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김영선 겨냥 "곳곳에 병걸린 사람 많아"

2011. 9. 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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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조소영 기자]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는 잔뜩 성이 난 얼굴로 한 편에 서 있는 김영선 의원에게 "정신 차리세요"라고 한자 한자 힘주어 말한다. 이 말을 들은 김 의원은 불만 섞인 얼굴로 회의장을 나갔다.

8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는 홍준표 대표가 전날 교섭단체 연설에서 언급했던 대북정책과 '안철수 바람' 등을 이야기하며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원 최고위원의 발언 이후 분위기는 일순간 고성과 긴장, 당황으로 급반전됐다.

그간 공식회의에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던 원 최고위원은 이날 '안철수신드롬'을 염두에 둔 듯 "한나라당이 여의도 시각에 빠져서 민심을 못보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자성의 말을 안할 수 없어 한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원 최고위원은 "지난 며칠 간 한나라당에서 나온 인식들이 낡은 정치, 소인배 정치, 외통수로 가고 있지 않은가 한다"며 "국민은 감동 받고 박수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옆에서 야유하고 헐뜯고 낡은 이념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철수와 박원순이라는 개인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 무대를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이야기한다"면서 "자신을 외면했고 문 닫아걸고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부결시켰다. 미국에서는 위기 시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겠단 소리가 나오는데 이를 외면하고 딴짓하는 대한민국의 기득권 세력과 그것을 대변하며 정치적 기득권을 가지려는 한나라당에 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 8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회의서 원희룡 최고위원과 김영선 의원이 ´안철수 신드롬´을 놓고 충돌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것이 화근이었다.

이후 착잡한 심정이 묻어나는 말투로 자기혁신과 희생으로 개혁할 것을 주문한 원 최고위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 의원이 발언 마이크를 켰다. 김 의원은 "원 최고위원이 말한 한나라당 개혁에 동의한다"면서 비교적 말을 차분하게 시작했지만 감정이 북받치는 듯 목소리가 떨리고 결국은 큰소리가 났다.

그는 "한나라당이 노력한 모든 것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 고통을 외면하기 위해 했다고 하는 모독적인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나는 강용석 의원 사건 제명안에 대해 찬성했다. 하지만 강용석 의원을 제명하지 않고 출석정지를 시킨 많은 국회의원 생각에 대해 매도하는 것은 그것이야말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매도하는 독단적인 의견이다"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에 대해서 "새로운 지도자상을 만들어낸 것은 맞으나 서울시장을 출마하면서 내 편과 네 편을 갈랐다"고 했다. 이어 다시 원 최고위원에게 화살을 돌려 "안 원장이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고뇌하는 많은 정치인들과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성실하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많은 국민들에게 돌을 던지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셔야 한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나!"라고 분을 참지 못했다.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었다. 당황스런 분위기가 이어지자 홍 대표는 그만 의견을 마치고 김장수 최고위원의 말을 듣자면서 숨을 고르는 듯하더니 "앞으로 개혁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해정치를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김 의원의 편에 서는 듯한 말을 남겼다.

그 후 남경필 최고위원이 다시금 '안철수현상'을 언급하면서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한나라당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변화하느냐에 있다는 생각이다"라고 했으나 분위기는 이미 냉랭했다.

남 최고위원이 말을 마치고 홍 대표는 마이크를 켜지 않은 채 '비공개'에 대해서 말을 흘렸다. 홍 대표는 자꾸 말을 얼버무리더니 비공개 회의를 다음으로 미루겠다는 요지로 다른 의원들에게 말을 건넨 뒤 "마치겠다"면서 자리를 일어나 나가버렸다.

홍 대표가 자리를 뜬 뒤 의원들의 얼굴은 다들 당황스럽고 황망해보였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준비해온 서류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황당하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고, 유승민 최고위원은 일어나 물을 한 컵 마셨다.

이후 원 최고위원과 김 의원은 대화를 하려는 듯 했지만 여전히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듯 울그락불그락한 얼굴들이었다. 결국 김 의원이 먼저 자리를 떴다. 그러자 원 최고위원은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곳곳에 병 걸린 사람이 많아서"라고 말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데일리안 = 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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