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 한국인> ③모리셔스 정수영씨

성혜미 2011. 8. 9. 07: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크기 아프리카 동쪽 섬나라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했다. "신은 모리셔스를 창조했고, 그다음으로 천국을 만들었다"

아프리카대륙 동쪽 인도양의 제주도 크기의 섬나라 모리셔스에 처음 이주한 한국인 부부는 정수영(47)씨와 아내 강지현(45)씨다.

정씨는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살아보니까 정말 신의 축복을 받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를 통틀어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가장 안정된 곳이 바로 모리셔스"라고 자랑했다.

모리셔스는 마다가스카르섬에서 동쪽으로 750㎞ 떨어진 화산섬으로, 원주민이 없던 곳인데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이 차례로 점령하면서 이주자가 생겨 지금은 인구 120만명 가운데 인도계가 60%, 백인과 아프리카인의 혼혈인 크레오레족이 20%를 차지한다.

남반구에 위치해 12ㆍ1월이 한여름 관광 최성수기이고, 7ㆍ8월이 겨울철이기는 하지만 낮에는 물놀이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하다.

정씨는 1990년 섬유용 염료 제조회사에 입사해 근무하던 중 아프리카 지역 수출물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대리점을 차려 이주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모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리셔스 등 3개국을 놓고 저울질하던 그는 모리셔스에 두 차례 출장을 가보고는 평화롭고도 안정된 분위기에 반해 2001년 아내와 함께 이민 짐을 꾸렸다.

미술을 전공한 아내 강씨는 남편이 모리셔스 이민 얘기를 꺼내자 "섬나라니까 싱싱한 회는 실컷 먹겠네"라며 군말 없이 따랐다고 한다.

정씨는 "이민결심 당시 치열한 한국생활에 염증을 느꼈다"며 "아내는 나를 믿어줄 뿐만 아니라 대담하고 냉철한 여성이라 둘이 함께라면 어디서든 살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녀가 없는 이들 부부는 모리셔스의 수도 포트루이스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서쪽 바닷가 2층 집을 구했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바다라서 침실에 누우면 파도소리가 들리는 집, 수영장이 있고 그 동네에서도 `아주 예쁜 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정씨는 한국 염료를 들여와 창고에 쌓아두고 주문전화를 받으면 납품하는 방식으로 월평균 1천만원을 벌어들인다.

별도의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고 네 명의 현지인을 배달기사 겸 직원으로 고용해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남는 시간에는 음악을 듣거나 아내와 수영, 골프를 즐기는 생활이 가능하다.

모리셔스는 2000년대 초반까지 유명 의류 브랜드인 휴고보스, 라코스테, 막스마라, 폴로 등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장 등 60여개의 봉제공장이 운영될 만큼 섬유강국이었지만 지금은 20여개 공장으로 줄었다.

대신 국가 정책으로 관광사업에 힘을 쏟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연간 150쌍 이상의 신혼부부들이 방문할 만큼 주목받고 있다.

한국교민 수도 점차 늘어 현지인과 결혼한 여성, 여행가이드, 수녀 등 열 다섯명에 이른다.

이들 부부는 모리셔스 생활의 최대 장점으로 축복받은 자연환경과 착한 국민성을 꼽았다.

정씨는 "푸른 하늘과 옥색의 바다, 끝없이 펼쳐진 사탕수수밭, 그리고 주변 산호가 방파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쓰나미의 공포가 없는 나라가 모리셔스"라며 "살다 보면 자연스레 `축복'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반면 변화와 발전에 인색하고, 자신을 치켜세우는데 힘쓰고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현지인들의 성향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정씨는 "섬나라 사람들이라 그런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초창기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그래도 순수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그들 특유의 정열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조그만 섬나라에서 자유와 공존, 민주주의를 느끼는 반면 `가진 자들만의 천국'인 한국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며 "이민을 생각하는 분들로부터 종종 연락이 오는데 짧은 기간이라도 직접 와서 보고 느낀 뒤 결정하라는 것이 내 답변"이라고 덧붙였다.

noanoa@yna.co.kr

<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

< 포토 매거진 >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