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에게 <혹성탈출>을 권하는 이유

2011. 8. 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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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영화 < 혹성탈출:진화의 시작 >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이하 < 혹성탈출 > )이 늦여름 극장가를 강타했다.

17일 개봉, 보름이 채 안 된 30일 현재까지 200만 명에 육박하는 184만(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관객을 끌어모았다. < 최종병기 활 > 부터 < 블라인드 > < 마당을 나온 암탉 > 까지 충무로 영화들이 점령했던 8월 극장가 박스오피스에 유일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부상한 것이다.

< 혹성탈출 > 의 인기는 평단의 호평이 이어질 때까지만 해도 예상치 못한 분위기였다. 1968년 < 혹성탈출 > 1편을 시작으로 2001년 팀 버튼 감독의 리메이크작까지 총 7편의 영화와 TV 드라마로 소개된 가운데, 본고장 미국에서의 반응은 반세기가 다 되어가는 인지도와 기대치를 감안한다면 짐작 가능한 바였다.

2011년판 < 혹성탈출 > 은 미 박스오피스에서 2주간 1위를 차지하며 4주차까지 1억 4천만 달러를 거둬들였다. 제작비 9800만 달러를 웃돈다. 핵심은 국내에서도 이 이름값이 적중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 혹성탈출 > 의 이 같은 흥행은 물량공세 수준이었던 < 트랜스포머3 > 나 < 쿵푸팬더2 > 의 성적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소재와 이야기, 그리고 기술 3박자가 빛을 발한 < 혹성탈출 >

실상 우리 젊은 관객들에게 < 혹성탈출 > 에 대한 잔상은 팀 버튼의 2001년 작이 전부다. TV 시리즈에 대한 향수를 가진 관객층도 40대 이상이다. 대신 < 혹성탈출 > 의 강력한 무기는 '유인원이 인류를 지배한다'는 그야말로 강력한 할리우드식 하이 콘셉트(한 줄로 요약 가능한 쉽고 눈에 띄고 독창적인 소재)다.

더불어 < 반지의 제왕 > 시리즈의 웨타 디지털은 < 아바타 > 의 디지털 모션 캡처 기술을 도입, 유인원의 우두머리 시저 역을 맡은 앤디 서키스( < 반지의 제왕 > 골룸)의 표정을 섬세하게 잡아냈다.

자, 여기까지는 소재와 기술 덕이라 치자. 무엇보다 1억 달러에 가까운 제작비가 가능케 해준 제작 환경 또한 할리우드니 가능하다고 치부할 수 있다. 유인원들이 벌이는 도시 점령 액션 또한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그게 전부였다면 < 혹성탈출 > 은 평범한 리메이크에 머무르며 국내에서까지 성공하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 혹성탈출 > 은 오히려 대세인 프리퀄(원본보다 앞선 시점의 이야기를 그린 속편)적 요소를 도입해, '유인원이 인간을 습격한다'는 대전제에 심리적인 감정이입을 가능케 하는 영리함을 보인다.

결론은 이야기라는 점이다. 소재나 기술은 영화 전 편을 완성케 하는 구성요소라는 점은 자명하다. 더욱이 한국관객이 유난히 이야기와 서사의 재미를 편애한다는 사실은 21세기 영화계의 산업화를 거치며 분석된 바 있다.

< 혹성탈출 > 은 소재와 이야기, 그리고 기술의 3박자가 절묘하게 합을 이룬 SF 영화다. 빠른 전개를 통해 군더더기 없이 유인원 '시저'가 왜 분노할 수밖에 없느냐를 인간의 시점에서 탁월하게 풀어낸다. 이쯤에서 아쉬워지는 것이 바로 < 7광구 > 의 좌초다.

윤제균 감독께 < 혹성탈출 > 추천합니다

여전사를 연기한 하지원을 내세운 영화 < 7광구 > 포스터

ⓒ CJ E & M영화부문

배급사이자 공동제작사 CJ E & M 영화부문의 전폭적인 지원은 물론 여타 배급사들이 2주간의 개봉 간격을 뒀을 만큼, < 7광구 > 는 올여름의 절대 강자였다. 게다가 < 해운대 > 윤제균 사단의 재결합, < 괴물 > 과 차별점을 두는 국내 3D 기술, 드라마 < 시크릿 가든 > 으로 정점을 찍은 하지원의 여전사 변신 등 호재는 넘쳐났었다.

그러나 개봉 첫 주 반짝 흥행은 결국 평단의 혹평과 관객들의 냉혹한 입소문에 갈 길을 잃었다. 개봉 4주차를 넘긴 30일 현재 223만. < 혹성탈출 > 이 며칠 내로 따라잡을 초라한 성적이다. 왜 여기까지 왔을까.

미안하지만, 2011년의 관객들은 장르의 법칙에 철저하게 길들여진 존재들이다. 굳이 미국적이라고 피할 이유도 없다. 그것을 어떻게 독창적으로 재구성할 것이냐가 바로 < 혹성탈출 > 의 성공이 시사하는 바다. 반대로 한국적인 번안이라고 해서 피하지도 않는다.

< 7광구 > 제작자 윤제균 감독이 연출한 < 해운대 > 가 '한국적 재난영화'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이 좋은 예다. 심지어 < 7광구 > 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의 전작 < 화려한 휴가 > 역시 '한국형 블록버스터'라 홍보하지 않았나.

우리네 여름 흥행용 영화들은 미국보다 준비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그때그때 관객들의 변해가는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함이요, 또 그만큼 한국시장이 내세울 만한 안정적인 흥행 감독도, 데이터도 없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럴 때 식상하지만 언제나 강조되는 것이 기본일 수밖에 없다. 대중영화에서 언제나 기본은 이야기요, 서사다. 빈약한 < 7광구 > 의 이야기 얼개와 캐릭터는 기자 시사 직후부터 수없이 들어 온 뼈아픈 지적이다.

2011년 늦여름, 한국 관객들은 우리가 만든(것이 전부인) 해양 괴물 대신 존재론적인 고민을 안은 유인원들을 선택했다. < 템플 스테이 > 라는 또 다른 3D 액션블록버스터를 준비 중인 윤제균 감독에게 < 혹성탈출 > 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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