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목사의 야합..한기총 개혁 갈 길 멀다"

2011. 6. 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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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금권선거' 길자연·이광선 목사 화해 선언에

범대위 "둘만의 해법…길 목사 인준 안돼"

기독인네트워크 "해체 촉구운동 벌이겠다"

지난 반년 동안 개신교계를 시끄럽게 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싸움의 양 당사자인 전·후 대표회장 이광선·길자연 목사가 화해를 선언하고 나섰으나 한기총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거세지고 있다.

길자연 목사와 이광선 목사는 지난 1일 서울 종로5가 한기총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 있어서 금권선거로 하나님과 한국 교회 앞에서 떳떳지 못했던 사람들"이라고 고백, 사과했다. 또 둘은 △이광선 목사가 제안한 개혁안 수용 △특별총회 개최 때 대표회장 인준과 개혁안(정관, 운영세칙, 선거관리규정) 동시 상정 △특별총회의 민주·평화적 진행을 위해 상정 안건 절차 대행자 위탁 등 사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둘 간의 민형사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광선 목사와 함께 길자연 목사의 금품선거 사실을 폭로하며, 지난 3월 말 길 목사를 상대로 한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 직무 정지를 이끌어낸 '한국 교회와 한기총 개혁을 위한 범대책위'(범대위) 위원들(16명)은 합의에 반발했다.

범대위 서기 신광수 목사는 "고소고발로 인해 길자연 목사가 사법처리될 경우 감수해야 하는 부담감을 털고, 올 12월 은퇴 전에 사태를 마무리지으려는 이광선 목사의 개인적 고충은 이해하지만 길 목사와 합의한 내용은 우리와 협의되지 않은 것"이라며 "금권선거 사실을 고백한 길 목사가 다시 대표회장 인준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에 함께하는 교회개혁실천연대 남오성 사무국장은 "두 목사의 합의안은 응급실에 실려온 사람들의 배를 열어보니 암덩어리가 들어 있는데, 이를 뻔히 알면서도 다시 배를 꿰매자는 것과 같다"며 "금품선거의 당사자로 고두사죄해야 할 길 목사가 과거 잘못이 다 없어졌다는 듯이 다시 대표회장에 나서는 게 상식에 합당하냐"고 물었다.

이에 따라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는 조만간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는 명망가들의 '100인 선언문'을 발표하며, 한기총 해체 선언 동참운동을 벌여갈 계획이다.

처음 한기총 해체를 제기했던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그동안 한기총 해체운동을 통해 이제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 다시 돈을 쓰지는 않게 됐을 것이란 정도의 인식은 확산됐다고 보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며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책임지거나 처벌을 받지 않고 정치인처럼 야합해 그대로 기득권을 수호하도록 해준다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어 "장로교는 원래 아래가 중시돼 자동적으로 위가 감시되는 시스템이지만, '목사를 건드리면 벌받는다'는 식의 무당 같은 주장으로 인해 감시 없이 목사들이 전횡을 할 수 있도록 방치됐다"며 "개신교 세력이 약했을 때는 모르지만 지금은 세력이 너무 커져 돈과 권력에 대한 세속적인 유혹이 안팎으로 거세기 때문에 평신도들이 이에 대한 감시체제를 갖추는 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 김용호 변호사는 지난 3일 한기총 교단장, 단체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다음달 7일 임시총회를 열어 대표회장 당선자에 대한 인준안이 부결될 경우 제17대 대표회장의 잔여 임기를 위한 새로운 선거절차를 개시할 것인지 아니면 차년도 대표회장 선거를 앞당겨 시행할 것인지 여부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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