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운 교수 "행복하고 싶다면 파마를 해봐"

2011. 9. 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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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에듀테이너이자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가 2005년 출간했던 '노는 만큼 성공한다'(21세기 북스)의 개정판을 냈다.

이 책 서문에는 두 농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한 농부는 잠시도 쉬지 않고 저녁까지 벼를 베고, 다른 농부는 노래를 부르며 틈틈히 논두렁에서 쉬어가며 일을 한다. 더 많은 볏짚을 베어낸 농부는 콧노래를 부르며 논두렁에서 쉬던 농부다.

왜 그럴까? 그는 쉬는 동안 아프지 않게 허리를 펴고 낫을 갈았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서울 한남동 연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쉬지 않고 벼만 베어내는 농부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386세대는 노는 데 죄책감을 가져.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잖아. 일 없어도 눈치보느라 야근하고, 놀아도 꼭 회사 근처에 있어야 안심해. 놀 줄도 몰라. 룸살롱가서 폭탄주 돌리는게 전부야. 그리고 자기가 그렇게 논 것을 부끄럽다고 숨겨. 그게 행복해?"

김 교수는 놀줄 모르는 386세대가 이끄는 사회는 언젠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 5일제 근무 시행 이후 늘어난 이혼율과 자살률이 대표적인 예. 제대로 된 여가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가' 시간을 '싸움'과 '우울'의 시간으로 잘못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를 몰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야 행복하지. 그래야 삶이 즐겁고 즐거워야 서로 할 말이 많지. 부부이던 친구이던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해야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고 오해도 없어져. 부부는 꼭 휴일에 무엇인가를 같이 해야한다는 생각을 버려. 각자 원하는 일을 하고 행복해져서 돌아온 뒤에 그 기분을 공유하면 더 좋지. 물론 불행할 때도 있어. 어떻게 매일 행복할 수 있나? 그게 인생이지 뭐…"

김 교수는 '수단적 가치에만 치중된 한국사회'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의 은퇴 후 삶에 대해 걱정했다. 그들은 자신을 행복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을 모른 채 주어진 일에만 충실해왔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여가' 시간을 '피로회복 시간' 이상으로 제대로 보내야 더 행복하고 열심히 살 수 있지. 은퇴 후에 원하는 것을 해야하는데, 놀아본 적 없는 한국사람들이 은퇴 후에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김 교수는 주 5일 근무 시행과 함께 실시된 여가 정책의 틀을 마련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나라에서 국민들이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만든 것이다. 평생교육원이나 다양한 바우처 제도 등이 대표적인 예다.

김 교수는 '지친 한국인'들을 위한 몇 가지 해결책을 내놨다.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에게는 '책상 꾸미기'를, 인센티브로 직원들을 유혹하는 사장님에게는 '재미'를 추천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회사야. 그런데 회사는 삭막하지. 사무실 책상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꾸며봐.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쌓여 일하면 기분이 좋은 것은 당연하지. 없던 아이디어도 생길꺼야. 상사 눈치 볼 필요가 없어. 어차피 그들은 당신의 행복에 관심이 없어. 자기 기분은 스스로 행복해지도록 노력해야 해. 상사도 직원들만 보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봐. 구글이나 애플이 앞서가는 것은 'Fun 경영'을 했기 때문이지. 직원들이 회사에 오고 싶게 만드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야."

실제로 그의 연구실에는 흥미로운 것들이 가득했다. '여자와 가슴'을 좋아한다는 김 교수의 연구실 한쪽 벽에는 가장 좋아한다는 그림을 걸어뒀고, 카메라와 책, 음악 등 그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했다.

그의 강의가 인기가 있는 것은 스스로 즐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즐기는 그의 사고는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받고 있다. 그가 쓴 책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쌤앤파커스)는 2009년 출간 이후 2년동안 꾸준히 인기를 얻어 86쇄까지 인쇄돼 25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난 내 글에 항상 감동을 받아. '어떻게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하고 감탄하지.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면 그 정도로 노력과 열정을 다해야해. 그런 자부심을 가져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

김 교수는 스스로 '잘 노는 사람'은 아니라고 전했다. 자신의 인생은 안타까움의 연속이였고, 못 놀았던 것이 '한'이 되었다고. 그는 독일 유학시절 경험담에 대해 고개를 내 저으며 "당시 난 행복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내 인생은 파마 전과 파마 후로 나뉘어져. 처음에는 안하려고 했어. 그런데 파마를 하고 나니까 아저씨 양말에 아저씨 옷이 안 어울리더라고. 그래서 하나 둘 어울리는 편한 옷을 입게되고, 편한 옷에 어울리는 캐주얼한 장소를 찾게 되더라고. 홍대나 편한한 자리에 가는 것이 너무 좋아. 내용이 형식을 규정하는 게 아니라 형식이 내용을 규정할 수 있더라고. 삶을 바꾸는 것은 의외로 쉬울 수도 있어."

☞ 김정운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13년 동안 학위 따기 어렵다는 독일의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문화심리학을 공부하고 독일학생들을 가르치던 사람이 귀국해서는 5000만 국민에게 '놀자'고 소리 높여 외치고 다닌다.

그것도 '여가학'이란 생소한 학문을 내세우며 노는 것에 대해 공부하고 연습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그런데 이 희한한 주장에 대한민국이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대학과 기업과 정부와 방송에서 노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인지라 정작 자신은 제대로 놀 시간이 없는 황당한 지경에 빠져 있다.

2009년 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가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모으자 2005년 발간한 저서 '노는 만큼 성공한다'가 재조명 돼 최근 개정판이 출간됐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 사진 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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