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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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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불량 맛집을 찾아라!

영화 <트루맛쇼>가 ‘까발린’ 맛집 방송의 배신… 가짜 손님 동원한 각본 있는 드라마 “맛이 예술이에요!”
등록 2011-05-05 05:47 수정 2020-05-02 19:26
지상파 TV에만도 한 해 1만 곳 가까운 식당이 전파를 탄다. 이제 식당에 뛰어들기 시작한 케이블 TV까지 합치면 대한민국은 ‘맛집 공화국’이다. 뻔한 눈속임인 줄 알면서도 소비자는 맛집을 찾아다닌다. 그중 많은 수는 운이 없으면 출연료만큼 재료값을 줄인 식당 의자에 앉게 된다. 맛집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손님들(왼쪽)과 언젠가 꼭 출연하겠다는 식당들(위).
 
영화 <트루맛쇼>에 나온 식당은 음식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 다음날 문을 닫았다. “TV는 모두 맛이 갔습니다.” 그들의 주장이다.

지상파 TV에만도 한 해 1만 곳 가까운 식당이 전파를 탄다. 이제 식당에 뛰어들기 시작한 케이블 TV까지 합치면 대한민국은 ‘맛집 공화국’이다. 뻔한 눈속임인 줄 알면서도 소비자는 맛집을 찾아다닌다. 그중 많은 수는 운이 없으면 출연료만큼 재료값을 줄인 식당 의자에 앉게 된다. 맛집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손님들(왼쪽)과 언젠가 꼭 출연하겠다는 식당들(위). 영화 <트루맛쇼>에 나온 식당은 음식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 다음날 문을 닫았다. “TV는 모두 맛이 갔습니다.” 그들의 주장이다.

“저 고기 두께 좀 봐요. 저렇게 두꺼우면서도 촉촉한 육즙이 나오는데, 아흑~!” 진행자의 신음 소리만으로는 이 방송이 절대 교양정보 프로그램인지 홈쇼핑 먹을거리 광고인지 구별할 수 없다. 그러나 1분만 지나도 밝혀진다. 식당 손님들은 한입 물고 쓰러지고 스튜디오 패널들은 환호한다. 천하일품 맛의 드라마 앞에 홈쇼핑은 상대가 안 된다. 그것도 ‘각본 있는’ 드라마, 알고 보니 주인도 손님도 방송사도 모두가 출연료를 받는 드라마였단다. 이번에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한 영화 는 돈을 위해, 돈에 의한, 돈이 만든 맛집 방송 프로그램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놓았다.

지상파 TV에만도 한 해 1만 곳 가까운 식당이 전파를 탄다. 이제 식당에 뛰어들기 시작한 케이블 TV까지 합치면 대한민국은 ‘맛집 공화국’이다. 뻔한 눈속임인 줄 알면서도 소비자는 맛집을 찾아다닌다. 그중 많은 수는 운이 없으면 출연료만큼 재료값을 줄인 식당 의자에 앉게 된다. 맛집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손님들.

지상파 TV에만도 한 해 1만 곳 가까운 식당이 전파를 탄다. 이제 식당에 뛰어들기 시작한 케이블 TV까지 합치면 대한민국은 ‘맛집 공화국’이다. 뻔한 눈속임인 줄 알면서도 소비자는 맛집을 찾아다닌다. 그중 많은 수는 운이 없으면 출연료만큼 재료값을 줄인 식당 의자에 앉게 된다. 맛집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손님들.

이쯤에서 정리해보자. 시청자의 허기를 공략하는 TV 속 맛집 프로그램에는 공식이 있다. 우선 맛의 비법을 숨기는 주인 할머니(할아버지)가 나온다. 욕쟁이면 금상첨화다. “우리 동네에서 저 집 모르면 간첩”이라는 동네 사람들이 동반 출연하기도 한다. 예전엔 손님들이 맛이 어떠냐고 물어도 대답할 겨를 없이 먹기에 바빴다면, 요즘은 푸짐한 밥상을 받아든 손님들이 환호하고 박수치는 게 트렌드다. 칭찬은 갈수록 유창해진다. “꼬들꼬들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예술이에요.” “양곱창인데 냄새 하나 없이 쫄깃쫄깃 고소한 맛만 입안에 퍼져요.” 식당 손님들은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시청자나 패널이나 저 자리에 함께 있지 못한 게 한스러울 뿐이다.

