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가장좋은 친구인 '로봇다리' 수영선수 김세진 "런던 장애인올림픽 도전해야죠"
"물은 친구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다른 친구들도 있지만 수영을 하면서 저와 제일 오래 함께 있으니까요."
25일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수영 경기가 열리고 있는 창원시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만난 김세진(14·사진)군에게 물은 가장 친숙하면서도 포근한 대상이다. 2009년 5월 한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로봇다리 수영선수'로 잘 알려진 김 군은 선천성 사지무형성 장애로 양발이 없고 오른손 손가락도 두 개밖에 없다. 의족의 도움을 받아야 땅 위에 설 수 있지만 물 속에서는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
"다른 운동도 해봤지만 수영이 저에게 제일 잘 맞는 거 같았어요. 무엇보다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으니까 물 속에 있으면 행복해요."
하지만 처음부터 김 군에게 물이 친숙하지는 않았다. 재활치료의 일환으로 수영을 접하긴 했지만 처음엔 물도 많이 먹었다. 이런 김 군을 다잡아 준 것은 어머니 양정숙(43)씨다. 주위에서 '계모'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운동할 때만큼은 김 군에게 엄격했다. 양 씨는 1998년 자원봉사를 하던 보육원에서 처음 김 군을 만나 인연을 맺은 후 이듬해 입양했다. 기계체조를 했던 양 씨는 김 군에게 수영을 비롯해 자전거, 승마, 등산 등 다양한 스포츠를 접하게 하며 조금이라도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첫 대회에 참가할 때는 50m 완주도 자신할 수 없었지만 김 군은 결국 터치패드를 찍고 자신의 첫 기록을 세웠다.
"출발대 위에 서있을 때는 항상 기도 해요. 다른 선수들을 이겨서 좋은 등수를 얻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게 아니라 그 순간만큼은 나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긴장도 많이 줄어들어요."
김 군은 점차 두각을 나타내 2009년 런던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3관왕을 비롯해 각종 세계 대회에서도 상위권에 입상했다. 내년 런던에서 열리는 장애인올림픽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자신의 주 종목인 자유형 400m 기록이 아직 인정을 받지 못해 참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군은 올림픽 금메달 획득과 함께 또 다른 꿈이 세 가지 더 있다. 의대에 진학해 재활의학과 박사가 되는 게 두 번째 꿈이고, 세 번째 꿈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꿈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입양될 아기들이 머무는 아기집 원장이다. 김 군은 이런 꿈을 위해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도 하루 5시간씩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어려움이 있지만 그건 잠시 오는 거 같아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그런 때일수록 자신을 좀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할 거 같아요"
24일 개막해 27일까지 경남 진주시 일원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김 군이 참가한 수영 말고도 육상, 보치아, 역도 등 모두 13개 종목에 16개 시·도에서 1701명의 선수가 참가해 기량을 겨루고 있다.
창원=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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