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짝뽕짝~우리의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2011. 9. 8. 1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esc가 만난 '트로트 메들리 4대 천황'

"끼리리~유후!" 북적대는 고속도로 휴게소 한편 스피커에서 정신 쏙 빼놓는 노래 반주가 흘러나온다. 여기, 휴게소는 사실 오래전부터 수많은 트로트계의 '하이웨이 스타'를 배출한 고속도로판 '슈퍼스타케이(K)'다. 게다가 음반 판매량 1000만~3000만장을 넘나드는 '트로트 메들리 4대 천황'도 있다는 사실! esc가 '전설'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제공 각 가수

아들 매니저 된 메들리의 레전드 → 신웅

신웅(59)은 트로트 메들리의 세계에서 전설 가운데 전설이다. 비공식 집계로 3000만장의 음반을 판 그는 여전히 '고속도로 휴게소 음반 판매 1위'라는 타이틀이 함께 따라다닌다. 게다가 최근에는 '부자 트로트 가수'라는 타이틀까지 추가했다.

"지금은 '가수 신웅'으로는 활동을 접었습니다. 그 대신 우리 아들의 프로듀서 겸 매니저, 보컬 선생님, 그리고 때로는 운전기사까지 하고 있지요.(웃음)" 그의 아들은 최근 '잠자는 공주', '시계바늘' 등의 노래를 발표한 젊은 트로트 가수 신유(30)다. 그의 히트곡 가운데 '잠자는 공주'의 작사, '시계바늘'의 작사·작곡은 아버지 신웅이 직접 했다.

<신웅 트롯트 메들리> 등으로 입소문을 탄 그의 음반은 업계에서는 "기네스북에 올라갈 정도로 많이 팔렸다"고 표현한다. "한 음반마다 20곡씩 150번 넘게 발표를 했죠. 3000곡이 넘는 셈인데 대한민국 노래는 거의 다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농담 반으로 집집마다 제 음반 하나 없으면 이상하다 말하던 시절도 있었죠."

지금은 아들을 트로트 가수로 키워낸 '전문가'이지만, 한때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완고한 아버지 때문에 노래의 꿈을 못 꾸고 학교를 마치고 경북 구미의 건전지 만드는 회사를 다녔죠. 그런데 본연의 끼를 못 숨기겠더라고요. 도저히 직장생활이 안 돼서 대구 동명로에서 통기타 공연을 하고 밤업소 무대에 서기 시작했죠." 1979년 트로트 전성기에 서울로 진출한 그는 메들리 음반으로 이름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1985년에는 첫 신곡 '무효'를 발표했다.

그가 메들리의 전설이 된 데에는 노련한 실력 덕이 크다. "노래 20곡을 부르려면 체력과 노래실력이 따라 줘야 합니다. 노래를 잘하고 입을 기막히게 컨트롤하고 감정 표현을 해야 하죠. 저는 5~6시간 동안 한 번에 마쳐서 인정받았던 것 같아요." 요즘 트로트메들리 업계에 대해서는 일침을 놨다. "메들리 음반도 국민 수준에 맞춰 발전해나가야죠. 요즘 가수들 연습도 안 하고, 행사로 돈이나 벌려는 경우가 많아요. 제작자도 음반 제대로 만들고 가수를 잘 발굴해야죠. 그러지 않으면서 메들리 음반 잘 안 나간다고 얘기하면 안 되는 거죠."

준비된 트로트계의 디바 → 김용임

'트로트 4대 천황' 가운데 김용임(47)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가요무대> 등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고 송해의 첫 단독콘서트의 게스트로도 출연한다. 그는 '메들리 여가수의 계보를 잇는 가수'로 평가받기도 한다.

"계보를 잇는다고 할 때마다 기분은 참 좋아요. 시대 흐름 따라 음악도 달라지잖아요. 1980년대 초 김연자, 주현미, 문희옥씨 등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음반을 많이 내면서 메들리가 유행했다는 것도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1984년 <한국방송> 신인가요제에 입상한 그는 처음부터 트로트 가수는 아니었다. "가요제에 나가려고 작곡가에게 받은 '목련'이라는 곡은 발라드곡이었어요. 그때는 이선희풍 발라드가 유행이었죠. 그때 트로트를 선택 안 한 건 지금 생각하면 좀 많이 아쉬워요." 당시 주변에서는 트로트가 어울린다는 권유가 많았지만, 20살 김용임은 괜히 트로트가 하고 싶지 않았다.