대통령도 ‘맛집’의 피해자?

를 만든 김재환 감독은 “PD와 작가가 매일같이 새벽기도를 드려도 얻기 힘든 손님들의 멘트가 어떻게 저렇게 쉽게 쏟아지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그래서 2009년 월 아예 일산에 식당을 차렸다. 식당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방송에 출연할 방법을 찾았다. 계약금 300만원에 방송 출연 컨설팅을 해주겠다던 브로커가 도망가는 바람에 다른 홍보대행사를 찾아 1천만원을 더 내고 드디어 올 1월 SBS 에 출연했다. 방송에 출연하려면 메뉴도 상호도 ‘튀는 것’으로 바꿔야 했다. 간판에 고추 그려넣고, 캡사이신 폭탄 같은 가짜 떡볶이를 가짜 손님들에게 돌리고, 눈물 콧물 다 빼는 가학의 장관 덕분에 전파를 탔다.

김재환 감독이 헤아려보니 2010년 3월 둘쨋주에 등 지상파 방송 3사에 출연한 식당만 177곳이다. 그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할 손님들을 대려면 인터넷이 필수다. 한 다음 카페는 최소 300번 이상 맛집 촬영에 가짜 손님들을 동원했다고 한다. 한 번도 가본 일이 없는 식당을 단골 맛집이라고 소개하는 연예인들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낭패가 없도록 촬영 전 원하는 대사와 표정을 몇 번이고 연습시키는 작가의 역할이 필수다.
여러 카페들이 가짜 출연자를 대놓고 모집하고 출연자는 후기까지 남겨도 시청자는 모르고 속고 알고도 속는다. 맛집 소개 방송이 나가면 시청자 게시판에 “믿고 갔다가 중요한 날을 망쳤다”는 항의가 올라오는데도 시청률은 오른다. 같은 아침 뉴스·정보 프로그램에서 2~3년 새 맛집 소개 코너가 단골이 됐다. 제작사에는 수입이 되고, 방송사에는 시청률이 되고, 시청자는 즐거운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끔 불량 맛집을 낳기도 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한국방송 에서 형편없는 위생 탓에 단속 대상이던 식당이 얼마 뒤 에선 왕돈가스 대박집으로 소개됐다. 한 설렁탕 집은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양질의 한우만 쓰고( ) 대통령 당선자의 단골집()이라고 입에 침이 흘러넘치도록 칭찬했지만, 와 가 취재해보니 먼지 쌓인 주방에서 가짜 한우로 설렁탕을 끓이는 집이었단다. 대통령도 외국산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알리려는 목적이었다면 성공한 거고, 그렇지 않다면 방송사들의 자폭인 셈이다.

지상파 TV에만도 한 해 1만 곳 가까운 식당이 전파를 탄다. 이제 식당에 뛰어들기 시작한 케이블 TV까지 합치면 대한민국은 ‘맛집 공화국’이다. 뻔한 눈속임인 줄 알면서도 소비자는 맛집을 찾아다닌다. 그중 많은 수는 운이 없으면 출연료만큼 재료값을 줄인 식당 의자에 앉게 된다. 맛집 TV 프로그램에 꼭 출연하겠다는 식당들.

지상파 TV에만도 한 해 1만 곳 가까운 식당이 전파를 탄다. 이제 식당에 뛰어들기 시작한 케이블 TV까지 합치면 대한민국은 ‘맛집 공화국’이다. 뻔한 눈속임인 줄 알면서도 소비자는 맛집을 찾아다닌다. 그중 많은 수는 운이 없으면 출연료만큼 재료값을 줄인 식당 의자에 앉게 된다. 맛집 TV 프로그램에 꼭 출연하겠다는 식당들.


