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론리 플래닛 창업자 토니 휠러씨
"제주올레 아름다운 해안선 인상적"
(서귀포=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 "천천히 길을 걸으면 사람들과 함께 할 기회가 많고, 사물을 더 가까이 볼 수 있죠. 저 역시 일주일에 한 번 걷는 것을 원칙으로 정할 만큼 걷는데 아주 열정적인 사람입니다."
여행전문서 '론리 플래닛'의 창업자이자 여행전문가인 토니 휠러(Tony Wheelerㆍ65)씨는 7일 "지난달 네팔에서 2주 동안 걸었고, 어제도 아내와 함께 제주올레 8코스를 걸었다"며 걷기 예찬론을 늘어놨다.
이날 개막한 '2011 월드 트레일 콘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 제주에 온 그는 '지구를 걷다(Walking this planet)'를 주제로 세계 곳곳을 걸어서 여행하며 얻은 자신의 경험을 청중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다음은 휠러씨와의 일문일답.
--제주올레를 걸은 소감은.
▲하루 걸었기 때문에 아직 뭐라 말하기 이르지 않나 싶다. 시간을 두고 걸으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해안선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트레일은 갑자기 눈앞에 떠오르는 놀라운 경관을 가지고 있는데 어제 걸었던 코스에도 그런 곳이 몇 군데 있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니 바다 등 풍광이 한꺼번에 보였고, 해변을 따라 바위가 있던 곳은 북부 아일랜드의 돌기둥 숲을 연상시켰다. 걷다 보니 배가 고파서 길에서 국수를 먹었는데 그것도 참 좋았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좀 더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길눈이 밝은 편인데 화살표를 잘못 봐서인지 갈림길에서 몇 번 길을 잃기도 했다.
--한국은 몇 번째 방문인가.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두번째 방문에서는 서울, 부산을 거쳐 동해안을 따라 여행했다. 북한도 간 적이 있는데 내가 가본 곳 중 가장 이상한 나라였다. (웃음) 이 나라가 과연 계속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반면 한국사람들은 친근하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여행을 하는 한국인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다. 특히 1988년 이후 혼자 여행을 다니는 '독립 여행자'가 많이 는 것이 사실이다. 관광은 오늘날 매우 중요한 산업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다.
--걷기가 유행하는 이유를 어떻게 보나.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이 너무 빠르다. 하지만 걷는 것은 한 발짝씩 발걸음을 옮겨야만 가능한 것이다. 걸으면 사람들과 함께 할 기회가 많다. 서로 인사를 건네며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또 천천히 걸으면 사물을 더 가까이 볼 수 있고 그 아름다움에 대해 놀라게 된다. 비행기나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 산이나 계곡, 사막을 걸을 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걸어서만 갈 수 있는 곳도 있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산티아고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일의 발표자가 참석해 흥미를 느꼈다. 앞으로 2∼3일 동안 올레코스 2개 정도를 더 걸을 예정이다.
--트레일의 인기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도 있다.
▲동의할 수 없다.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은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걷는 것은 자동차나 비행기 등 다른 방식의 여행에 비해 훨씬 온화한 방식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오히려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걸으며 자연에 대한 존경을 갖게 되고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이득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전문가로서 제주를 홍보한다면.
▲제주는 호주 태즈메이니아와 매우 비슷해 흥미롭다. 사람들이 태즈메이니아를 가기 위해 호주를 가는 것이 아니라 호주를 갔다가 태즈메이니아를 가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우리를 무시하냐'며 불평하기도 한다. 전략적인 면에서 한국에 도착한 사람들이 제주를 오게끔 유인하는 방법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주에 오면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것을 봤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고, 그중에 하나가 올레 걷기라고 생각한다.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대해 알고 있나.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말하기가 곤란하다.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것 같았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를 주관하는 스위스의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 재단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투표 캠페인을 하기 전에 한국이나 제주가 공정성 등을 점검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세븐원더스 재단에 대해서는 나중에 찾아보겠다.
--요즘도 계속 여행하고 있나.
▲올초 BBC 월드와이드사에 론리 플래닛을 매각했지만 아직도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잡지에 칼럼을 쓰는 등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다음 호에는 제주에 대해 많은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고 싶다. 매해 계획을 세우고 여태까지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을 방문한다. 지난해에는 콩고 등 7개국을 여행했다. 일년의 반은 호주에서 살고 있다. 최근에는 호주 북부에서 3천년 정도된, 원주민과 관련된 바위를 발견해 헬기를 타고 찾아다니느라 바쁘다. 다음번에는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 같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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