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스페인노트] 끊임없는 '스타 배출'.. 바르사 비밀을 파헤치다

한준 2011. 11. 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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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바르셀로나(스페인)] 한준 기자= 라 마시아(La masia)는 스페인어로 농장을 뜻한다. 농경사회가 아닌 21세기에 와서는 본래의 의미로 단어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축구 팬들 사이에 라 마시아는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유소년 합숙 훈련 시설, '축구농장'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바르사가 내용과 결과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천하무적 팀으로 거듭나면서 한국 축구 팬들에게도 '라 마시아'라는 스페인어가 더 이상 생경하지 않다. 라 마시아는 전 세계에 분점을 내고 있고, 얼마전 한국에도 축구 학교를 설립했다. 한국 유망주 백승호와 이승우가 바르사 유소년 팀에 입단하면서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르사는 지난 10월 24일 새로운 라 마시아의 개관 기념 행사를 치렀다. 유투브를 통해 생중계된 이날 행사는 바르사의 유명인사들이 모두 모여 화려한 LED쇼와 더불어 성대하게 치러졌다. 본래 캄노우 경기장 근처에 있었던 오래된 라 마시아를 헐고 1군 선수들의 훈련 시설인 시우타트 에스포르티바 내부에 '뉴 라 마시아'가 신설됐다.

▲ 새롭게 출범한 라 마시아, 오리올 토르트 센터

새로운 라 마시아는 6,000평방미터 규모에 5층짜리 건물이다. 2009년 12월부터 2011년 7월까지 19개월에 걸친 공사 기간에 1,000만 유로에 가까운 공사비가 들었다. 캄노우 경기장 근처에 있는 예전 라 마시아는 18세기에 지어진 낡은 건물이었다. 규모나 시설 등 모든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 83명의 유소년 선수들이 합숙하며 최고의 축구 교육을 받고, 최고 교사진의 수업과 공부방 운영 등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축구 사관 학교다. 여가 생활과 의료 및 재활을 위한 설비까지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있다. 그 어떤 호텔, 학교, 1군 축구팀의 클럽 하우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높은 수준의 지원을 어린 선수들에게 하고 있다.

게다가 바르셀로나시 외곽에 위치한 산 주안 데스피에 1군팀 훈련을 위한 시우타트 에스포르티바 조안 감페르(The Ciutat Esportiva Joan Gamper)가 생기면서 세계 최고의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1군 팀을 마주할 기회를 잃었던 바르사 유소년 선수들은 자신의 우상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라 마시아의 이름은 오리올 토르트 센터(Centre de Formació Oriol Tort)다. 오리올 토르트는 축구 팬들 사이에 유명한 이름이 아니지만 바르사 축구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라 마시아의 출발에 막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다.

1979년, 바르사에서 선수로 활약하던 요한 크루이프의 요청에 따라 조제프 루이스 누네스 전 바르사 회장이 라 마시아를 건설했다. 라 마시아의 디렉터였던 토르트는 초기에 직접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하기도 했다. 라 마시아를 만든 이후 클럽 100주년이 된 1999년까지 쉼 없이 일해온 토르트는 40년 가까이 바르사에 헌신하며 스타 선수들을 키워냈다. 바르사는 유명한 스타 플레이어나 전 회장의 이름이 아닌 토르트에게 새로운 라 마시아를 헌정하며 가려진 그의 업적을 기렸다.

1군 팀 대부분이 라 마시아 출신 선수로 구성된 바르사가 역대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으며, 그 바르사의 주축들이 월드컵 우승을 이룬 스페인 대표팀의 중심이 됐다. 2010 FIFA 발롱도르 최종 후보 3인을 모두 배출했고,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새로운 축구 스타를 배출하고 있는 라 마시아의 비밀은 무엇일까? 바르셀로나에서 맞은 두 번째 날, 새로운 라 마시아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산 조안 데스피로 향했다.

