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에 '잡스'라는 분 알았다면,<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안 썼을 것"

대담 입력 2011. 10. 12. 05:30 수정 2011. 10. 1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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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선배가 '88만원 세대'에게 <6> 장승수 변호사

[머니투데이 대담=유병률 기획취재부장정리=최우영, 이현수 기자][대한민국 대표선배가 '88만원 세대'에게 < 6 > 장승수 변호사]

15년 전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책으로 공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열 받게' 했고 막노동과 가스통, 물수건 배달로 돈을 벌며 서울대 법대에 수석 합격해 수많은 사람들을 또한 눈물 흘리게도 했던 장승수 변호사(41).

궁금했다. 장승수의 집념과 독기가 힘들게 사는 지금 청춘들에게도 통할까. 장승수가 20대에 살았던 것처럼 그렇게 산다면 지금 청춘들의 삶도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IMF 위기가 대한민국의 생존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장승수의 생존방식이 유효할까.

스티브 잡스의 타계 소식이 알려진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로투스 사무실로 그를 찾아간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15년전 책 표지의 앳된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장승수 변호사는 여전했다. 막노동하면서 공부할 때처럼, 출근해서 단 1초도 딴 짓 않고 일에 몰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딱 쉰 살까지만 변호사를 하고, 다시 온 정신을 몰입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쉰 살을 넘은 나이에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을 말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졌다는 말, 그것 거짓말입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딱 장승수를 두고 한 말 같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부터 그의 집은 찢어지게 가난해졌다. 대학진학은 생각조차 못한 채 식당을 돌아다니며 물수건을 배달하고, 가스통을 돌리며 돈을 벌었다.

하지만 대학 다니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드는 열등감 때문에 그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보란 듯이 서울대 법대를 가겠다고. 그래서 그는 1년 중 일정기간은 막노동으로 돈을 벌고, 나머지는 입시에 집중했다. 5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러던 그가 서울대 인문계열을 수석으로 입학했으니, 개천에서 진짜 용이 난 셈이었다. 그러나 이런 장승수식 자수성가는 이제 불가능해진 것이 아닐까. 청춘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졌다는 말, 누군가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것 같아요. 그런 냄새가 자꾸 나요. 돈 없는 집 애들은 꿈도 꾸지 못하게 하려고 말이죠. 왜냐하면 돈 없는 집 애들까지 꿈꾸고 덤비면 자신들이 위험하니깐 말입니다."

장 변호사는 오히려 "개천에서 용 나기가 더 쉬워진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옛날에는 영어공부를 하려고 해도 비싼 과외선생이 있어야 했는데, 지금은 인터넷만 있어도 되는 것 아닙니까. 오히려 기회는 더 많아진 것 아닌가요. 가난하고 지치고 힘들수록 더 악착같이 꿈을 꿔야 하는데, 쉽게 포기해버리니깐 그게 안타까운 거죠. 사회에 나와서 보니깐 성공하는 방법은 정말 다양한데 말이죠."

집념과 독기의 장승수식 자수성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 아니 오히려 더 잘 먹힐 거라는 것, 다만 그 경로만 달라졌을 뿐이라는 게 그의 여전한 결론이었다.

◇"20대에 잡스라는 분만 알았어도, 서울대 가려고 발버둥치진 않았을 것"

기자는 다시 따져 물었다. '(장 변호사가) 등록금에 허덕이고 취업난에 허덕이고 꿈조차 꿀 수 없는 20대를 보면 그런 얘기를 쉽게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 잠시 수긍하는 듯하더니 그는 스티브 잡스 얘기를 꺼냈다.

"오늘 잡스라는 분이 돌아가셨는데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론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해봐요. 아이폰이라는 것도 실은 세상에 이미 다 있던 부속과 아이템을 조합한 것 아닙니까. 세상에 있던 것을 다르게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면 별 게 아닐 수 있다는 거예요."

그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에 대한 얘기도 했다. "저커버그를 소재로 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을 본 적이 있어요.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는 저커버그가 친구들 아이디어를 도용한 게 맞거든요. 윈도도 빌 게이츠가 처음 만든 게 아니잖아요. 대단한 건 맞는데, 다들 다른 누구 것 가져온 거 아닙니까. 사실 저같이 머리 나쁜 놈도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걔들도 '짜깁기'인데 우리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장승수가 20대에게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었던 것 같다. "잡스라는 분을 요즘 젊은 친구들이 보면 무지무지하게 힘이 날 것같은데요. 제가 만일 스무살 때 잡스라는 분을 알았다면 인생이 확 달라보였을 겁니다. 서울대 가려고 그렇게 죽기살기로 발버둥치지 않았을 겁니다." 가난의 극한까지 갔던 장승수에게 서울대 법대가 어떤 의미였는지 잘 알기에, 그의 말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1990년대 초반 대구라는 보수적인 사회에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만나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동네 사람들, 친구들이 전부 였죠. 정보도 없고, 꿈을 꾸기도 어려웠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잡스를 봤으면 컴퓨터에 목숨 걸었을 겁니다. 지금 저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갔을 겁니다." '꿈 꾸기가 더 쉬워졌다'는 그의 말이 와 닿았다. 그런데 꿈만으로 되기는 더 어려워진 것 아닐까.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지구탈출 수준의 노력 후엔 후회도 없다"