맛집이 채워주지 못하는 허기

아예 정해진 광고료를 받고 맛집을 소개하는 스포츠신문들도 풍성한 인심과 독특한 맛을 갖춘 식당 찾기에 경쟁적으로 지면을 만들어낸다. 노리는 구멍은 매한가지다. 더 귀한 음식을 더 싸게 먹고 싶다는 서민들의 욕망이다. 한 맛집 방송은 이를 이용해 ‘캐비아 삼겹살’이라는 기상천외한 메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캐비아로 둔갑한 값싼 럼피시알을 삼겹살과 같이 구워 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저널리즘이 사라진 자리에서 시청자는 더욱 배고프다.
음식평론가 황교익씨는 “푸짐하고 질 좋고 싸기까지 한 음식은 환상일 뿐”이라고 했다. 식재료를 탐사하려고 직접 생산지와 음식공장을 두루 돌아다니는 그는, 식당에서 많이 쓰이는 된장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밀을 탈곡하면 나오는 밀기울과 기름을 짜내고 남은 콩찌꺼기가 주재료다. 덕분에 15kg에 3만원이라는 초저가 된장이 나왔다. 이런 된장을 쓰는 집도 ‘된장찌개 맛집’으로 호평받는다.
재료 가격을 낮추는 데 불가능은 없다. 음식 전문 블로그 ‘건다운의 식유기’를 운영하는 박태순씨는 고춧가루 상품과 하품은 값 차이가 10배까지 난다고 했다. 냉동 해물을 신선 해물로 둔갑시키거나, 동태를 생태로 둔갑시키는 일은 보편화된 기술이란다. 황교익씨는 “매일같이 맛집을 검색하고 찾아다니지만 우리 입맛은 미개하기 짝이 없다. 원가를 줄이려는 식당들의 생존경쟁 앞에서 소비자는 재료에 대해 잘 알아야 잘 챙겨먹게 된다”고 말한다. 여러 차례 소송을 당하면서도 블로그에 ‘부끄러운 식당’ 명단을 올려온 박태순씨는 식당에서 파는 사골 칼국수는 대부분 밀가루 국물에 말아 내는 것이라고 한다. “한우 사골을 그만큼 뽀얗게 우려내려면 원가가 어마어마할 텐데 어느 가게가 그렇게 하겠는가. 문제는 밀가루 국물을 사골 국물이라고 하고 설렁탕에 땅콩가루를 넣으며 비법이라고 소비자를 속이는 행태다.”
물론 모든 식당이 그런 것은 아니다. 부산 롯데호텔 앞에서 16년 동안 갈빗집을 해온 한 식당 주인은 직접 된장을 담근다. 장 담그는 재료만 1년에 400만원이란다. 중간상인에게 김치 10kg을 사면 1만원이지만, 직접 담그면 3만원이 든다. 직접 담그는 이유는 오랜 단골손님들이 맛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손님들의 나이대가 바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꼭 한 번 나오고 싶습니다”

2011년 2월 한국음식업중앙회에 회원으로 등록된 식당만 전국 41만 곳을 넘는다. 그런데 외식산업 종합정보지 가 국세청 통계를 인용한 내용을 보면, 개업 3년 안에 문을 닫는 식당이 19.1%에 이른다. 한 해 3만 곳 넘는 식당이 문을 닫는 셈이다. 식당 주인들은 망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홍보 수단을 찾는다.
영화 <트루맛쇼>에 나온 식당은 음식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 다음날 문을 닫았다.

영화 <트루맛쇼>에 나온 식당은 음식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 다음날 문을 닫았다. "TV는 모두 맛이 갔습니다." 그들의 주장이다.