트로트 붐을 타고 주현미의 음반 <쌍쌍파티>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그도 뒤따라 메들리에 뛰어들었다. "예전에는 낮게 보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그 음반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죠. 그때마다 감정과 가사를 생각하면서 부를 수 있는 음악이니까요. 저 또한 그런 생각으로 메들리를 해 온 거죠."

3남4녀 가운데 막내딸이었던 그는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 덕에 당시 드물게 '준비된 가수'가 될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 가수가 앞으로는 만능 연예인이 돼야 한다며 어려서 무용·악기·연기학원도 보내주시고, 대학은 무용과를 진학하라고 하셨죠. 하지만 가수가 되려면 매니지먼트 등 또다른 중요한 것들도 있더라고요. 어려서 이런 것들에 좌절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더 열심히 끝까지 가볼 걸 그랬어요.(웃음)"

가을 공연 행사로 정신없는 그는 올해 연말에는 단독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후배 가수들에게도 관심이 많다. "남자 가수 가운데에는 아버지의 역량을 타고난 신유가 눈에 띄어요. 여자 가수는 금잔디요. 같은 가수로 이것저것 가르쳐 주면서 좋은 가수가 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나는야 메들리 카페 여왕 → 김란영

고속도로 음반계에서 '카페 여왕'으로 통하는 김란영(48). 이른바 <김란영 카페 음악>이라고 부르는 '카페 시리즈' 음반으로 유명해진 그는 스스로를 '슬로 메들리' 가수라고 부른다. "1970년대에는 기타를 메고 노래 부르기도 했어요. 흔히들 저를 트로트 가수라고 아시지만, 사실 발라드에 가까운 성인가요를 부르는 가수라는 표현이 맞지요."

인기를 끈 그의 음반은 이른바 7080세대들이 좋아했던 추억의 노래를 메들리로 다시 부른 '리메이크 음반'이 대부분이다. '애모', '립스틱 짙게 바르고', '광화문 연가' 등 시대와 장르를 오간다. <카페 드라이브 뮤직>, <카페 명작>, <디스코 명작>, <발라드 명곡> 등 다양한 이름으로 리메이크 음반을 발표했다. "65집까지 냈어요. 해외 나가 계신 동포나 근로자들이 제 음반을 좋아하셨죠. 리메이크 음반으로 미국 댈러스에서 두번 공연도 하고, 리비아 근로자들이 제 음반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서 나중에 동아건설 한국 본사에서 저를 초청하신 적도 있어요."

시련도 있었다. 데뷔 초 음반을 내주기로 한 음반사가 그와 상의도 없이 몰래 음반을 내다 팔면서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제 신곡은 여러 집이 나왔었는데 전속 계약 불이익 때문에 제대로 제 노래를 부르지도 못했죠. 그래도 최근에 '가인', '살랑살랑' 등 제 노래를 발표했답니다." 현재 메들리 음반 발매와 노래교실 운영을 함께 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꿈도 많다. "기회가 되면 드라마 오에스티(OST), 단독 콘서트도 하고 싶어요. 저는 다시 태어나도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만큼 행복했거든요."

태클 피해 '고속도로 위 스타'까지 → 진성

'공돌이'에서 유랑극단 단원, 그리고 '고속도로 위의 스타'까지…. 진성(45)이 걸어온 '가수의 길'은 험난함 그 자체다. 전북 부안의 가난한 집 출신이었던 그는 10대 시절 지방의 공장을 전전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워왔다. "30년 전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천막 공연하는 유랑극단에 있었죠. 그 뒤 서울 화신·봉래·삼양극장에서 영화와 공연을 함께 하던 '극장쇼'에도 출연했어요. 잘나가는 가수들이 출연하던 리사이틀이 끝나면, 2류 연예인들로 출연진을 바꿔 같은 리사이틀 이름을 달고 떠나는 지방 공연도 했었고요."

