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여왕 전수경, 영화로 비상을 꿈꾸다[인터뷰]

2011. 5. 3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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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혜진 기자] 뮤지컬 여왕 전수경에게선 요즘 신인의 풋풋함이 느껴진다.

조심스러운 말투로 조근 조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그에게선 무대를 압도하는 여제의 카리스마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전수경은 막 짝사랑을 시작한 소녀처럼 수줍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던 영화에 진정한 첫 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조연, 단역으로 간간히 스크린에 얼굴을 내비치던 전수경이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마마'에선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평범하지 않은 엄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관객을 깜짝 놀래 킬 준비를 마치고 말이다.

'마마'에서 전수경은 성공한 프리마돈나 '희경' 역으로 분했다.

희경은 학예회에서 트로트를 불렀다는 이유로 어린 딸에게 "천박하게"라는 독기 어린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정도로 차갑다.

딸이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딸의 건강을 걱정하기보단 혹시 감기에 옮지는 않을까 치를 떨며 딸에게 윽박을 지르는 그런 엄마다.

사사건건 딸과 부딪치고 가슴 아픈 말로 딸의 가슴을 후벼 판다. 딸의 따뜻한 위로와 관심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 고집대로 행동하는 지독히 이기적인 엄마다.

하지만 관객들은 쉽게 희경을 비난하지 못한다. 오히려 희경에게 "엄마 같은 엄마를 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다"고 말하며 문을 박차고 나가는 희경의 딸이 더 야속하게 보인다.

엄마의 가시 도친 말엔 독이 없지만 딸의 한 마디는 자식을 분신처럼 생각하는 엄마의 일생을 단숨에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엄마라면 누구나 자기 자식에게 거는 기대가 있다. 자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엄마는 실망할 수밖에 없고, 곱게 말하려고 해도 감정적으로 대응할 때가 많다. 대부분의 엄마가 그렇다. 희경 역시 딸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뿐. 공감이 많이 가는 캐릭터다."

희경은 자못 비정하고 이기적인 엄마로 비치지만 실상은 우리네 현실 속에 존재하는 엄마와 가장 많이 닮았다.

"희경이 무대에 선 딸에게 노래로 용기를 북돋아 주는 장면이 있다. 겉으론 이기적인 엄마로 비치지만 희경이 실제로는 딸을 가슴에 담고 살았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딸을 사랑하는 희경의 마음을 더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대사도 감독과 상의해서 직접 바꿨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설명하다 눈 깜짝 할 사이에 '희경'이 되어버리는 전수경. 마치 카메라 앞에서 연기에 몰입하듯 금세 눈물까지 그렁그렁한다.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던 전수경은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영화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땐 뮤지컬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뮤지컬 영화를 많이 봤고, 작품을 보면서 영화를 동경하게 됐다. 큰 키, 예쁘지 않은 외모 때문에 탤런트 시험에서 두 번이나 떨어져 배우는 못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작은 배역으로 지속적으로 영화에 출연했고, 뮤지컬 열심히 하면서 기회를 노리자고 생각했다. 한 계단씩 차근히 올라가자. 오래 오래 쭉 올라가는 배우가 되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뮤지컬 및 영화배우로, 두 딸의 엄마로 대학 교수로 일인다역을 소화하고 있는 전수경. 그는 어깨위에 퍽 무거운 짐을 올려놓고도 균형을 잃지 않고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천천히 내딛고 있었다.

전수경이 바쁜 삶에 치이지 않고 인생의 조화를 그릴 수 있는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 엄마라는 역할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받으면서까지 완벽을 추구하진 않는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울 수 있으니까. 작품도, 육아도, 강의도 상위 30% 안에 들게 하자고 늘 마음먹는다. 인생은 균형이 중요하다."

'영화배우 전수경'이란 이름을 얻기까지 먼 길을 돌아온 그의 꿈은 뭘까.

"어렸을 땐 '아카데미상 꼭 받아야지'했지만 이제는 마이너급 국제영화제에서 상 받는 게 꿈이다. 누구나 빛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하지만 그런 행우는 소수의 사람만 얻는 거다. 내가 가지지 못한 걸 부러워하면 인생 자체가 피곤해진다. 천천히 오래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tripleJ@osen.co.kr< 사진 >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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