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연극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객원기자 = 극이 시작되면서 처음 등장하는 인물은 극중 아들이다.
어릴 때 자폐성 증세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지냈던 아들은 커서 결혼을 하지만 아내와의 소통에 실패하고 혼자서 고향인 경주를 찾는다. 거기서 아들은 어떻게 살았건 50년을 해로한 부모의 모습을 본다.
아들은 또 남편이 죽은 후 집의 머슴과 함께 살았던, 이제 죽음을 앞둔 친할머니의 삶을 듣게 된다. 주인과 종 같은 부부관계 속에 살아가는 이웃 박상사 부부의 모습 역시 그에게는 하나의 현실로 다가온다.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대학로의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려졌던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는 아들의 시각을 통해 "부부관계란 무엇인가" "인연이란 무엇인가"를 펼쳐 보인다.
이 작품은 경북 경주가 고향인 손기호 작가 겸 연출의 <경주 3부작> 중 마지막 편이다.
그는 경주가 배경이며 등장인물들이 모두 거친 경주 사투리를 쓰는 3부작의 첫번째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에서 핏줄을 나눈 부자관계를 그렸으며, 두번째 작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에서는 서로 혈연이 아님에도 함께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나와 남에 대한 얘기를 그렸다.
이번의 소재는 가깝고도 먼 부부 관계다. 단순한 부부관계가 아니라 그 인연을 통한 삶의 얘기다.
무대 오른쪽에는 가지에 연분홍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복사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무대 중앙에는 화분에 꺾꽂이한 조그만 사과나무 가지가 볼품없이 꽂혀있다. 죽은 가지다.
이러한 무대디자인과 소품을 통해 이 연극은 부부관계의 우여곡절 속에서도 또 기이한 인연 속에서도 흘러가는 삶과 죽음의 얘기를 들려준다.
'한 꽃이 피었다 지면 다른 꽃이 또 피고',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제 생명을 다하게 되는 계절이 되면 송화가 날리게 되고'.. 이러한 반복의 흐름을 보여주면서 연극은 전개된다.
손기호 연출의 전작들처럼 이 작품 역시 극의 내용이나 펼쳐보이는 방법이 TV문학관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잔잔하면서 아픔을 주는 장면들이 많다.
젊었을 때 못된 짓을 했던 아버지가 나이가 들자 여전히 집에서 큰소리를 치면서도 부인과 아들에게 속정을 보이는 지금 시대에는 진부한 듯한 얘기도 섞여 있다. 이 때문에 처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것은 뭔가 모자란 듯한 서면댁의 역할이다.
서면댁 역의 염혜란 배우의 연기는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상큼하다.
그 외에도 이 작품에 출연하는 아버지 역의 박용수, 어머니 역의 우미화 등 다른 배우들도 좋은 연기를 펼친다.
다만, 웃음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다소 과장되면서 왠지 생뚱맞다는 느낌을 주는 장면이 군데군데 있고, 전체 흐름으로 볼 때 캐릭터의 성격과 맞지 않는 듯한 대사들이 끼어드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그간 좋은 인상을 주었던 손기호 연출의 작품들이 선돌극장 같은 소극장이었던 것에 익숙한 탓인지 이번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의 경우 무대가 좀 휑하다는 느낌도 있다.
◇ 연극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 극단 이루(대표 손기호) 제작.
만든 사람들은 ▲작ㆍ연출 손기호 ▲무대 임일진 ▲조명 김광섭 ▲음악 전송이 ▲음향 윤민철 ▲의상 박소영 ▲영상 이창 ▲분장 안혜영 ▲조연출 김현숙ㆍ하지웅.
출연진은 박용수(아버지)ㆍ우미화(어머니)ㆍ정인겸(아들)ㆍ염혜란(서면댁)ㆍ조주현(박상사)ㆍ백지원(고모).
공연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5월6일~8일. 공연문의는 극단 이루 ☎02-747-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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