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여성' 쌍방폭력 입건 논란

유형근 2011. 8. 3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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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경찰이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정당방위 적용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이 경찰에 쌍방폭력 혐의로 입건돼 반발하고 있다.

30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달 31일 오전 3시10분께 남구 노대동 골목길에서 A(39·여)씨가 B(42)씨로부터 폭행당하는 것을 목격한 주민이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와 B씨를 파출소로 데려간 뒤 B씨의 얼굴에도 상처가 있다는 이유로 두 사람 모두 쌍방폭력 혐의로 조서를 작성했다.

곧바로 남부경찰서로 연행된 A씨는 사건이 남편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사건화 하지 않겠다'고 한 뒤 경찰의 허락을 받고 귀가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이 쌍방폭력으로 공동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여성의전화에 도움을 요청한 뒤 여성의전화 직원과 함께 지난 10일 경찰에 출석했다.

당시 A씨는 경찰에서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남편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에 못이겨 8개월 동안 온갖 변태적인 성폭행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사건 당일에도 B씨가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집으로 올라가는 자신을 일방적으로 끌고가 차안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는 담당 경찰이 '쌍방폭력으로 사건이 접수됐으니 성폭행 사건은 가해자 주소지 경찰서에 따로 고소장을 접수하라'는 말과 함께 자신을 폭력 가해자의 한 사람으로 입건해 검찰에 사건기록을 송치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확인 결과 해당 경찰은 A씨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건 당일 성폭행 피해 사실과 함께 B씨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는데도 이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담당 경찰은 "사건 당일 A씨가 경찰서에서 '사건화를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A씨와 B씨의 몸에 상처가 있어 상해 사건은 수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며 "10여 일이 지난 뒤 조사 과정에서도 A씨가 주장하는 성폭행 관련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A씨가 전부터 있었던 사건과 함께 고소를 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폭행 부분에 대해서만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또 "A씨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를 하고 싶어해 '고소장을 따로 접수해야 한다'는 설명을 했고 이후 강력팀에 사건을 배정하고 담당 형사가 전화를 걸어 성폭력 사건을 고소하려면 여성 경찰관이 있는 원스톱센터에 함께 가주겠다고 했지만 A씨가 연락을 하지 않았다"며 "A씨가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며 언론사에 제보를 했기 때문에 명예훼손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쌍방폭력 사건을 줄이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해당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진술과정에서 쌍방폭력의 원인이 된 성폭행 피해 사실을 언급했는데도 경찰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남경찰청 한 관계자는 "A씨가 사건 당일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면 쌍방폭력으로 입건하는데 무리가 있다"며 "담당 경찰이 왜 쌍방폭력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hgryu7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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