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반복되는 '사저 구설수'.. 지지율 낮을수록 '낮은 집' 가야 아방궁 논란 종식

2011. 10. 1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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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사저(私邸) 논란을 거슬러 올라가면 '평화적' 정권교체의 역사와 일치한다. 망명, 사망, 쿠데타 같은 격변 없이 임기를 마친 전두환 전 대통령 때부터 거의 매번 전직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는 구설에 올랐고 정치적 이슈가 됐다.

전 전 대통령은 임기 초였던 1983년 일찌감치 아호를 딴 일해재단을 설립해 퇴임 이후를 준비했다. 경기도 성남 20만평 땅에 지은 일해연구소의 호화 영빈관은 '현대판 아방궁'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비자금 사건으로 번졌다. 임기 말엔 수억원을 들여 서울 연희동 자택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했다. 당시로선 역대 대통령 사저 중 가장 넓어 '연희궁'이란 말이 나왔다.

역시 연희동 자택으로 돌아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소규모 보수공사만 벌여 큰 이슈가 되지 않았으나 김영삼 전 대통령 때 다시 사저 논란이 불거졌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퇴임하면 옛 모습 그대로의 서울 상도동 집에 돌아가겠다"고 말했던 것과 달리, 그는 외환위기 상황에서 8억여원을 들여 사저를 새로 지었다 구설에 올랐다. 당시 청와대는 "집이 낡아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호화판 논란은 계속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서울 동교동 사저를 신축했고 당시 한나라당은 'DJ호화타운'이란 말로 비판했다. 2002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은 "방 8개, 욕실 7개, 거실 3개짜리 저택을 무슨 돈으로 짓는지 밝히라"고 추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울 대신 고향인 경남 봉하마을로 낙향했지만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치열한 사저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농촌의 낮은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면적 비율) 등의 이유로 부지가 1297평이나 되자 한나라당은 "집값 잡겠다던 대통령이 고향에 아방궁을 짓는다"고 비난했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같은 비판을 받고 있다. 상지대 정대화 교수는 역대 정권마다 사저 논란이 되풀이되는 이유를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물러난 대통령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처럼 높은 지지 속에 퇴임한다면 사저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 않을 것"이라며 "집권 후반기면 어김없이 비리와 실정이 불거져 울고 싶은 국민에게 대통령 사저 의혹은 뺨까지 때려주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국민 지지가 낮을수록 대통령의 퇴임 후도 낮은 자세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건 대통령에게 잠재돼 있는 권력에 대한 미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문제의 해법으로 정 교수와 최 소장은 모두 "현재 전직 대통령 예우 법률은 너무 포괄적"이라며 "퇴임 대통령의 거처에 대한 예산, 면적, 시설 등의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행정학과 김태윤 교수는 "역대 사저 논란은 상당 부분 불필요한 정치 공방인 경우가 많았다"며 "정치적 성숙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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