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마케팅학 노벨상' 수상 '박충환 美USC 교수'
박충환 미국 남부캘리포니아대(USC) 경영대학원 교수가 29일(현지시간) 마케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소비자심리학 펠로'로 선정됐다.
세계 양대 마케팅학회 중 하나인 소비자심리학회(SCP)는 전 세계 마케팅 전공 연구자들 가운데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학자 1명을 이 펠로로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박 교수는 내년 2월 16~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수상 기념 연설을 할 예정이다.
한국인이 마케팅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 상을 받는 것은 박 교수가 처음이다. 현재까지 모두 약 20명이 이 상을 수상했다. 이 학회 정회원은 약 1000명이다.
박 교수는 기업의 성장에서 제품의 브랜드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연구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비키 모위츠 SCP 회장(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은 이날 선정 사유를 밝히면서 "박 교수가 소비자심리학계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고 소비자의사결정론, 소비자선택이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해서도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1986년 학술지 '마케팅저널(Journal of Marketing)'에 내놓은 박 교수 논문이 대표적인 연구 업적이다. 당시 경영학계에는 제품 브랜드와 기업 성장과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체계가 없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 논문을 통해 학계 처음으로 기업 성장에 도움을 주기 위한 브랜드 관리 전략에 대한 이론을 발표했다.
지난해 마케팅저널에 내놓은 논문도 획기적이었다. 소비자들의 감성적 부문이 어떻게 기업 마케팅과 연계되는지를 연구한 논문이다. 특히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야 기업 성장이나 확장 전략에 도움이 되는지를 규명했다.
박 교수는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의 심리나 감성적인 부문도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소비자들의 감성적 부문을 어떻게 제품 마케팅과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기업 성패도 좌우된다"며 소니를 예로 들었다. 소니는 1990년와 2000년대 초반까지 전자업계 세계 1위 기업이었다. 하지만 주로 품질만 강조해 고객과 감성적 연결고리가 없었다는 것. 이 때문에 삼성전자 등 다른 경쟁사에서 좋은 제품이 나오면 소비자들은 제품을 쉽게 변경했다. 반면 나이키는 '일단 해봐라(Just Do It)'란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워 아주 적극적인 가치관을 가진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녹색병을 사용한 하이네켄맥주도 품질보다는 소비자 감성에 호소한 사례로 소개했다. 디자인이나 색깔 등 심미적 요인도 마케팅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박 교수는 한국 경영학계가 최근 굉장히 발전하고 있다면서도 도약을 위해서는 외국 학계와 더 많이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좀 더 혁신적인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미국 학계와 공동으로 연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문적으로 앞서간 미국 등 선진국 경영학계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 외국에서 논문을 발표한다면 더 좋은 연구 성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그는 한국 기업계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 기업들도 저돌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해 잘 하고 있다"면서도 기업의 비효율성을 단점으로 꼽았다.
그는 "우리 기업들도 아주 훌륭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마케팅에서는 미진한 부분이 많아 성장 전략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성적인 부문이나 제품의 효용 외 다른 가치를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장단기 전략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박 교수는 "기업들은 단기 중기 장기 등 시기별 전략을 세워놓고 경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장기 전략과 단기 전략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한 박 교수는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피츠버그대학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를 거쳐 1998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USC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 [화보] 가슴라인 훤히 드러낸 신세경…삼촌팬 `올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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