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최효종, 결국 최종 승자는?

정덕현 2011. 12. 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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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 더 무서운 건 대중정서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강용석 의원이 결국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예정된 수순이다. 최효종이 개그를 통해 국회의원을 비하했다며 집단모욕죄로 고소한 것이 자신이 여성 아나운서를 성적으로 비하했다는 이유로 아나운서들에게 피소된 집단모욕죄의 부당함을 항변하기 위한 해프닝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속내를 과연 대중들이 몰랐을까. 물론 모르는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낚였다'는 식의 한탄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내가 어떻든, 그래서 '낚였다'는 더러운 기분을 갖게 됐다고 해서 대중들의 반응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현역 정치인이 코미디에 말 그대로 코미디 같은 고소를 건 것이고 거기에 대해 대중들은 지극히 정당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건강한 것이다. 대중들은 불감증이 아니다. 부당한 것에 대해 화를 낼 줄 안다. 대중정서는 살아있다.

법의 판정? 그런 건 본래 서민들의 것이라기보다는 권력을 가진 자들의 것이었다. 돈이 없으면 송사조차 못해보고 당하는 세상이니 '무전유죄' 같은 말이 힘을 얻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것을 법의 잣대로 판단하려는 정치인들이 나온다. 그런데 과연 법이 무죄로 판정했다고 해서 그 사람은 죄가 없는 것인가.

집단모욕죄 적용은 사실 애초부터 애매한 것이었다. 즉 그 속에는 상당한 대중들의 혐오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법이 지정하는 죄가 아니라, 그 밑에 깔려있는 대중정서의 발현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무리 술자리라도 이제 사회에 나갈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한 아나운서 비하발언은 법 적용이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애초부터 집단모욕죄가 성립하느냐 아니면 성립되지 않느냐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상당한 실제적인 벌(상당한 벌금)이 내려지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발언에 대한 대중정서가 가라앉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니 법 적용에 그토록 천착한, 그래서 최효종까지 물고 들어간 강용석 의원의 행동이 적절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애초부터 법보다 무서운 것이 대중정서였고, 그 법조차 대중정서가 반영된 해석이었는데, 굳이 법 적용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싶었다는 것은 어딘지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결국 법적으로는 자신이 생각한대로 된 지 모르겠지만 대중정서는 결코 이러한 그의 얕은 선택을 용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나운서는 모든 걸 다 줘야 한다"는 그 문제의 발언은 어쨌든 대중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최효종을 끌어들이면서 이런 상황은 더더욱 대중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는 지도 모른다. 심지어 정치에 무관심했던 이들도 아나운서들이 제기한 '집단모욕죄'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정치인과 개그맨은 다르지만, 같은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대중들의 지지를 먹고 산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강용석 의원과 그가 끌어들인 최효종 두 사람 중 누가 승자인가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최효종은 더 많은 공감과 지지를 얻어냈고, 강용석 의원은 더 큰 불쾌한 대중정서와 맞닥뜨리게 됐다. 법적인 판결을 얻어내기 위해 한 선량한 개그맨과 서민들의 정서를 이용했다고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대중들의 집단적인 반감에 직면하게 된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까. 대중들이 만일 최효종을 통해 앞으로도 강용석 의원을 계속 떠올리게 된다면 이것은 법보다 무서운 대중정서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게다.

이번 사건을 통해 강용석 의원의 대중정서보다 법을 더 선호하는 모습이 자칫 국회의원 전체의 이미지로 비쳐지지 않을까 저어된다. 만일 그렇다면 이것은 어쩌면 국회의원 전체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으로 이어질 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제 아무리 입법이 본연의 할 일이라도 국회의원들이 너무 법, 법 하지 않고, 대중정서를 더 바라보기를 바란다. 그래야 법도 제대로 세울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의 위치가 대중들의 민심에서 나왔다는 것을 잊지 않는 태도일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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