"꿈만으로는 왜 안되죠? 그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진짜 꿈이 없기 때문 아닌가요." 한창 식당에 물수건 배달하던 스무살 때 장승수의 꿈은 서울대 1등이었다. "그땐 서울대 1등이 절 지탱했습니다. 1등 하는 꿈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렸죠. 아무리 힘들어도, 1등 해서 서울대 정문에 들어가는 장면만 생각하면 가슴이 '쿵' 해지고 그랬죠. 꿈이라는 건 그것만 생각하는 겁니다."

장승수는 오히려 "수능시험이 다가올수록 '떨어져도 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험 막바지에 가니깐 떨어져도 그렇게 슬플 것 같지 않더라고요. 안되면 노가다하고 살지 뭐, 할만큼 해봤으니깐,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깐, 노가다 해보니깐 별로 힘들지도 않던데 뭐, 오히려 편안해졌어요."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안돼도 괜찮다는 생각까지 들었을까. 그의 표현대로 '지구탈출 수준의 집념과 노력'이라면 후회도 없을 것 같았다.

"정말 에너지 넘쳐 나는 20대인데, 눈물 날 정도로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몰입하면 다 되지 않겠습니까. 용기와 무모함만 있으면 다 되는 것 아닌가요. 안돼도 후회가 없을 만큼 그 정도로 말입니다."

◇"그래도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그렇게 해서 서울대 법대에 들어간 장승수는 어떤 변호사가 되었는지 물어봤다. 1996년 대학에 입학한 장승수는 잠시 대학생활을 즐기기도 했고, 또 잠시 슈퍼플라이급 복싱선수로 뛰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죽기살기로 공부해 2003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생업 팽개치고 무료변론 다니는 변호사는 아니고요. 김앤장에 있는 연수원 동기들보단 많이 법니다. 그렇다고 돈만 밝히는 변호사는 아니에요. 나름대로 기준이 있는데 어려운 사람들은 (수임료를) 20% 덜 받습니다. 변호사하면서 정말 나쁜 놈한테 평생 모은 재산 다 날린 억울한 사람들, 착하게 열심히 살았는데 이상한 놈 나타나 다 빼앗으려는 힘 없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막아주고 지켜줄 때, 그때 그 보람이 가장 큽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약자가 법적으로 구제 받기가 참 힘들어요."

장승수는 여전히 악착같이 살고 있었다. "공부할 때와 똑같습니다. 출근해서 단 1초도 딴 짓 안하고 일만 합니다. 점심도 30분만 먹고, 담배 피울 때도 사건 생각만 합니다. 변호사들 신문 다 보고, 바둑도 두고 그러는데 이 방에서는 그런 것 전혀 없습니다. 밤 11시 퇴근할 때면 옛날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집에 갈 때처럼 뿌듯하게 퇴근하는 거죠."

변호사가 됐으면 좀 여유 있게 살아도 될 텐데 굳이 왜 또 그렇게 살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공부는 게을러지면 내 인생 망치는 것으로 끝나지만 변호사일은 의뢰인 인생까지 망칩니다. 어떤 변호사가 맡아도 결과가 빤히 보이는 사건도 혹시 다르게 접근하면 잘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부담이 장난이 아니에요. 자다가도 새벽에 벌떡벌떡 일어나 베란다에 나가서 담배 한대 피면서 사건 생각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가끔은 날씨 좋을 때 도서관서 책이나 읽었으면 합니다.새삼 느끼는 건데 진짜 공부가 제일 쉬운 것 같아요."

기자는 만약에 살다가 변호사에게 의뢰할 일이라도 생기면 꼭 이 사람에게 맡겨야겠다 싶었다. 내 사건 때문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사람 아닌가. 설사 승소를 못해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았다.

장승수는 "앞으로 딱 10년, 쉰살까지 '빡세게' 살다가 변호사를 그만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시 대학에 갈 수도 있고, 천문학책도 보고싶고 그래요. 노가다할 때 대학가면 이것저것 다해보고 싶은 거랑 똑같은 거죠. 돈도 많이 벌고 싶어요. 대학 들어갔을 때 우리 집 전재산이 1천만원이었는데 한 1천억원은 벌라고 합니다. 그 돈 벌려면 변호사 계속 하면 안되죠."

그는 쉰살 넘어 '쉬고 싶다'도 아니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것도 50살이 넘은 나이에 말이다. 20대가 무얼 못할까 싶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꿈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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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대담=유병률 기획취재부장정리=최우영,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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