그 뒤 우연찮게 메들리 음반에 참여해 유명세를 탔다. 첫 데뷔곡은 한참 뒤인 1992년 발표했다. 어린 시절 창을 배운 그는 노래도 민요의 느낌이 살아 있다. "제 노래를 언뜻 들으면 '나훈아 스타일'이에요. 그래도 키는 제가 더 큽니다.(웃음)"

6년 전 그가 발표했던 노래 '태클을 걸지 마'에는 남모르는 사연도 녹아 있다. "야간업소에서 번 돈으로 집을 샀다가 보증을 잘못 서서 날린 뒤 괴로워하던 때였어요. 막걸리 한 병 들고 부안의 아버지 산소에서 아버지의 환청을 들었죠. '너는 그 계통에 오래 있으면서 누가 태클을 걸길래 그렇게 잘 안되냐?' 순간 번쩍 멜로디와 가사가 떠올라 10분 만에 만든 노래가 바로 '태클을 걸지 마'입니다." 그는 지금도 이 노래를 아버지가 준 선물이라 생각한다.

메들리 가수 20년차인 그는 자부심도 높다. "불과 10여년 전에만 해도 주류 가수들이 저희를 인정 안 했지만, 지금은 아무나 메들리 못하죠. 정말 실력이 있어야 소화할 수 있는 장르거든요. 선후배뿐만 아니라 동료 노래까지 부를 줄 알아야 하기에 저희는 언제나 신곡이 나오면 계속 연습을 합니다."

■ 알아두면 재미나요경부선은 최신곡, 영동선은 19금 노골쏭

올해 한가위 '하이웨이 길보드 차트' 순위는 어떨까? esc가 지난주 전국 곳곳 휴게소 음반 판매대를 찾아가 물어본 결과 '트로트 메들리'의 인기는 여전했다. 또 '세시봉 가수'와 '나는 가수다'의 열풍은 고속도로까지 전해져 이들과 관련한 음반도 비싼 값에도 잘 팔리고 있다는 사실!

경부선

| 대전 신탄진휴게소(서울 방향)에는 트로트 모음집인 <슈퍼스타 명작 베스트>, <별과 함께 3>, 그리고 <김연자 트로트 여왕>이 잘 나갔다. 경북 칠곡휴게소(서울 방향)에서는 <트롯트 국가대표 1+2집>도 많이 팔렸다. 임재범·박정현 등의 노래가 담긴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와 젊은 트로트 가수 신유 1집인 <럭셔리 트로트 오브 신유>도 베스트 5에 꼽혔다. "요즘은 박구윤의 <뿐이고>가 인기 많습니더. 어디 가도 다 이 노래뿐이데예." 이곳 판매대 직원의 말이다. 충북 옥천의 금강휴게소(부산 방향)에는 <세시봉친구들>, <불후의 팝명곡 베스트>, <김란영 cafe 100> 등 40~50대가 찾는 다양한 장르의 음반이 인기였다.

서해안·호남선

| 전북 고창 고인돌휴게소(목포 방향)에서는 <슈퍼스타 명작 베스트>, <별과 함께 3>, <김연자 트로트 여왕>, <박진석 트로트+지루박 1·2>, <논스톱 통기타 I·II(캠프송 모음집)>가 많이 팔렸다. 어르신들은 <김용임 최신 트롯가요>를 많이 찾는다고. 전북 정읍 녹두장군휴게소(논산 방향)에서는 <슈퍼스타 명작 베스트>, <별과 함께 3>, <원음 그대로 명곡 베스트 3·4>가 인기였다.

영동선

| 강원 원주 문막휴게소(강릉 방향)에서는 <김용임 최신 트롯가요>, <트롯트 국가대표 1+2집>을 많이 찾았다. 야한 노랫말이 가득한 <노골쏭> 시리즈도 인기가 높다. 단 19살 이상만 구입 가능. 강원 강릉휴게소(강릉 방향)에서도 메들리 모음집인 <앗싸~관광왔숑!>, <트롯트 국가대표 1+2집> 등이 많이 팔렸다.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