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기의 맛있는 영화 이야기] 오늘의 요리 '써니' ①

2011. 10. 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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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하늘 기자] 권남기의 맛있는 영화이야기 - 오늘의 요리 '써니'

주방장 : 권 남 기

오늘의 추천 메뉴 : '써니'

요리 종류 : 코미디/드라마

주재료 : 칠공주, 1980년 대, 전학생, 여고 동창, 우정, 유언장, 춤

♠애피타이저

강형철 감독은 우리에게 '과속 스캔들'이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감독으로 그의 두 번째 작품이 바로 '써니'다. 그는 오랜 기간 단편영화 연출을 비롯해 시나리오 작업으로 경력을 쌓았으며 두 번째 작품 역시 그의 재기 발랄함과 탄탄한 연출력이 엿보인다.

영화 '써니'에는 많은 출연자가 나온다. 내용상 칠공주의 역할은 모두 1인 2역이기 때문에 7명의 아역과 25년의 세월이 흐른 뒤 7명의 성인 연기자가 필요하다. 무려 14명의 연기자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 영화의 캐스팅 과정은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전쟁에 가까웠다고 한다. 14명이라는 여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은 수적으로도 힘든 일이었지만, 가장 고민된 부분은 과거와 현재의 '싱크로율'이었다고. 2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닮아있는 것들, 반대로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너무나 변한 모습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한 사람의 동일한 인격체로서 성향과 외모적인 싱크로율 모두 꼼꼼히 따지며 캐스팅 했다고 한다.

이 영화에는 청순함과 깨끗함의 상징인 유호정, 개성파 배우 진희경, 에너지가 넘치는 홍진희 등 훌륭한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다. 그 중 심은경은 유호정이 성인 역할을 맡은 임나미 역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으며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심은경은 2004년도에 데뷔해서 스무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으며 어린 나이에 비해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첫사랑에 빠진 사랑스러운 소녀의 감정을 잘 표현했으며 막춤과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욕설을 구사하며 개그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메인 요리

며칠 전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 없는 나에게 갑작스러운 당신의 임종은 마치 커다란 톱니바퀴에서 톱니 하나가 빠져 나간 듯 어색하고 삐걱거렸다. 3주간 중환자실을 지키며 내 사십 평생 당신을 보았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아버님은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있어서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했다. 아버지가 쓰러지기 전날 마지막 남긴 말은 "남기야, 아빠 잠 좀 푹 잤으면 좋겠다"였다. 그래서일까, 중환자실에서도 내내 잠속에 빠져 있는 아버지를 보며 몇 번이고 되물었다. "아버지 이제 좀 편하세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보며 억장이 무너질 것 같은 슬픔이란 것이 이젠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겠다.

아들이 연출한 두 번째 영화를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한이 되고, 손주를 안겨드리지 못한 것이 한이 되고,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 입관식날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아마 내 기억으로 철들고 나서 아버지를 만져본 것이 처음일 것이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편히 주무세요."

성공한 사업가의 아내이자, 예쁜 딸의 엄마인 나미는 무엇 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무엇인가 2프로 부족하다. 어느 날 엄마 병문안을 간 그녀는 우연히 고교 동창을 만난다.

그녀는 바로 자신과 같은 서클 '써니'의 리더인 춘하다. 그녀는 암 말기 선고를 받고 2달 정도 밖에 안 남은 삶을 살고 있다. 나미는 춘하의 부탁으로 '써니'의 멤버들을 찾아 나서며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진덕여고 자칭 칠공주인 '써니'의 멤버였던 그녀들은 모두 세월의 흐름 속에 변해있었다. 의리짱 춘화는 암선고를 받고, 쌍꺼풀에 목숨 건 못난이 장미는 보험 아줌마가 되어 있고, 욕배틀 대표주자 진희는 바람난 남편 때문에 괴로워하고, 괴력의 다구발 문학소녀 금옥은 가난한 시집살림을 하고, 미스코리아를 꿈꾸던 사차원 복희는 술집을 전전하고, 도도한 얼음공주 수지는 행방이 묘연하다.

25년 전 나미는 전라도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을 오게 된다. 어리버리한 전학생인 그녀는 춘하의 도움으로 '써니'의 멤버가 되고, 경쟁 서클인 '소녀시대'와 맞짱 대결에서 걸쭉한 전라도 욕을 펼치며 멤버들에게 인정받게 된다.

그림을 잘 그리고, 소심한 나미는 '써니'의 멤버가 되면서 새로운 자신을 찾게 되고, 첫사랑의 가슴 아린 실연과 추억들을 쌓아간다. '써니' 멤버들은 학교 축제 때 선보일 공연을 준비하지만, 축제 당일 뜻밖의 사고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난 '써니' 멤버들. 비록 장소는 춘하의 영정 사진 앞이고, 얼음공주 수지는 연락이 안됐지만 그녀들은 춘하를 위해 마지막 공연을 펼친다.

< < < 겨울철 언 몸을 따듯하게 녹여주는 어묵탕의 맛 > > >

어설픈 화장을 하고 나미와 수지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신다. 그녀들의 안주는 바로 어묵탕. 서로의 가슴속 오해를 풀어가며 그녀들은 따듯한 화해를 한다. 그때 나미의 손에 들려있는 어묵이 그렇게 먹음직해 보였다. 어린 시절엔 간식거리로, 나이가 들어서는 술안주나 반찬으로 참 많이 먹은 음식이 바로 어묵이다.

오랜 세월 먹어도 질리지 않고, 추운 겨울 마주치게 되면 벌써 언 몸이 녹아질 것 같은 어묵탕의 맛은 바로 영화 '써니'의 모습이다. 감칠맛 나고, 언제 먹어도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바로 그 맛을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다. (사진출처: 영화 '써니' 스틸컷)

■글: 권남기(영화감독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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