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behind] '이적생' 심수창-박병호, 기록보다 값진 것
야구는 단체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구성원이 "나만 잘 되면 돼"나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을 갖고 단체 생활을 할 경우 절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없는 종목입니다. 그만큼 팀 분위기에 구성원이 얼마나 잘 녹아드느냐가 중요합니다.
지난 7월 31일 저녁 9시 7분. 개인 17연패 중이던 LG 트윈스 우완 심수창(30)과 통산 타율 1할9푼대에 지나지 않던 거포 유망주 박병호(25)는 송신영-김성현의 반대 급부로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넥센 팬들 중 대다수는 시즌 초 마무리를 맡기도 한 송신영과 3선발 김성현의 반대 급부가 심수창-박병호였다는 점에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무분별한 트레이드는 장기 매매와 같다'라는 광고문이 일간지에 게재될 정도였을까요. 그 트레이드가 벌어진 지 어느덧 3주일이 지났습니다.
아직 경기 표본이 많지 않아서 트레이드 득실을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워낙 변수가 많은 만큼 적어도 트레이드 득실은 장기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이적 후 심수창은 4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6.43을 기록 중입니다. 분명 좋은 기록은 아닙니다. 반면 박병호는 15경기 3할2푼7리 5홈런 13타점을 올리며 넥센 중심타선 한 자리를 꿰찼습니다.
LG 유니폼을 입은 송신영은 5경기서 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3.18로 뒷문지기 노릇을 해내고 있습니다. 김성현도 선발로서 3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3.38로 제 몫을 하는 투수로 자리매김 중입니다. 그러나 지켜보는 팬들은 팀 성적의 기대치와 트레이드 당시 카드의 무게가 기울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넥센 쪽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서 넥센 내부의 시선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넥센은 현재 시즌 전적 37승 58패(22일 현재)로 7위 한화와 4경기 차로 벌어진 최하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즌 막판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인 만큼 팀 성적에 대한 기대치도 점점 옅어지고 있네요.
이 가운데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의 동태와 움직임을 캐치하는 한 구단 관계자는 심수창과 박병호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기록이나 숨겨진 기량보다 팀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가장 고맙다는 이야기를 건네더군요.
"19일 KIA전서 9회말 장기영의 타석이었다. 그 때 덕아웃 계단에서 끝내기 안타를 기다리며 가장 먼저 물을 들고 기다리던 선수 중 한 명이 심수창이었다. 그리고 만면에 웃음을 띄고 그라운드로 달려나가더라. 트레이드 당시 '과연 저 친구가 팀에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입단 후 지금까지 수창이의 행동을 보며 그 선입견이 많이 희석되었다. 그리고 19일 모습에는 정말 가장 감명받았다. '아, 이제 정말 우리 선수구나. 선수들을 돕는 입장에서 저 친구에게도 전력을 다해야 겠구나'라고".
아직은 자신의 등판 시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심수창 또한 9일 사직 롯데전서 6⅓이닝 6피안타 1실점 호투 후 새로운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새로운 주포가 되고 있는 박병호 또한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20일 경기를 앞두고서는 베테랑 이숭용이 컨디션 부조에 빠졌던 박병호에게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하라"라는 따뜻한 조언을 하더군요. 그리고 그날 박병호는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LG 시절에는 제가 스스로 조급해 하다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결국 기회를 잃는 경우도 있어서 팀에 죄송했습니다. 그런데 넥센에서는 제가 어떤 결과를 낳던지 출장 기회를 주시니까요. 감사할 따름이지요. 이렇게 믿고 맡겨 주시는데".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고 박병호는 "많이 맞았지만 워낙 기분이 좋아서 아픈 줄도 몰랐다"라는 말과 함께 팀 승리와 자신의 의미있는 날을 기뻐했습니다. 박병호 또한 심수창과 마찬가지로 구단 관계자와 동료들로부터 '착한 선수'라는 평을 받으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팬들의 마음과는 별개로 선수들 중에는 이적생들의 두각으로 자리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미움이 아닌 환영을 받는다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지 대번에 알 수 있게 합니다. 워낙 넥센 선수단은 현대 시절부터 '선후배 간의 기강이 타 팀에 비해 잘 잡혀있고 구성원이 전체적으로 착하다'라는 평을 받아 온 팀입니다.
7월 31일 2-2 트레이드의 손익은 지금 평가할 수 없습니다. 한 야구 해설위원의 이야기처럼 야구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만약 심수창과 박병호가 더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쓰러진다면 '넥센발 트레이드는 성패가 뚜렷한 거래'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그들이 순조롭게 팀에 적응하며 성공 요건의 하나를 갖춰간다는 점은 현 시점에서 분명합니다.
farinelli@osen.co.kr
< 사진 > 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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