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3명 감축한 LH공사, '홍준표 처조카'만 정규직 채용

2011. 8. 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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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주연 기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 남소연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처조카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2일, LH공사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홍 대표의 처조카 C(29)씨가 2008년 2월 대한주택공사 도시개발단 택지보상판매팀 촉탁직으로 채용됐고, 불과 1년 2개월 만에 5급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C씨는 5급 정규직이 된 지 1년 7개월만인 지난해 12월, 4급 대리로 승진하기도 했다.

C씨를 채용할 당시 LH공사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와의 통합으로 2008년부터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780여 명을 감축한 상황이었다. 이때 두 공사 전체에서 정규직으로 채용된 직원은 단 1명이었고, 그것이 홍 대표의 처조카인 것이다.

주목할 점은 처조카가 정규직으로 채용될 때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홍 대표는 토지주택공사 통합법안을 직접 발의하며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당시 토지공사는 통합에 반대했지만 부채가 많았던 주택공사는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했던 입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공사에 대한 통합법이 2009년 4월 본회의를 통과했고 불과 일주일 후인 5월 6일 주택공사는 C씨의 정규직 전환 인사발령을 냈다. '특혜 채용'의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채용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같은 의혹은 좀 더 짙어진다. 사건을 최초 보도한 < 한겨레 > 에 따르면 통합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2008년 이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는 신입사원은 물론 인턴사원조차 뽑지 않았다. 즉시 실무에 투입하려고 채용하는 촉탁직도 28명만 채용했고, 주택공사 역시 2003년 이후 56명의 촉탁직을 뽑았지만 일반 촉탁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C씨가 유일하다.

2012년까지 전체 직원의 24%를 감축해야 하는 LH공사는 지난 7월까지 5차례에 걸친 명예·희망 퇴직으로 783명을 줄였다. 이 상황에서 C씨를 채용할 때 인사위원회가 작성한 C씨 채용 의견서에는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 수행을 위해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나, 통합 등 공사 전반적인 인력 운영상 즉각적인 인력충원이 어려워 C씨의 정규직 전환 채용을 건의한다'고 적혀있다. 즉, 구조조정으로 신규인력 확보가 어려워 촉탁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처조카 채용 특혜 의혹'에 홍준표 "전혀 모르는 일"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LH공사 측은 "기존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채용했고, 특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의혹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창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나는 잘 모르는 일이다'는 식으로 어영부영 넘어가려 하다가는, 민생을 강조하는 홍 대표에 대한 신뢰는 사라질 것이며 도리어 청년들의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명확한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은지 진보신당 부대변인도 "홍 대표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지만 관련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에 설령 본인이 몰랐다 해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이제는 홍준표 대표 덕에 '신의 조카'라는 말이 생기게 됐다"고 꼬집었다.

박 부대변인은 "주공·토공의 통합 문제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더 드러날 경우, 이 문제는 이후 여권의 대규모 비리 게이트까지 갈 수 있는 사건"이라며 "한나라당은 이번 의혹에 대해 전당적으로 밝히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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