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레인보우>│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쇼

위근우 입력 2011. 5. 20. 11:47 수정 2011. 5. 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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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 리얼키즈 스토리 레인보우 > (이하 < 레인보우 > )는 얼핏 예쁘게 생긴 아이들이 모여 귀엽고 깜찍한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처럼 보일 수 있다. '보일 수 있다'는 건 물론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아이에게 귀여운 춤과 노래를 시키는 일반적 키즈 버라이어티와 달리 < 레인보우 > 는 어른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아이들의 내밀한 속마음과 치열한 욕망을 놀라울 정도로 가감 없이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다. 이번 < 10 아시아 > 의 '10 FOCUS'는 이 독특한 쇼의 진면목을 알리기 위해 준비했다. 아직 이 쇼의 매력을 잘 모를 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개성이 한 눈에 들어오는 캐릭터 분석과 '안구 정화용' 사진들로 충만한 현장 스케치를 더했고, MC로서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 붙어 지내는 지상렬의 마음가짐 역시 들어보았다.

지난 15일에 방송된 KBS < 해피선데이 > '1박 2일'에서 강호동과 이수근이 왕 레이스 승리를 통해 조기 퇴근을 한 것이 최근 화제가 됐다. 하지만 그보다 한 주 전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 한 명이 아예 촬영을 거부하며 집으로 돌아갔고, 그 모습을 직접 담아내기까지 했다. < 레인보우 > '예의 바른 녀석들' 편에서 6살 도윤이는 방송을 하기 싫다고 울며 촬영장을 떠났다. 제작진은 당황했지만 아이를 억지로 잡아두기보다는 차라리 그 모습 그대로를 화면에 담아냈다. 통제할 수 없는 어린 출연자. 하지만 방송 사고는 아니다. 그 전에 진행됐던 '우리도 연애시대 1, 2', '미워도 다시 한 번' 등에서 친구 크리스티나의 마음을 얻지 못해 우울해하던 도윤이의 서사를 따라가던 이들에게는 그 돌발 상황마저 하나의 리얼한 스토리가 된다. 방송용 행동과 비 방송용 행동 사이의 경계가 지워졌지만 캐릭터의 서사는 더욱 뚜렷해지는 상황. 이것은 리얼리티 쇼, 혹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범주 안에서도 < 레인보우 > 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가장 날 것의 욕망과 감정

< 레인보우 > 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다문화 가족 아동 4명을 포함한 6명 출연자의 특출한 외모다. '꼬마 닉쿤' 대니얼, '미모 종결자' 크리스티나 등의 모습은 움직이는 화보에 가깝다. 하지만 이들의 캐스팅이 빛나는 순간은, 움직이는 인형이 아닌 욕망의 솔직한 주체로 등장할 때다. 단독 편성되기 전 tvN < 네버랜드 > 의 한 코너였던 '레인보우 유치원'은 "몰래 카메라식 구성 안에서"(강제상 작가) "아이들이 '아이답게' 재치 있고 귀여운 반응을 보이는 걸 담은 오락 프로그램"(이길수 PD)이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세팅된 상태에서 보이는 반응보다 아이들끼리 떠들고 놀거나 혼잣말 하는 모습이 훨씬 흥미롭다는 걸 발견한 제작진은 아예 그 부분을 전면에 내세우며 지금처럼 단독 편성된 < 레인보우 > 를 만들었다. 그리고 첫 회 촬영 후 '리얼키즈 스토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EBS < 리얼리티 쇼 유아독존 > 처럼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전부터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은 손을 잡고 옹기 만드는 법을 배우러 가고, 한 자리에 앉아 한과를 만들며 즐거운 성취감을 느낀다. 이것이 아이들다운 모습을 위해 의도된 연출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란 연출자의 양심이 아닌, 시청자가 느끼는 효과를 통해 결정된다.

