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낸다.

1분 4초짜리인 두 번째 파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 또 다른 상황실 근무자가 전화를 받자 김문수 지사는 "내가 경기도지사 김문수입니다"로 시작해 "아까 전화 받던 사람 관등성명 좀 이야기해 보라, 지금 받는 사람 맞느냐"고 묻는다. 근무자가 자신이 첫 번째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말하자 재차 김 지사는 이 근무자의 관등성명을 요구한다. 근무자의관등성명을 들은 김 지사는 "지금 119로 전화하셨지 않느냐,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느냐"는 근무자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지사입니다"라고 말하고는 "알겠어요, 끊어요"라며 전화를 끊는다.

진중권 "소방서가 도지사 예우하라고 존재하는 영접기관 아냐"

이 내용을 접한 누리꾼들은 '위급한 상황에 전화를 거는 119에 전화를 걸 이유가 없다'며 김 지사를 비판하고 있다. 일반적인 내용을 문의하려면 각 소방서에 할당된 일반전화로 전화를 하면 되지, 119 상황실로 전화를 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중 일부는 김 지사의 통화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8일 오후 9시 기준으로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는 '김문수'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패러디한 이미지 파일과 각종 어록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119는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 곳이 아니다"라고 일갈했고, 문화평론가이자 작가인 진중권 역시 "소방서가 도지사 예우하라고 존재하는 영접기관은 아니"라며 "도지사님이 그저 자신이 도지사임을 확인받고 싶어서 그러잖아도 바쁘고 긴급하게 돌아가는 소방서에 사실상 장난전화를 건 셈"이라고 평했다.

한편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28일 "남양주소방서 근무자는 응급전화 응대관련 근무규정 위반으로 인사 조치를 받은 것이지 도지사의 전화를 잘 못 받아 문책을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응급전화 대응 매뉴얼이라 할 수 있는 '소방공무원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에 따르면, 상황실 근무자는 119전화신고 접수 시 먼저 자신의 관등성명을 밝히고, 신고내용에 대해 성실히 응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자신을 현직 소방관이라 밝힌 한 누리꾼(트위터, @seoul119man)은 "사문화된 지키지도 못할 규정으로 현장 직원들을 옭아매려고 하네요"라며 "신고인사만 20-30초 지나갑니다"라고 반박해, 이번 사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언급한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

SOP 400-1-2 : 상황실 신고접수절차

1.01 목 적

신고자로부터 재난상황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파악함은 물론 신고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02 방 침

상황실에서 전화, 팩스, 인터넷 등을 통해서 신고자로부터 재난상황과 관련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접수시킨다.

1.03 표준운영절차(지침)

1. 수보자는 자신의 소속과 성명을 먼저 밝히고 친절하게 통화한다.

2. 신고자가 재난상황을 6하원칙에 따라 정확하면서도 상세하고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3. 신고자의 성명, 위치, 연락처 등을 파악하고 기록한다.

4. 신고자 스스로가 위험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심신을 안정시키고 대처방법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5. 공황상태에 있는 신고자를 안정시킨다.

6. 신고자가 지속적으로 재난상황을 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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