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훈련소 13년 만에 가족면회 부활

입력 2011. 5. 6. 18:40 수정 2011. 5. 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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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에 그을린 아들을 마주한 부모와 친지, 친구들이 모처럼 연병장을 환하게 밝혔다. 훈련병 가족면회가 13년 만에 부활한 가운데 4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첫 수료식이 열렸다. 수료식에는 갓 이등병 계급장을 단 훈련병 1800명과 가족· 친지 등 7200여 명을 합해 총 9000여 명이 운집했다.

훈련병과 가족들이 육군훈련소 소나무 그늘 아래서 정성스럽게 준비해 온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부모는 아들에게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주며 격려했고, 아들은 카네이션 모양의 배지를 부모에게 달아주며 감사의 마음을 대신했다. 5주 만에 만나 조금 낯선 부모와 아들은 소나무 그늘 아래 텐트나 파라솔을 설치하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면회의 기본은 먹을거리. 정예신병으로 거듭난 아들을 만나기 위해 양손 가득 두툼한 짐 보따리에는 산해진미(山海珍味)가 가득했다. 삼겹살은 기본이고 대게와 통닭, 과자류, 과일 등이 오순도순 모인 가족들 가운데 풍성히 펼쳐졌다.

이진동 이등병의 부모는 삼겹살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무려 3.6㎏(6근)의 생돼지고기를 마련했다. 아버지 이성재(55·경기 안양) 씨는 "육군훈련소에서 가족면회제가 부활한 후 첫 번째로 혜택을 보게 돼 기쁘다"며 "든든한 아들의 모습을 마주하니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말했다.

또 대구에서 홀로 면회 온 박민성(56) 씨는 "사업문제로 면회 오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앞으로 남은 아들의 군 생활을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수료식에 참석했다"며 "예전 군대생활에서 경험한 노하우를 알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훈련소는 대규모 면회객이 부대를 방문함에 따라 야외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추가로 설치하고 가족들이 면회를 오지 않은 병사들을 위해 전우 가족 동반면회를 주선하거나 영화 감상 등의 별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훈련병 면회가 부활하면서 육군훈련소 인근 상인들의 표정도 함께 밝아졌다. 훈련소 입소대대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권(39) 씨는 상가 건물 일부를 개조해 면회객들이 즐겨 찾는 치킨 코너를 마련했다. 치킨 맛을 내기 위해 지난 몇 주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정씨는 "준비한 100여 마리가 동난 것을 보면 첫 개시치곤 판매가 괜찮았다"며 "매주 가족단위 면회객이 훈련소를 찾는 만큼 소득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족면회 부활로 논산시는 들썩이고 있다. 논산시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호재를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논산역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예전에는 외지에서 온 면회객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거나 웃돈도 일부 받았지만 가족면회가 다시 실시된 만큼 친절 서비스를 생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산시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전략기획실을 중심으로 단단히 채비했다. 논산IC와 훈련소 등 시내 곳곳에 금잔화와 비올라 등 1만2000여 본의 꽃을 단장했다. 또 식당 주인과 운수업자 등 지역 상인들은 지난달 초 '친절 전령사 다짐대회'를 열고 부당 요금 방지 캠페인을 벌였다.

논산시 전략기획실 성경섭 정책팀장은 "친절하고 깨끗한 도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환경정비와 교통안내, 노점상 단속 등을 철저히 준비했다"며 "연무읍은 물론 논산시 전체의 경제발전을 위해 민·군이 긴밀하게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가족면회가 중단되면서 지역 상권은 침체에 빠졌었다. 면회제가 한창일 때 연무읍 금곡2리에만 음식점 30여 곳, 이발소 5곳, 숙박업소 10여 곳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 음식점은 절반으로 줄었고, 이발소는 단 2곳. 숙박업소는 아예 한 곳도 없다. 연무읍 인구도 1998년 2만1884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1만6635명으로 25%나 급감했다. 전성기 때는 3만 명이 훌쩍 넘었다.

이에 육군훈련소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연간 수료생만 12만6000여 명에 이른다. 4인 가족 기준으로 50만4000명이다. 매주 두 차례 입영하는 인원까지 합하면 연간 100만 명이 논산을 찾는 셈이다.

연무안심시장 이윤재 상인회장은 "안심시장 자체도 훈련소가 들어서면서 조성된 것"이라며 "건강한 상거래 문화를 만드는 데 상인들과 훈련소가 함께 호흡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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