'1박 2일' 멤버들은 야외 취침과 저녁 식사 앞에서 야성을 드러내고, MBC < 우리 결혼했어요 > 의 커플들은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며 MBC < 무한도전 > 은 가요제나 프로레슬링을 통해 눈에 보이는 '진짜' 결과물을 보여준다. 그리고 < 레인보우 > 는 지켜보는 시선과 상관없이 서로의 욕망을 부딪치는 아이들을 통해 리얼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알레이나는 반장도 되고 인기도 많은 크리스티나를 겨냥해 "난 크리스티나가 안 나오면 좋겠어"라고 말하고, 크리스티나는 울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선생님에게) '요'를 붙여야지"라고 지적하면서 우회적으로 화를 낸다. 가브리엘은 자신을 사이에 둔 현서와 알레이나 사이의 쏘아보는 눈빛에 대해 "지지지지직 이렇게 하지 마"라고 요청할 정도다. 욕망은 뚜렷하되 제어하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 < 레인보우 > 에서는 누구도 굳이 < 우리 결혼했어요 > 의 출연자들처럼 자신의 진심이나 진정성을 증명해야 할 이유가 없다. 적어도 욕망과 감정에 있어 이 프로그램은 가장 날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번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시절이 쇼가 되다

재밌는 건, 통제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과거에 볼 수 없던 리얼리티를 보여주고 있지만 < 레인보우 > 결과물의 느낌은 캐릭터 시트콤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리얼 버라이어티 대부분이 공유하는 재미지만, 중요한 건 방식의 차이다. 가령 < 무한도전 > 이 반장선거를 할 땐, 1인자 유재석과 2인자 박명수라는 기존에 자리 잡은 캐릭터를 설정 안에 집어넣어 한바탕 캐릭터 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 레인보우 > 의 반장선거는 캐릭터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별다른 선거전 없이 반장은 크리스티나로 결정되지만, 카메라는 그 이후 반장이 되지 못해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알레이나와 반장 자리를 탐탁하지 않아 하는 크리스티나를 집요하게 따라가며 아이들의 성격 중 가장 뚜렷한 부분을 캐치해낸다. 즉 < 레인보우 > 에서 캠핑이나 tvN < 택시 > 를 패러디한 고민 상담, 퀴즈 게임 등은 무대라기보다는 리얼 스토리를 위한 계기다. '얼렁뚱땅 신동퀴즈' 에피소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퀴즈를 풀 때가 아닌, 짝꿍을 정할 때 크리스티나가 평소 친한 가브리엘 대신 똑똑한 현서를 재빨리 찜하거나, 답을 맞히고서도 선물을 하나만 골라야 해서 알레이나와 대니얼이 다툴 때다. 모든 리얼 버라이어티는 리얼과 설정의 딜레마를 자신의 방식으로 넘어서야 한다. < 레인보우 > 는 설계된 방향에 아이들을 밀어 넣기보다는 그 바깥에서 벌어지는 온갖 돌발 상황에서 캐릭터를 뽑아내 서사를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그 딜레마를 극복한다.

그래서 < 레인보우 > 는 현재, 리얼리티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현한 리얼리티 쇼이자 리얼 버라이어티일지 모른다. 시도 때도 없이 뽀뽀를 하는 대니얼과 가브리엘에게 집착하는 알레이나, 크리스티나의 관심을 받지 못해 우울해 하는 도윤이의 모습은 < 우리 결혼했어요 > 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치열한 애정 전선을 만들어낸다. 택시 안에서 지상렬과 아이들이 나눈 대화는 < 택시 > 보다 더 솔직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울보 공주' 알레이나나 '차도남' 도윤 같은 캐릭터에 변화가 생겨도, 그것은 개인 심경의 변화일 뿐 프로그램의 리얼리티가 무너지지 않는다. 문제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자라고 언젠가 카메라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더는 지금의 < 레인보우 > 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 레인보우 > 를 보는 건, 프로그램 속 아이들이 보내고 있는 유년기와 닮았다. 한 번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어떤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는 그만큼 유일무이한 쇼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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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근우 기자 eight@편집. 이지혜 seven@< ⓒ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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