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큐영화의 진화

2011. 11. 3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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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을 찢는 듯한 기계음과 쇠와 쇠가 맞부딪쳐 튀는 불꽃, 스크린에서 고약한 화약약품 냄새와 숨막힐 듯한 공기가 흘러나올 것만 같은 채석장과 피아노공장, 마네킨 공장을 보여주던 카메라는 갑자기 상담을 하는 의사와 노동자들 사이로 들어가기도 하고, 산업재해에 관한 노동부의 심포지엄 현장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현장을 중계하는 마이크가 카메라에 그대로 드러나는가하면 기계 오작동으로 '삑'하고 난 소리가 편집되지 않고 담기기도 했다. 산업재해 문제를 실험적인 영상과 음향으로 보여준 다큐멘터리 '보라'(감독 이강현, 24일 개봉)다.

조작된 TV맛집의 폐해를 통해 미디어와 산업간의 유착을 그린 '트루맛쇼'(감독 김재환)는 일종의 '함정취재'와 '몰래 카메라' 기법을 사용했다. 오로지 영화촬영 및 취재를 위해 일산 지역에 식당을 연 뒤, 실제 공중파 TV 방송 맛집 프로그램에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 것이다. 제작진이 식당 홍보에 나서자 영화 촬영임을 모르는 관련 홍보사나 브로커가 달려들고 실제 영화 속 식당은 MBC, KBS 등의 프로그램에 소개가 됐다. 영화는 미디어를 매개로 한 검은 커넥션을 사실로 확인했다.

현직 의사인 송윤희 감독은 한 대학병원 진료실 문 앞에 잠복해 환자들이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을 초단위로 재서 일러준다. 첫 환자 31초, 그 다음 22초, 41초, 29초…. 환자 1명당 진찰시간이 평균 '31초'다. "환자들에게 MRI(자기공명영상)를 한번 찍게 하는데 내 월급에 만원씩 더해진다"는 응급실 근무 레지던트의 육성증언도 등장한다. 한 병원 업무과 직원은 "동료 중 어떤 이들은 '모든 환자는 99%가 도둑'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일하기 어렵다고 한다"고 폭로한다. 국내 의료체계의 모순과 병원 영리화의 문제를 지적한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12월 1일 개봉)이다. 이 영화의 생생한 증언과 폭로는 감독이 현직의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내부고발'이다.

이처럼 최근 한국 다큐멘터리영화가 소재와 스타일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인간극장'으로 대표되는 휴먼다큐멘터리나, 시민운동과 결합한 시사 다큐멘터리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다양화하고 있다. '보라'의 경우 산업재해와 노동환경을 다룬 작품이지만 과거 선동적이고 구호적인 폭로 일변도의 방식을 탈피해 영화적인 실험을 보여준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내레이션'을 쓰지 않은 것은 상징적이다. 단일하고 권위적인 목소리로 상징되는 하나의 주제,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메시지를 담기 위한 매체로서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재구성되는 진실을 추구한 셈이다. 때로 스크린 안에서 그대로 노출되는 마이크는 "이것은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을 객석에 환기시킨다. '트루맛쇼'는 '볼링 포 콜롬바인'이나 '화씨 9/11', '식코'에서 보여줬던 마이클 무어 감독 방식의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차용했다. 제작진이 직접 개입하고 기존의 방송 자료을 적극적으로 인용하며 기존의 미디어가 '진실'이라고 오도했던 것들의 허상을 까밝히는 기법이다. 유머와 코미디를 섞어 대중친화적인 화법을 구사했다.

영화감독과 사진작가가 공동으로 작업해 지난 17일 개봉한 길고양이 다큐멘터리 '고양이춤'(감독 윤기형)은 정서적인 터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틸사진과 동영상을 섞고, 때로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기도 한다. 냉정하고 건조한 사실의 기록이라기 보다는 작품 속 화자이자 관찰자가 카메라의 피사체, 다큐멘터리의 대상과 교감한다.

해외에서의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달팽이의 별'(감독 이승준)이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영화제로 꼽히는 암스테르담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시청각 중복 장애인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내년엔 장애인들을 위해 음성해설과 자막을 넣은 '배리어프리' 영화로 개봉할 예정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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