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 "제 연기 보고 어머니도 얄밉다네요"

고현실 2011. 7. 1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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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불굴의 며느리'서 쇼핑 호스트 지은 역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어머니가 내 딸이긴 한데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얄밉다며…."

배우 김유리는 이렇게 말하면서 밝게 웃었다. 얄밉다는 말이 싫지 않은 눈치다.

MBC 일일극 '불굴의 며느리'에서 그가 연기하는 쇼핑 호스트 임지은은 갖고 싶은 것은 반드시 가져야 하는 여자다. 유부남과 바람피운 것도 모자라 자신이 남편을 빼앗은 여자의 새로운 사랑마저 뺏으려 한다.

그야말로 얄밉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역할이다.

최근 을지로에서 만난 그는 "역할이랑 실제 성격이랑 많이 달라 'TV에서 너랑 닮은 배우가 못된 역을 하더라'는 지인의 전화가 올 정도"라며 "그럴 때는 정말 재미있다"며 웃었다.

"지금은 역할 때문에 지인들로부터 얄밉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처음에는 굉장히 연기하기 어려웠어요. 제가 지은이처럼 강하거나 독한 면이 없거든요. 그리고 지은이처럼 유부남을 사랑할 수도 없을 거 같아 부담감이 컸죠. 지금도 제가 드라마에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해요."

'불굴의 며느리'는 300년된 종가 '만월당' 며느리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신애라, 강부자, 김보연, 임예진, 김용건 등 베테랑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다.

지은은 가문에 위기를 불러온 인물 중 하나로, 13대 종부 오영심(신애라)의 남편 홍구(윤다훈)와 내연 관계였다. 이혼을 요구하며 집을 나온 홍구가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지은과 영심의 악연은 더 깊어진다.

김유리는 "안그래도 수많은 사람 중에 혼자 악역을 해야해서 조금 외로웠는데 유일한 지은이 편이었던 홍구마저 떠나서 더 외롭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만월당에 가면 부러워요. 가족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한 번은 극중에서 영심이한테 뺨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찍고 나서 '만월당 들어가서 살게 해주세요'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마음 같아서는 선생님들과 같이 만월당에서 호흡하고 연기했으면 좋겠어요.(웃음)"

극중에서 신애라와 날을 세우는 장면이 많은 그는 "선배님과 같이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그분의 눈을 보고 바락바락 대들고 화내는 연기를 하는 게 죄송스럽고 어렵더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미움을 많이 받는 역이지만 그의 관점에서 지은은 '사랑에 목마른, 불쌍한 여자'다.

그는 "연기하다보니 지은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엔 악역이지만 굉장히 매력있는 역이에요. 센 척 하지만 인간미가 있어요. 지은이는 홍구를 진짜 사랑했어요. 홍구가 자기한테 왔지만 몸만 왔고 마음은 아내한테 있는 걸 나중에 알고는 배신감과 서운함을 느끼죠. 그런 상처를 잊기 위해 영심을 좋아하는 신우에게 올인하는 것 같아요. 일종의 승부욕도 있고요. 사랑받고 싶어 안간힘을 쓰지만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불쌍한 여자에요."

지은의 격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진짜 쇼핑 호스트처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그는 "처음 홈쇼핑 방송 장면을 촬영할 때는 정말 가슴이 떨렸다"며 "감정 연기보다 더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연기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는 그의 꿈은 원래 미술가였다. 대학에서도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해서 미술 관련 일을 할 거라 생각했어요. 이쪽 일에 아예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어찌 감히'란 생각이 있었죠. 권유가 있긴 했지만 용기를 못냈어요. 그러다 2005년 우연히 연기수업을 받게 됐는데 처음으로 '내가 누구지?'란 생각을 하게 되면서 확 빠져들었어요."

2006년 데뷔한 후 소속사 문제로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했던 그는 '불굴의 며느리'를 통해 연기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고 있다고 했다.

"저한테 주어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신우랑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더 나쁜 악녀가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훌륭한 선배님들이 계셔서 저만 잘하면 돼요."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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