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일오비 "20세기 소년의 21세기 음악이죠"

이은정 2011. 6. 20.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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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미니음반 발표…포미닛.윤종신 등 신구 보컬 기용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그룹 공일오비(015B)는 국내 가요계에서 객원 보컬을 기용해 성공한 첫 프로듀서 그룹이다.

장호일(본명 정기원), 정석원 형제로 구성된 이들은 1990년 1집부터 6집까지 촘촘하게 음반을 발표해 '아주 오래된 연인들' '이젠 안녕' '신인류의 사랑' 등을 히트시키며 실험적인 음악의 모델로 조명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2006년 10년 만에 7집을 내더니 2007년 싱글 이후에는 행보가 뜸했다.

지난해 20주년을 맞은 공일오비가 4년의 공백기 끝에 오는 22일 미니음반 '20세기 소년'을 발표한다.

최근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호일은 "1990년대에는 1년에 한장 꼴로 음반을 냈는데 요즘은 음반 시장이 축소돼 선뜻 음반내기가 쉽지 않더라"며 웃음부터 보였다.

그럼에도 쌓여가는 창작욕은 어쩔 수 없었나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해요. 음악하는 사람에겐 꿈틀대는 게 있는데 참다 참다 쌓이니 음반을 낸 거죠. 잊고 있었는데 다시 녹음실에 들어가며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걸 새삼 느꼈죠."

인터뷰 자리에는 공일오비 5집에서 '단발머리'를 부르고 이번 음반에도 객원 보컬로 참여한 조성민이 함께 했다.

◇"객원보컬ㆍ음악색깔, '대비'가 콘셉트" = 정석원이 전곡을 작사, 작곡, 편곡하고 장호일이 연주에 참여한 음반 제목은 '20세기 소년'이다.

장호일은 "20주년이니 20이 들어간 단어가 없을까 고민했다"며 "우린 20세기 밴드이고 20세기에 소년이었다. 우리의 팬들도 20세기엔 소녀였으니 모두가 공감할 제목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음반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21-2란 표기다.

"2000년대 발표한 7집이 21-1집, 이번이 21-2집이죠. 이유는 2000년대 들어 우리 음악 색깔이 바뀐데다, 지금 세대에게 우린 신인이니까요. '공일오비 노래 좋아요'란 요즘 친구들은 7집을 1집으로 알고 있더군요. 이제 2집으로 뜨면 됩니다. 우린 냉정하면서도 긍정적이거든요. 하하."(장호일)

객원 보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이번 음반의 콘셉트는 '대비'다.

'젊은 피'인 포미닛과 비스트의 용준형ㆍ보니(본명 신보경), '중견 피'인 윤종신과 조성민 등 신구 세대 보컬을 기용했고 음악도 디지털 사운드에 아날로그 감성을 녹인 디지로그(Digilog) 음악이다. '올드 & 뉴' 팬들에게 공감을 얻겠다는 생각에서다.

"공일오비 팬들이 30대 중후반이에요. 그들은 우리에게 위트있고 서정적인 곡들을 바라죠. 하지만 음악인들은 이기적인 욕심에 새롭게 바꿔 보려 해요. 7집 때 힙합, 일렉트로닉을 시도했더니 원래 공일오비 색깔을 보여달란 분들이 많았기에 양쪽을 섞었어요."

포미닛과 용준형이 부른 타이틀곡 '실리 보이'(Silly Boy)'는 악기 소리는 디지털이지만 복고풍으로 '신인류의 사랑'의 여성 버전 답가다.

장호일은 "'신인류의 사랑'이 히트했을 때 남성을 대변한 가사로 여성 단체에서 항의를 받았다"며 "내 기억엔 '올해의 나쁜 노래'에 뽑히기도 했다. 이번엔 여성들의 심리를 조사해 가사를 썼는데 남성들이 항의할 것 같다. 가벼운 유머와 조크로 생각해달라"고 말하며 웃었다.

원년 팬들을 위한 트랙은 1집 객원 보컬이던 윤종신의 '1월부터 6월까지'다. 가슴 아련한 발라드로 공일오비의 오리지널 감성이 담겼다.

보니는 알앤비 풍의 '비 카인드 리와인드(Be Kind Rewind)', 조성민은 일렉트로닉 록 스타일의 '고귀한 씨의 달콤한 인생'을 불렀다.

조성민은 "일렉트로닉 록은 내 취향의 노래"라며 "서로 논의하며 디테일한 작업 과정을 거쳐 기대했던 것보다 결과물이 잘 나왔다. 녹음이 끝난 후 아쉬움이 없더라"고 했다.

◇"공일오비는 창작집단이자 생명체" = 윤종신, 신해철, 이승환, 호란, 박정현, 이장우 등 공일오비를 거친 객원 보컬만 50여 명.

장호일은 "정석원과 난 둘다 노래를 못해 보컬을 기용했다"며 "우린 그때 외국의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처럼 보컬없이 가자는 치기어린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객원 가수 체제는 당시로선 신선했고 이들의 색깔이 됐다.

"쉽게 말해 공일오비는 하나의 창작집단이라고 보면 되요. 정석원은 프로듀싱 수장, 전 밴드의 수장이죠. 오래 하다보니 역할이 딱 짜여졌어요."

그러고보니 좀처럼 언론매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정석원의 근황이 궁금했다. 10여 편의 드라마에서 연기자로도 활동한 장호일과는 너무 다른 행보다.

장호일은 "우스갯소리로 정석원은 대인기피증이 있다"며 "이번 음반 작업도 프로듀싱만 하는 조건으로 3개월 만에 설득했다. 형제지만 우린 서로 너무 다르다. 하지만 음악적인 충돌은 없다. 같은 정서가 있다"고 소개했다.

장호일은 형제에게 공일오비는 '우리'이자 '또 다른 자아'라고 정의했다.

"공일오비는 우리가 만들었지만 우리의 음악으로 생명을 불어넣은 하나의 생명체 같아요. 1990년대 톡톡 튀는 이단아적인 팀이었기에 이제 공일오비의 이미지에 우리가 맞춰가는 부분이 있어요."(장호일)

조성민은 "난 1993년 공일오비가 작곡한 드라마 '연인' 주제곡으로 데뷔했다"며 "나를 데뷔시켜 준 공일오비는 친정집이다. 이후 난 레드플러스, 서브웨이, 벨벳글로브 등 여러 밴드 활동을 했지만 내 음악의 고향"이라고 인연을 소개했다.

화려한 시절이던 1990년대 가요계에 대한 그리움도 있을까.

"젊은 시절이었고 화려했으니 그리움이 있죠. 하지만 그 시절은 훈장 같은 느낌이에요. 누릴 건 누려봤으니 프라이드를 갖고 살죠."(장호일)

"형들은 최고의 자리에 서봤지만 전 솔로와 여러 밴드를 옮기며 각각 한두장씩 음반을 냈으니 아쉬움이 큽니다. 하하."(조성민)

장호일은 "2000년대 가요계는 역동적이어서 재미있다"며 "요즘 댄스 음악은 퀄리티가 높아 세계화됐다"며 "댄스 음악 일변도로 흘러 홍대 클럽 신의 밴드 음악이 줄어든 건 아쉽다"고 했다.

이어 그는 "1993년 솔리드 1집을 제작해 데뷔시켰고 1990년대 후반엔 내가 운영하던 기획사에서 바이브를 데리고 있었는데 사정이 어려워 다른 곳으로 보내야 했다. 이들처럼 다양한 음악을 하는 후배들이 많이 나와 여러 음악이 공존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일오비는 오는 10-11월께 20주년 전국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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