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카 그렇게도 아끼더니" 안타까운 40대의 죽음
물에 빠진 외조카 남매 구하려다 숨진 박병준씨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외조카들을 그렇게도 아끼고 예뻐하더니…. 두 남매는 어떻게 살라구."
물에 빠진 외조카 남매를 구하려고 하천에 뛰어들었던 40대 가장이 캄보디아 출신의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두고 세상을 등졌다.
박병준(40·용접공·전주시 태평동)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2일 오전 11시45분께.
전주천에서 물놀이하던 외조카 허모(17)양 남매가 2m 깊이의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자 박씨는 서슴없이 물에 뛰어들었다.
박씨는 깊은 수렁에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중심을 잃었고 거센 물살에 힘을 쓸 수 없었다.
결국 박씨는 물 속으로 가라앉았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허양 남매는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지만 박씨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병원 치료 중 숨을 거뒀다.
박씨가 그토록 구하려고 했던 외조카들은 중태에 빠져 현재 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이다.
목격자들은 "박씨가 외조카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본능적으로 몸을 던졌다. 끝까지 힘을 다했지만 곧바로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3남1녀 중 셋째인 박씨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용접일을 하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5년 전 캄보디아 출신 아내(27)씨와 결혼해 1남1녀를 뒀고, 막내아들은 태어난 지 한 달 밖에 안돼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박씨 가족은 "고단한 삶이지만 항상 긍정적이었던 병준이의 모습이 선하다"며 "이런 일이 발생해 충격적이며 아내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씨 남매는 다른 외삼촌들이 있었지만 유독 박씨를 따랐고, 어머니가 유방암 치료를 받고 방학을 맞아 겸사겸사 전주 외가를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박씨의 작은 아버지(52)는 "병준이가 외조카들을 누구보다도 예뻐하고 아꼈고, 이날도 남매의 점심식사를 챙겨주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병준이가 애지중지하던 외조카들을 구하려다가 세상을 떠난 만큼 가족들 모두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 믿고 있다"며 "병준이의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도록 부디 의사자로 등록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주시는 4년전 전주천에서 자매를 구하고 숨진 고모(당시 26)씨가 의사자로 선정된 사례가 있어 박씨에 대한 의사자 선정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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