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 돈 문제로 타락한 교회 ‘한국판 종교개혁’ 이뤄져야읽음

조운찬 선임기자

기독교단체 심포지엄

‘권사 수백만원, 장로 수천만원’이라는 말이 있다. 개신교 신자가 권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백만원을, 장로가 되기 위해서는 수천만원을 교회에 납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형교회 목회자가 은퇴할 때 수억원대의 퇴직금을 요구하는 것은 관행이 됐다.

지난해 실시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 선거에서는 ‘금권 선거’가 도마에 올랐다. 신임 회장이 선거 때 수십억원을 뿌렸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선거 뒤 한 목사는 ‘돈 봉투를 돌렸다’는 내용의 양심선언을 했다. 오죽했으면 교계 내부에서까지 “오늘날의 한국 교회는 개신교 역사상 가장 타락했다”(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라는 탄식의 목소리가 나왔을까. ‘금권선거’ 논란의 진원지인 한기총은 현재 교계 단체들로부터 해체 요구에 휩싸여 있다.

개신교계의 윤리문제에 쓴소리를 해온 기독교윤리실천(기윤실)이 10일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목회자와 돈’을 주제로 긴급 심포지엄을 연 것은 부패 척결이 개신교의 급선무가 됐다는 교계의 인식 때문이다. 기윤실을 비롯한 기독경영연구원,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목회와신학 등 기독교 단체들이 공동 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한국 교회에 만연한 부패와 타락을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직전의 16세기 유럽 상황에 비유하며 지금이야말로 ‘한국판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목회자와 돈’ 심포지엄에서 박정윤 영남대 교수가 ‘교회와 투자’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10일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목회자와 돈’ 심포지엄에서 박정윤 영남대 교수가 ‘교회와 투자’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기조강연에 나선 이상원 총신대 교수(기독교윤리연구소장)는 “교회의 부패와 타락의 중심에는 항상 성직자가 관련된 돈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면서 “현재 성직자와 관련된 돈 문제를 둘러싼 잘못된 관행이 한국의 교계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일부 목회자들이 돈과 관련해 잘못된 관행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 “우선 목회자들이 마음 속의 탐심을 다스리는 일을 철저하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면서 “목회자는 돈을 멀리해야 하면서도 가일층 커진 호기심과 유혹에 노출돼 있지만 교회를 살리고 성도들을 바른 길로 지도하기 위하여 반드시 돈 문제를 극복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윤 영남대 교수는 ‘교회와 투자’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성경은 재무자원을 낭비하지 말고 투자를 통해 교회 가치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면서 목회자들이 교회 돈으로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을 긍정했다. 박 교수는 다만 “교회 투자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목회자의 윤리성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며 ‘성경적 세계관에 기초한 책임투자’를 강조했다.

‘교회 직분과 돈의 관계’라는 주제를 발표한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교회 내의 지나치게 많은 직분을 교회 타락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성경에서 언급된 교회의 직분은 목사, 장로, 집사 정도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신도 이외에 권찰, 서리집사, 안수집사, 권사, 장로의 수직적 직분으로 서열화돼 있으며 이러한 직분이 권력화돼 있다고 신 목사는 비판했다. 신 목사는 “한국 교회는 교회 건축, 차량 구입 등 교회의 외적 확장을 위해 직분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직분 헌금(직분을 수여받을 때 내는 헌금)을 없애고 불필요한 직분은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호찬 세종대 교수는 한국 교회의 부패와 타락은 교회의 주인에 대한 개념이 불분명한데다 교회의 감독기능이 부재한 데서 비롯됐다고 진단한 뒤 ‘교회 재정은 하나님의 돈이라는 원칙에서 쓰여져야 한다’는 교회 재정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다. 황 교수는 교회에서 사례나 월급을 받는 목회자는 납세의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교회가 수익사업을 할 경우에는 영리법인 등록을 한 뒤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윤실의 한 관계자는 “일부 중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물욕, 성욕, 명예욕의 노예가 되어 한국 교회를 영적으로 병들게 하고 있다”면서 “교회 윤리운동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심포지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목회자 윤리’ 연속 기획 시리즈 중 첫 번째로, 기윤실은 목회자의 성윤리, 정치윤리 등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이어갈 예정이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