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방송' 신지호, 일본 정부 역사관 옹호?

2011. 10. 1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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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일제시대 강제징용이 자발적?…"봉숭아학당 한나라, 제2 제3의 신지호 있다"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강제징용은 끌려간 자만이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며, 남아있는 가족까지 가정과 가족관계의 파괴라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채 여지 껏 고통 받고 있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11개 단체는 11일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을 또 한 번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일제시대가 남긴 역사적 상처는 사회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가면서 어렵게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의 신중치 못한 발언은 상처로 다가왔다.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 출신인 신지호 의원은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인 박원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 과정에서 박 후보 작은 할아버지가 사할린으로 간 것은 자발적 징용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 논란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 @CBS노컷뉴스

신지호 의원은 1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후보의 작은 할아버지가 1941년 사할린에 간 것은 강제징용이 아니라 기업체의 모집에 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제의 강제징용에 의해 사할린으로 간 게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갔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문제는 신지호 의원의 이러한 발언이 일본정부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신지호 의원은 "일제의 조선인 인력 동원은 1939~41년엔 기업체 모집, 1942~43년엔 조선총독부 알선, '영서'(영장)에 의한 징용은 1944~45년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과거사 관련 시민단체들은 "신 의원의 주장과 달리 징용만이 강제동원이 아니었으며, 1939년 모집 단계부터 강제동원이 이뤄졌다"면서 "일제는 모집단계에서 인원이 부족해지자 할당량을 책정해 강제로 끌고 갔음이 너무나 많은 자료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은 "1943년 10월부터 강제징용이 시작되었다는 발언은, 1943년 이전의 이른바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이나 1941년 이전 살인적인 추위와 가혹한 노동에 시달린 사할린 등지의 강제동원피해자들을 돈 벌러 갔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는 국민징용령 실시 이전은 모두 자발적으로 모집에 응한 것이니 어떠한 법적 책임도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한다면 민족 앞에 공식 사죄할 것이며, 일본의 대변인이라면 조속히 일본으로 돌아가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10월 12일자 34면.

신지호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범야권 후보를 공격하고자 의혹을 제기했지만, 일본정부 역사관 옹호 논란으로 번진 셈이다. 나경원 선거캠프 입장에서는 연이어 터지는 '내우외환' 때문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친일문제로까지 번질 경우 선거에서 큰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일본 자위대 행사 참석 문제를 놓고 입방아에 오른 바 있다. 친일 논란이 불거지는 것 자체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문제는 신지호 의원의 역풍을 자초하는 행동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신지호 의원은 MBC 100분 토론 생방송 'TV토론'에 폭탄주를 먹고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결국 신지호 의원은 나경원 후보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음주방송'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일본 정부 대변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음주방송 파문의 신지호 의원이 반성은커녕 친일역사관까지 동원해서 박원순 후보의 저격수를 자칭하고 나서고 있다. 오히려 나경원 후보를 곤경에 빠트렸다는 점을 돌아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10월 10일자 사설.

신지호 의원은 일본 게이오 대학 정치학 박사로 일본 경단련 21세기 정책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인물이다. 한국에서는 뉴라이트 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했다. 분명한 점은 신지호 의원을 둘러싼 연이은 사건이 나경원 후보는 물론 여권에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일보는 10월 10일 < '음주방송'이 나오는 한나라당 정신상태 > 라는 사설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모르긴 몰라도 그동안 당이 보여준 '봉숭아 학당'모습을 보면 당의 구석구석엔 제2, 제3의 신지호가 숨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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