▲ 이중삼중 철통보안, 라 마시아는 비공개

지하철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산 조안 데스피(San Joan Despi)는 트램이나 경전철로 갈 수 있다. 트램으로는 바르셀로나 1군팀의 캄노우 경기장, 2군팀의 미니 에스타디 경기장과 연결되어 있다. 가는 길에는 택시를 탔다. 산 조안 데스피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 시우타트 에스포르티바에서 현란하게 볼을 주고 받으며 담금질에 나서고 있는 미래의 바르사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르사 미디어 담당관이 빅토리아 플젠과의 챔피언스리그 체코 원정 경기 출장으로 인해 연락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멀리서 나마 열띤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새로운 라 마시아, 오리올 토르트 센터는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다. 건물 밖엔 높은 차단벽이 있고 CCTV와 보안 카메라로 감시되고 있었다. 업무와 기타 작업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외부인들도 카메라를 통해 용무를 확실히 설명한 뒤 출입을 허락 받았다. 밖에서도 훈련장의 모습을 살펴 볼 수 없게 철통보안이 이루어 지고 있었다. 철조망과 높은 외벽 등 이중, 삼중으로 막혀 있어 안에서 어떤 훈련이 이루어 지고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헬기를 동원하지 않는다면 염탐은 불가능하다.

오리올 토르트 센터의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토니 코르테스는 방문을 위해서 클럽의 허가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 인사의 방문은 특별한 행사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추후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다. "보통 1군 팀이 언론 공개 훈련을 할 때 15분 정도 지켜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유소년 팀 같은 경우에는 경기가 있을 때는 취재가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절대적으로 공개를 금하고 있어요. 어린 선수들에 대한 취재와 바르사의 유소년 육성 현장 공개는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르사는 옛 라 마시아 시절부터 아직 여물지 않은 선수들의 이야기가 크게 알려지거나, 바르사 유소년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진짜 비밀을 공개하는 것을 꺼려왔다. 라 마시아는 바르사 측이 공개하는 기본적인 사실 외에 밀도 높은 취재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예상된 일이었지만 씁쓸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워낙 한적한 동네라 택시를 찾아 보기 어려웠다. 스페인어보다 카탈루냐어가 지배적인 동네다. 길을 물어 트램을 타고 돌아왔다.

▲ 도시 전체가 하나의 라 마시아, 카탈루냐의 행복

돌아가는 길에 트램으로 연결되어 있는 캄노우 경기장을 들렀다. 캄노우 경기장은 2군 팀 홈 경기장 미니 에스타디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경기가 있을 날에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캄노우 경기장 인근은 바르사의 최근 경기가 모두 원정 경기로 예정되면서 한산한 모습이다.

하지만 캄노우 경기장 맞은 편에 위치한 훈련장의 유소년 축구 교실에선 바르사 유니폼을 입고 미래의 메시를 꿈꾸는 꼬마 아이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표정도 흐뭇하다. 유소년팀 코치들은 과르디올라 못지 않게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라 마시아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들도 축구로 행복을 얻고 축구로 인생을 즐기며 미래를 꿈꾸고 있다.

라 마시아의 안을 들여다 보지는 못했지만 바르사는 도시 전체가 축구로 꿈꾸고 있는 라 마시아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축구팀을 보유한 도시 바르셀로나의 곳곳에서 바르사를 느낄 수 있다. 블라우그라나(바르사의 상징인 파란색과 붉은색을 뜻하는 카탈루냐어)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축구를 하고, 조깅을 하고, 쇼핑을 하는 모습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세계 최고의 축구팀을 보유했다는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카탈루냐의 주지사 아르투르 마스는 새로운 라 마시아의 개장 행사에서 "바르사는 라 마시아 프로젝트와 같은 일로 긴 클럽의 역사 속에 카탈루냐에 뿌리가 되는 역할을 해왔다. 이제 그들은 카탈루냐의 훌륭한 외교사절이다"라고 말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에 속해있지만 바르사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바르사는 축구 클럽 그 이상(mes que un club)이고, 축구는 카탈루냐에서 스포츠 그 이상이다. 바르사의 아름다운 축구는 카탈루냐인들에게 삶과 행복의 결정체다. 고된 일정의 교육을 금하는 유럽이지만 카탈루냐가 라 마시아와 같은 축구 사관 학교에 대한 투자와 지지를 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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