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의 축구 기행] <끝> EPILOGUE|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며

배진경 2011. 12. 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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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여행이란 일상에서 벗어나는 용기 혹은 익숙함을 벗어던지는 모험이라고들 한다. 동시에 여행이란 일상을 위해, 다시 돌아올 것을 전제하는 약속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또다른 출발선 앞에서 좀더 나은 내일을 다짐해 본다.

*김원일|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

이번 여행의 목표는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었는데, 대성공이다. 뭐든 직접 부딪히고 보니 별 거 아니었다. 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쉬웠다. 미리 겁먹었던 것이 부끄러울 만큼. 낯선 곳을 찾아가는 것도 할 만했다. 아쉬운 것은 외국어 특히 영어 능력이다. 소통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외국인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면 더 큰 세상이 열릴 것 같다. 여행을 통해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뿐만 아니라 은퇴 후의 인생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여행하기 전보다 여행 후에 내 인생의 목표가 더 커졌다. 더 큰 꿈을 품고 살아갈 것이다.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유럽파 선수들을 만났던 것이다. 유럽에서 한국인 축구 선수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 외로움, 음식, 언어, 인종 차별, 시차 등등 싸워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것들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러웠다. 박주호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주던 렌터카 회사의 아저씨, 풀럼 경기장에서 '청용 리'를 외치던 볼턴의 꼬마 팬 모두 잊을 수 없다. 다음에 유럽에 왔을 때는 우리 선수들의 이름이 더 크게 불려졌으면 좋겠다.

해병대 복무와 배낭여행 모두 축구 선수로서는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둘의 공통점은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입는 것, 먹는 것, 자는 것처럼 당연히 누리던 것을 누리지 못할 때 작은 것에도 감사할 수 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좋은 추억을 함께 한 멤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재성이 형, 초콜렛 잃어버려 죄송합니다. 내년에 체육부대로 초코파이 보낼게요. 찬호야, 유럽 진출해서 나 먹여주고 재워주고 축구 보여줘. 청소는 내가 할게. 광훈아, 항상 배 고픈 날 알아주는 건 너뿐이었다. 서울 가면 공기밥 꽉꽉 눌러 세 그릇 먹자.

*조찬호| 내성적이었던 내가 변했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쌓였던 정신적인 피로와 육체적인 고단함이 싹 다 풀렸다. 매년 새로운 시즌을 시작할 즈음 초심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번에는 여행을 통해 그런 계기를 만들었다. 올해의 막바지에 무언가 새로운 일이 시작된 느낌이다. 처음 비행기에 올랐을 때의 기대와 설렘이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그 절정은 프랑스 에트르타에 섰을 때였다. 높은 절벽에 서서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내가 살아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는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원래 사진 찍는 걸 즐겨하지 않고 쑥스러움도 많이 타는 편이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좀더 개방적인 마음을 갖게 됐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 가지 못했던 곳을 가보고 싶고, 또 다른 걸 경험해 보고 싶다. 이렇게 좋은 경험과 추억을 함께 한 여행 멤버 모두에게 고맙다.

*신광훈| 시도하기를 미루는 것은 실수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이었다. 계획했던대로 다 되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게 많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시도하기를 미루는 것은 실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파리에서의 첫날 에펠탑을 보고 시내 관광을 했는데 사실 '다음날 볼까 그 다음날 볼까' 망설이다 나간 것이었다. 다음날 할머니의 부고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만약 그날 보지 않았더라면 내게 파리에서의 추억은 없는 것이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무엇이든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었다. 시도를 미루는 것은 실수다. 지금까지 못했던 것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도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포항에 돌아가면 영어 과외도 받을 생각이다.

축구선수로서도 느낀 점이 많았다. 볼턴-풀럼 경기를 보면서는 한국 선수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K리그 보다 더 재미가 없어서 중간에 나올까 싶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두 경기를 보면서는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관중들이 정말 열정적이었다. 열정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관중석이 아닌 경기장에서 뛰면서 느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동시에 한국에서 내가 너무 안주했던 게 아니었던가 돌아보게 됐다. 어느새 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 선수가 되고 처음 엔트리에 들었을 때 온 가족이 다 기뻐하고 밤새 설레어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내 이름이 올라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감사해서, 하루에 몇 번씩 숙소에 붙어있는 엔트리를 봤었다. 내가 지금 안주할 위치나 실력이 아니라는 걸 느끼면서 다시 한번 초심을 찾게 됐다. 앞으로 열심히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잘' 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을 함께 한 형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고, 좋은 추억을 함께 만들어줘 고맙다. 곧 상무에 입대하는 재성이 형이 제대한 뒤 기회가 된다면 또 함께 여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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