김정식(42·가명)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열었다. 호텔에서 일하던 주방장과 손잡고 재료비를 아끼지 않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생각하다 못해 파워블로거를 몇 분 모셔오기도 했다. 돈을 주면 리뷰를 잘 써주겠다는 블로거들도 찾아왔다. 식사는 물론 돈봉투에 피자까지 들려 보냈다. 그러나 리뷰만으로 동네 식당이 눈에 띄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소셜 네트워크 마케팅 1위 업체와 제휴도 해봤다. 이윤 20%가 남는 요리를 반값으로 할인하는 출혈을 감수했고 평판도 좋았지만, 손님들은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박태순씨는 “소셜 네트워크 마케팅은 식당에 재앙”이라고 했다. “소셜 마케팅 회원들은 소셜 마케팅 식당만 찾아다니기 때문에 다시 찾아오는 일이 드물다. 전체적으로는 작은 식당을 찾는 손님만 줄게 된다. 소셜 마케팅이 유리한 것은 가격이 높고 재료비 비중이 적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뿐”이라고 했다. 마케팅도 양극화다. 김정식씨는 뷔페 식당을 운영하는 친구 이야기를 전한다. 방송에 출연하려고 큰돈을 쓰고 가족과 친지 모두를 손님으로 동원했지만, 결과는 반짝 손님이 밀려드는 데 그쳤단다. 김정식씨는 “맛을 개발하고 서비스에 신경 쓰고 단골손님 관리하는 게 최고임을 알게 됐다”면서도 “언젠가 우리 가게도 TV에 꼭 한 번 나올 수 있다면 좋겠다”고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많은 식당 주인들은 1%만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TV라는 대박 사다리를 꿈꾼다. 누군가 그 사다리를 걷어차기 전에는 계속 그럴 것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김재환 감독 인터뷰
“음식 방송은 신체 학대쇼다”


김재환 감독

김재환 감독

방송 외주제작사 대표가 방송의 치부를 드러낸 영화를 만들었는데.
한외종합금융회사에서 자산부채관리사로 일하다 1996년 문화방송 교양제작국에 입사했다. 그런데 방송가는 정말 이상한 나라였다. 조작과 부당거래를 권하는 시스템 속에 살면서도 더없이 나이스해 보였다. 2002년 회사를 차린 다음부터는 수많은 유혹이 있었다. 살짝 넣어주면 1천만원 주겠다는 이야기, 다반사다. 방송에서 양심을 부르짖으면서도 일상에선 전향하는 세계가 방송가다. 음식 프로그램은 그런 방송의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소재다.

직접 식당을 차렸으니 제작비가 만만치 않았겠다.
처음에 보증금, 권리금, 인테리어, 자재 구입하는 데만 2억원 들었다. 총제작비 5억원, 10년 동안 회사 차려서 얻은 수익을 다 쏟아부었다. 방송가의 불편한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혹시 나중에 상영관을 잡지 못한다면 직접 극장을 빌려서라도 개봉할 생각이다.

기왕 맛집으로 나갔으니 계속 식당 영업을 할 생각은 없나.
우리 식당은 방송에 나가고 난 다음날 문을 닫았다. 방송에서 정말 매운맛을 주문하기에 고추 돈가스를 만들었다. 청양고추나 칠리 페퍼로는 안 돼서 독한 캡사이신 원액을 쏟아부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그런데 방송을 본 손님들의 전화가 쏟아지더라. 음식 방송은 쇼다. 신체 학대쇼다. 가 장수 프로그램이 된 지난 10년은 방송국 교양 프로그램의 암흑시대였다. 양심적인 프로그램들이 문을 닫는 사이 맛집 소개만 본 시청자의 책임도 크다. 내가 지금 보는 게 광고임을 알아차리는 감각조차 마비됐다.

고발 다큐라는데 코미디 영화의 느낌이 물씬 난다.
코미디 같은 현실 덕분이다. 우리는 이 영화를 ‘창업 공갈 다큐’ ‘미디어 생태 다큐멘터리’라고 부른다. (웃음) 난 원래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고 여의도공원 산책하기 좋아하는 보수우익 날라리 제작사 대표일 뿐이다. 뜻있는 지상파 방송 PD가 만들어야 하는 영화를 왜 내가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미디어와 제작자의 탐욕에 대해 할 이야기가 더 많다. 미디어 3부작을 계획 중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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